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문 출근 차용규, 상당히 구차” | |||||||||||||||||||||||||||
[인터뷰] 단식농성 5일째 김인중 OBS노조위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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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작된 영하의 강추위 탓에 16일 새벽부터 시작된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의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은 쉽지 않았다. 취재기자들마저 막아서는 용역업체의 삼엄한 경비 역시 그들에게는 악재였다. 하지만 2004년 iTV 정파 후 3년여간 길거리에서 싸워온 OBS희망조합은 스크럼 구성, 용역 정면 돌파 등 각종 ‘싸움 기술’을 보여주며, 1차례의 출근저지와 취임식장 점거에 성공했다.
단식 5일째에 접어든 김인중 지부장은 차 사장이 16일 자신의 특보경력에 대해 ‘새로운 일을 한번 해본 것뿐’이라고 말한 데 대해 “그건 본인의 의미일 뿐이다. 대통령의 언론특보 경력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차 사장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임된 사장이 어떻게 하는지 일단 지켜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데 대해서도 “앞으로가 뻔히 예상되는데 ‘일단 시켜봐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 일단 사장으로 인정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반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보 경력이 새로운 일 한번 해본 것뿐? 출신이란 무서운 것” - 단식한 지 5일째인데 힘들지 않나. 물과 소금만 먹는 건가. “그렇다. 평소에는 끼니 거르는 걸 굉장히 못 참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배고프거나 힘들지 않았다. 특보출신 사장 내정설이 알려지면서부터 사안이 워낙 급박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 했었으니까. 평소 체력은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어제 철야 농성을 하고 추운 날씨에 출근 저지 투쟁을 해서 그런지 좀 피곤하고 나른하다. 게다가 몸싸움도 해서 그런지 어제와 몸 상태가 같진 않다.” - 차 사장이 오늘 특보경력에 대해 ‘새로운 일을 한번 해본 것뿐이다’ ‘특보 경력과 사장 선임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는데. “그건 본인의 의미일 뿐이다. 방송사 직원에게 대통령의 언론특보 경력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큰틀에서 국민들도 중립적이지 않은 인사가 와서 방송사를 편향적으로 운영할 거라고 생각할 거다. 공공성,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방송에서는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차 사장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를 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신재민 문화부 차관의 발언이나 청와대 반응을 보면 차씨에게는 역외재송신이나 광고매출 등 OBS 현안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할 능력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그런 걸 바라지도 않지만 말이다. 또, 내가 알기로는 며칠전 양휘부 코바코 사장이 (OBS 신임사장이) 특보출신이라서 광고를 더 준다거나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지켜봐달라? 사장 받아들인 후 반대는 현실적으로 불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출신’이란 무서운 거다. 그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높은 직위일수록 이후의 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보 출신이 방송사 사장으로 온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어느 정도 예상된다. 차씨가 지금 ‘경영 잘 하겠다’고 하는데 코바코 문제나 방통위 역외재송신 등은 현 정권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특보 출신을 정치적으로 활용해보고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겠다는 의미로 들을 수 있다. 앞으로가 뻔히 예상되는데 과연 ‘일단 시켜봐달라’는 게 말이 되나? 일단 사장으로 인정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반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강경대응? 쪽문으로 몰래 들어간 사람 엄포따윈 안두려워” - 오늘 차 사장이 강경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향후 YTN처럼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리들 스스로가 정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쪽문으로 몰래 회사에 들어간 사람의 엄포따위는 두렵지 않다. 차씨를 반드시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YTN처럼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구씨의 경우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방송사 사장에 특보 출신을 처음 내려보낸 것이었기 때문에 상징성이 굉장히 컸다. 게다가 촛불국면 직후에 이뤄진 일이었고, 밀리면 정권이 벼랑으로 몰린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차씨의 경우는 정권이 뒤에서 뒷받침해주고 있지 않다. 차용규의 선임이 OBS를 살릴 거라고 (경영진이) 판단한 것은 근시안적이다. 우리의 싸움을 비롯해서 언론계 등 사회적인 반발을 보면서 (경영진이 차씨 선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 차 사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나. 없다면 이유는? “차씨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할 이유도 없고 그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지면을 빌려 차씨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MB 언론특보가 ‘새로운 일에의 도전’이었고, OBS를 통해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도전 욕구는 알겠으나 이곳 OBS는 공정성을 절대가치로 삼는 방송사이기 때문에 이제는 정신 차리고 하루빨리 자진사퇴하라는 것이다.” “오늘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낙하산 사장 저지 당위성 더욱더 공감” - 출근저지, 취임식장 점거 등 오늘 투쟁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합원들이 자신의 방송 시간대에 일하다가 짬짬이 저지 투쟁에 동참한 것을 감안하면 오늘 나온 인원은 굉장히 많은 것이다. 많을 때는 70여명 있었는데 짬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나온 거라고 보면 된다. 출근 저지 대오를 갖추기 시작한 오전 6시45분부터 10시45분까지 거의 4시간 동안, 조합원들은 지난 주총보다 뜨거운 열기로 싸웠다. 차씨로선 조합원들이 달려가니까 어쩔 수 없이 뛰었겠지만 쪽문으로 뛰어서 출근하는 모습이나 경비를 동원해가며 파행적으로 임원실에서 취임식을 하는 모습들이 상당히 구차스러워 보였다. 특보 출신, 경영능력, 도덕성 문제 외에도 오늘 보여준 구차함도 사장으로서의 결격사유로 더해졌다. 오늘 투쟁으로 차씨를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보다 더 공감하게 됐다.” - 쪽문까지 대비했어야 하지 않았나. “당초 정문 외에도 영안 모자 입구에 4명, 쪽문에 2명을 배치했었다. 오전 7시10분경 차씨가 한차례 돌아간 이후, 정문의 용역업체가 더 보강될 것이란 불안감과 아무리 그래도 첫날인데 정문으로 오지 않겠냐는 판단에 따라 인력을 뺐다.” “노조 집행부 교체, 향후 동력 더욱 두터워질 것” - ‘희망조합은 안 죽었다’는 구호가 인상 깊었다. “희망조합은 iTV정파 후 3년 가까이 싸워왔다. 오랜 기간 실직자로 싸워왔고 그후 입사를 했다. 우리는 명분을 가지고 싸우는 데 이력이 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개인 한명도 아니고 가족이 모두 실직 상태일 때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지난해 말 정리해고의 압박도 있었던 만큼) 이 시점에서 싸우기가 굉장히 불안하고 복합적으로 고민도 많았었다. 그래도 지난 주총 때보다 오늘이 더 투쟁동력이 높았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역시 희망조합은 살아 있었다. 직장 잃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두려움이 마음 한구속에 있음에도 지금이 바로 언론노동자로서 당연히 싸워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한 의지가 교감된 오늘은 조합원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또 한번 감동을 받은 순간이었다.” - 오늘부터 차기 OBS노조 선거가 시작됐다. 향후 동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목요일이면 새 집행부가 누구인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작년 구조조정 압박에 이어 터진 낙하산 사장 국면 탓에 현 집행부들이 많이 지쳐있다. 신임 집행부가 구성되면, 새로운 각오와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기 때문에 투쟁동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 집행부 역시 교체되더라도 힘을 놓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작년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조합원들의 생존을 걸고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두렵고 고통스러웠다. 현업에 돌아가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합원들의 생존을 걸고 싸우는 게 아니라 차씨의 생존을 걸고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전혀 두렵지 않다. 그냥 이 싸움에 충실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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