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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피플

日 ‘대학 주식회사’…국립대 브랜드 상품 개발 잇따라

日 ‘대학 주식회사’…국립대 브랜드 상품 개발 잇따라


[동아일보]

조미료 향수 카레 맥주 등 다양

‘대학발(發) 브랜드 상품’이 일본 전국에서 속속 탄생하고 있다.

특히 2004년 법인화를 계기로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국립대에서 상품 개발이 활발하다. 캠퍼스에 매장을 설치하거나 인터넷 판매에 나서는 곳도 적지 않다. 연구 성과를 살려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대학의 인지도도 높인다는 전략이다.

도쿄(東京)대에 자리 잡은 커뮤니케이션 센터에는 ‘도쿄대 브랜드’를 단 상품 100여 개가 진열돼 있다. 연구실에서 보유해온 흑색누룩균을 사용한 오키나와(沖繩) 특산 소주 ‘우사키(御酒)’, 약 100년에 걸친 아미노산 연구 성과를 모아 만든 ‘도쿄대 조미료’, 고대의 향기라는 연꽃 향수 ‘렌카’ 등…. 상품 설명에서 전시, 판매까지 모두 도쿄대생들이 맡는다. 연구실을 돌며 신상품 개발 아이디어를 찾는 아르바이트 팀도 있다. 2006년 매출은 약 1억 엔(약 8억6000만 원).

교토(京都)대가 정문 앞에 설치한 매장에서는 오이케 가즈오(尾池和夫) 총장이 고안한 ‘총장 카레’가 단연 인기. 지난해 9월 발매 이후 3개월간 1만 개가 넘게 팔렸다. 본래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1개월 한정 메뉴’로 내놓았지만 9종류의 향신료에 바나나와 코코넛밀크로 풍미를 더한 맛이 호평을 얻어 레토르트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이 학교가 사립대인 와세다대와 함께 만든 맥주 ‘화이트나일’도 두 대학의 간판 상품이 됐다. 와세다대의 이집트 고고학 연구 성과 및 교토대가 소장해온 고대 이집트의 보리와 양조기술을 살렸다. 월평균 5000병이 판매된다. 대단한 수입은 아니지만 대학 측은 “연구의 재미를 젊은이들에게 호소하는 교재가 된다”며 선전에 열심이다.

지난해 봄 40년 이상 축적해온 햄 제조기술을 지역 회사에 제공해 대학 브랜드 ‘영원한 행복’을 발매한 홋카이도(北海道)대 농학부 핫토리 아키히토(服部昭仁) 교수는 “국립대는 세금을 지원받는 만큼 기술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대학도 상아탑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멸종이 우려되는 흑참치의 완전 양식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긴키(近畿)대는 4년 전부터 이를 ‘긴키대 마구로’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보통 참치보다 기름이 올라 ‘전신 도로(뱃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생산량이 적다는 게 단점.

일본 국립대학협회에 따르면 산하 86개 대학의 대부분이 연구결과를 응용한 ‘브랜드 상품’을 한 가지 이상 갖고 있다. 이들 상품은 지역 산업계에는 활기를 주고 학생들에게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 경험을 통해 연구의욕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된다.

이 협회는 2월에 각 대학의 브랜드 상품을 소개하는 잡지 4000부를 교육 관계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