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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a trekking

[스크랩] 2007년알프스 등반기(월간마운틴 연재내용)

본내용은 필자가 2007년 월간 마운틴에 약4회에 걸쳐  연재한 내용입니다.

 

에뀌 디 아르쟝띠에르 글 김형주 / X-드림 원정대 알프스2007

 

우리나라 산악인들은 샤모니에서의 등반 하면 대부분 몽블랑 등반에 그 주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몽블랑 산군에서 빼놓을수 없는 지역이 바로 아르쟝띠에르 지역이다.

샤모니에서 약 20여분(버스)떨어져 위치한 아르쟝띠에르 산군은 동계 스키장으로 유명하다.

아르쟝띠에르 마을에서 그랑몽테(Grands Montets 3,295m))까지 케이블카로 이용 약 2시간정도 빙하지대를 걸어내려가면 이지역의 등반기점인 아르쟝띠에르 산장(Ref. d'Argentiere 2,771m))에 도착할 수 있다.에뀌 드 아르쟝띠에르(Aiguille du Argentiere 3,902m)를 비롯하여 그 유명한 에뀌 베르트북벽(Aiguille du Verte 4,122m), fp 드로와트북벽(Les Droites 4,000m), 레쿠르트(Les Courtes 3,856m), 에뀌 드 샤도넹(Aiguille du Chardonnet 3,824m) 등 알프스 황금기에 선구자들이 초등반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렸던 무대에서 알피니즘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곳이 바로 알피니스트의 파라다이스, 클라이머들의 에덴동산이 이라 명명한 것이 당연하다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만년설에 뒤덮힌 수많은 침봉과 거대한 북벽들이 에워싸고 있는 아르쟝띠에르 산군지역에서의 등반은 이곳을 찾은 등반가들로 하여금 오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정도의 무한한 매력에 절로 빠져들게 한다.

에뀌 드 아르쟝띠에르 는 1864년 7월15일 영국의 에드워드 윔퍼(Edward Whymper)의 일행과 가이드 미셀 크로즈 등 5명에 의해 서쪽의 서면 플랭크와 북서능으로 초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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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날씨의 악화로 샤모니의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모처럼 일기가 좋아진다는

기상예보에 서둘러 간단한 장비만을 가지고 아르쟝띠에르 행 버스에 탑승 약 20여분정도

후 아르쟝띠에르 스키장 입구에서 하차 그랑몽떼를 오르기 위한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필자와 김흥준 조창권 선배 등 3명이 모처럼 소수인원으로 등반을 하자니 모든 것이 신속하다. 케이블카 중간역인 로그농역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그랑몽테 역에 내리니 뿌띠 베르트가 바로 눈앞에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거의 마지막 케이블카를 탑승한 뒤늦은 시간이라 몇 몇 팀만이 등반채비를 하고 있었다. 크램폰을 신고 아르쟝띠에르 빙하로

내려가기 위해 장비를 착용하니 어느덧 시간이 4시정도가 되었다. 우리일행은 안자일렌을 하고 가파른 설원지대를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초입부터 눈이 허벅지까지 빠지더니 어느덧 단단하게 크러스트된 눈으로 바뀌고 중간 중간에 크래버스가 산재되어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약 2시간에 걸쳐 이윽고 바위섬(Island of Rock 3,000m)에 도달 아르쟝띠에르 빙하와 연결되는 잡석과 빙하가 어우러져 있는 로그농모레인(Rognons Morain)지대를 지나 맞은편에 위치한 산장을 향해 분주하게 횡단을 시작하였다. 꿈속에 그리던 에뀌 베르트, 드로와트 북벽 등이 병풍처럼 에워 싸여있고 산장 뒤로 아련하게 보이는 에뀌 드 아르쟝띠에르의 가파른 설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장에 도착하니 수많은 등반가들이 가이드를 대동한 채 내일등반을 위해 모여있다. 간신히 오늘 저녁 숙박할 방을 배정 받고 내일 우리가 올라갈 루트을 위해 지도정치를 해보지만 다른 지역산군과는 달리 올라갈 봉우리의 모습초차 보이지 않고 시작기점의 접근로조차 오리무중이다. 노말 루트인 밀레우 빙하(Gl.du Milieu)의 설벽을 따라 오르기로 결정 산장에 체류하고 있는 다른 등반가들이 오를 때 같이 동행을 하기로 하고 잘에 누웠건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새벽 3시 등반준비를 위해 기상하여 장비들 준비하는 다른 산악인들 때문에 저절로 잠에서 깨어 서두른다. 일행 중 조창권 선배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산장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필자와 김흥준 선배 2명이서 새벽4시경 산장 밖을 나가니 그 많던 산악인들이 그새 어디론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산장 우측상단에서 희미한 헤드랜턴의 조명이 관측되어 부리나케 그곳을 뒤따른다. 간신히 그들과 합류 아르쟝띠에르에 올라갈 루트를 물어보니 자기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그들은 이부근의 암벽등반을 하기위해서 오른다고 한다. 우리는 정반대 방향으로 올라 온것이 였다. 황급히 오던길을 따라 다시 내려오면서 산장을 지나 좌측상단의 암벽너덜지대를 힘들게 횡단을 한다. 도대체 등반을 위한 시작기점을 찾을 수가 없다. 저멀이 희미한 랜턴에서 발하는 빛을 간신히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니 이태리의 젊은 산악인들이 본격적인 등반을 위해 크램폰을 착용하고 있었다. 바로 이곳이 등반을 위한 기점 이였다.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약 2시간이상을 엉뚱한 곳에서 소비한 것 이였다. 우리는 등반 후 늦어도 12시전에 산장을 도착하지 못하면 그랑몽테 케이블카 역에서 케이블카를 탑승하지 못할 것이다. 흥준 형과 나는 안자일렌을 하고 설원지대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아주 지루한 완만한 경사의 설원지대를 약 2시간에 걸쳐 오르니 정상으로 이어 지는 듯한 가파른 설벽이 나타난다. 저 멀리 여러팀들이 설벽지대를 등반하는 것이 보인다. 상단에 등반하고 있는 등반가들이 이동할때마다 떨어트리는 무수한 낙빙과 낙석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60미터씩 피치를 끊으며 가파른 설벽을 등반하고 어려운 구간에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로프를 고정시키면 흥준형은 어센딩을 하는 시스템으로 계속 올라간다. 밑에 오르는 흥준형이 고통 스러워 한다. 새 동계화를 사서 오늘 처음 신었기 때문에 여간 발이 불편하지 않나 보다. 부분적으로 바위지대가 돌출 된 곳으로 믹스등반하는 것이 저위에서 떨어트리는 낙석을 피하는 최상의 방법 이였다. 12시에나 되어서 이윽고 정상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밑에서 걱정을 하며 기다리고 있을 창권 형님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만 하다. 오늘 하루를 산장에서 더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 하산 길에서 결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발밑에 펼쳐있는 에뀌 드 베르트, 드로와트, 레쿠르트의 침봉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간단한 사진촬영 후 올라왔던 설벽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 지친 몸을 이끌고 산장에 도착하니 3시. 나중에 안 일지만 우리가 오른 루트는 등반루트와 하산루트가 별도로 있으며 대부분 내려올 때는 북서릉 리지로 내려오는 것이 안전하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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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뀌 드 아르쟝띠에르의 등반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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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uthwestflank: 경사도 50°, 알파인 난이도 PD+, 정상벽 400 hm

등반고도 1200 hm, 4-5 시간 (산장 기점)

 

2. Westflank and Northwestridge: 암설빙벽 혼합등반, 빙벽구간 경사도 45°, 난이도PD, 소요시간 5~6시간

 

3. Northface: 평균경사도 :50° 난이도 : D, 등반벽 높이 600 hm 소요시간 : 3-6

 

4. Northeastface: 평균경사도: 49°, 최대경사 55°, 난이도 :III~IV, D, 700 m

소요시간 : 4-6 h

 

5. Eastface: 평균경사도 45°, 최대경사도 50°, 난이도 : AD, 등반벽 600 hm (face),

소요시간 : 5-6 h

 

6. East-South-East-Ridge: III, mostly easier, ice till 50°, AD, 1000 lm, 350 hm, 5,5 h

 

7. Y-Couloir (S-Couloir): pure firn, 45° at 450 m, AD, 550 hm, 4,5 h 416)

 

8. Jardinridge: IV+, mostly IV and III, D, 900 hm, 1500 lm, 9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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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뀌 드 뚜르(Aiguille du Tour 3,544m)

 

 

에뀌 드 뚜르(Aiguille du Tour 3,544m)는 샤모니 산군의 북쪽부분에 위치한 프랑스와 스위스경계에 솟아 있다. 비교적 접근이 쉬워 많은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이다. 1926년 드레이 푸스(M.Dreyfus)와 두발(R. Duval) 등 4명이 이산을 초등했다. 남봉과 북봉으로 정상이 나뉘어져 있는데 북봉이 남봉보다 2m 더 높다. 프랑스 측에서는 라뚜르 마을에서 스키리프트를 타고 약 1시간30분 가량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등반기점인 알베르트 프레미어 산장(Albert premier 2,702 m)에 도착할 수 있다. 알베르트 프레미어 산장의 이름은 후에 벨기에의 3번째 왕이 된 열렬한 등산가 알베르트의 이름에 유래 명명되었다. 알베르트는 후에 고국인 벨기에서 등반을 하다 추락사하였다. 북봉 정상 하단부에 걸쳐 있는 평평한 책상을 연상케 하는 특이한 바위가 걸쳐 있는데 이것이 이곳에서 유명한 테이블 록(Table roc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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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주, 윤재학, 김흥준, 조창권 등 4명과 현지에서 만난 프랑스 외인부대 산악부대원인

등 5명이 샤모니를에서 버스를 이용 약 25분 후 라뚜르 마을에 도착 스키리프트를 타고

약 8부능선에 도착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만발한 오솔길을 따라 본격적인 등반기점인 알베르트 프레미어 산장을 향해 약 1시간 30여분을 걷는다. 수많은 트래커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여 이곳을 즐겨 찾는다. 옷차림을 보니 대부분 등반을 하러 온 것 같지 않고 하이킹을 즐기며 산장까지만 같다가 되돌아오는 것 같다. 산장에 도착하니 많은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간신히 우리가 오늘 묶을 방을 배정 받고 오랜만에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겨 본다.

새벽 2시30분 기상 벌써 많은 산악인들이 등반을 위해 분주하다 간단히 조식을 한 후 다른 외국 등반대를과 함께 산장을 나선다. 대부분 가이드를 고용 한 3-4명이 한팀을 이루고 있다. 산장 우측의 바위 너덜지대를 지대 설원에 들어서니 여명이 움트고 있다. 자루한 설릉을 넘어 암벽과 설.빙벽이 혼합된 꿀루아르가 바로 등반의 본격적인 기점이다.

장비를 착용하고 먼저 나 혼자 오르면서 루트 파인딩을 하고 우재학 선배가 나머지 대원들을 인솔 오르기로 결정했다. 앞서가는 팀들이 간간히 떨어트리는 낙석과 낙빙들이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아주 좁은 걸리를 오르는데 모든 돌들이 마치 쎄락 지대처럼 암벽에 걸려 있어서 낙석의 위험이 너무나도 크다. 약 100여미터 올라 일행을 기다리는데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다. 하는수 없이 단독으로 등반을 결행 그들이 보일 수 있는 곳 까지 오른다.

밑에 오르는 대원들을 찾아보니 갑자기 한 대원이 쏜살처럼 뛰어 내려가고 나머지 대원들도 내려가는것이 아니가 ? 무슨 사고가 난 것이 틀림없다 생각하여 소리를 질러 외쳐보았지만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여러 번에 걸쳐 소리를 질러 대충 우리들 중 한 대원이 낙석에 맞았고 모두 하산을 한다는 것이다. 먼저 올라 온 나로서는 매우 난감한 것이 로프도 없이 꽤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다운 클라이밍 하기도 난이 하지만 특히 상단부분에

오르고 있는 다른 팀들이 떨어트리고 있는 낙석과 낙빙으로 이지점에서는 도저히 하강하기가 위험하다고 판단 일단 정상을 올라 다른 안전한 루트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북봉과 남봉사이의 숄더에 도착 남봉으로 오른다. 북봉 하단에 걸쳐있는 테이블 바위가 인상이 깊다.

아주 불안정한 암벽으로 이어진 암릉을 약 100여미터 오르니 이윽고 정상에 도달한다.

나무로 제작된 십자가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하산 길을 살펴보니 불안정한 리지를 더 횡단하여만 안전하게 하산할수 있고 올라온 설벽으로 내려가자니 간혹 얼어붙은 빙벽과 가파른 설벽으로의 하산 역시 위험하여 고민 중 3명의 프랑스 산악인들이 정성에 올라와 그들에게 정보를 요청하니 리지를 따라 내려가는 것이 안전하고 올라왔던 벽으로는 좀처럼 낙석과 낙빙으로 인해 내려가질 않는다고 하며 단독으로 올라 온 나에 대해 이곳을 몇 번이나 올라왔느냐 ? 알프스지역의 어떤 산을 올라 가보았는가 ? 하는 많은 질문을 한다. 로프도 없이 혼자 등반한것을 보고 등반경력들을 판단해서 자신들의 하산루트에 동행을 시킬 눈치인데 그들의 호의에는 고맙지만 지금 낙석사고로 인해 내려가 있는 대원들을 생각해보건대 가능한한 빨리 하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라 설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다행히 다른 팀들 모두 리지 루트로 하산하는 관계로 일단 인위적인 낙석과 낙빙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급경사에서는 클라이밍다운으로 웬만한 경사에서는 클라우칭 글리 세이딩으로 쏜살처럼 내려왔다.

산장에 도착하니 낙석을 맞은 흥준형과 다른 대원 1명 만 먼저 내려가고 나머지 일행들도 내려가려고 준비중이였다. 아침에 출발했던 다른 외국팀들 역시 아직까지 내려오질 않은걸 보니 암릉으로의 하산이 비교적 안전하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낙석사고는 우려한 것과는 달리 그다지 심한 것 같지 않아 천만다행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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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천후 속의 38시간 몽블랑 등반

몽블랑 등반기 글. 이범훈

 

에귀디 미디에서 따굴로 지나는 몽블랑등정의 1차시도 실패 후

우리의 일행은 커다란 좌절에 부딪혔다.

솟아오르던 힘이 한 순간에 쭈욱 빠져버리고만 것이였다.

이 곳 샤모니 몽블랑에 도착하면서 부터 높아만 보이는 흰 산을 시간나면 쳐다보곤 했었다.

하루 종일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듯 보였다 안 보였다하는 높은 봉우리는 때로는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그래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복이라 하였다.

고산등정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되었다지만, 고도로서는 에베레스트나 기타 다른 산군에 밀려서 조금은 빛을 바랬지만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 이였다. 등산장비나 루트가 좋아진 지금도 선택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접근을 허락 치 않고 있는 몽블랑 비록 우리가 아니 나와 일행 몇몇이서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포기상태이다. 억울하다면 표현이 지나치지만(나로서는 너무 부족한 상태였기에) 그래도 허락한다면 다가가고 싶은 욕심이다.

제일 졸병인 나는 그래도 친한 태수형에게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가실 건가요?"하고 항의조로 물었다. 나로서는 가이앙에서 암벽등반 입문머리도 올리고, 설상훈련도 받고, 설벽도 맛을 보고,원없이 눈을 보고,뮌히도 오르고 해서 그리 서운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궁극적인 산은 처음부터 몽블랑이였기에 어필을 해보았다.형은 내심 괴로웠던 모양이다.

내가 아니였으면 마음이 가벼웠을 텐데...사실 이번 나의 원정은 날벼락치기로 성사가 되었다... 원정 하루전날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서 포도주에 쇠고기를 먹으며 불만을 토했던 것이다. 대장님에게는 말하기도 어렵고, 마침 대표형님이 귀담아 들으셨던 모양이다.

 

9시쯤 식사를 마치고 전체회의가 열렸다

남은 일정이 3일인데, 어떻게 하면 알차게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가 주제였다.

몇 몇 일정 중에 몽블랑등정도 끼었다. 너무나도 촉박하고 무리한,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정이였다. 태수형님이 몽블랑행을 선택했다...그런데 아무도 동참하는 분이 없었다.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태수형 다음에 가요...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그 찰나 나를 보던 태수형이 "범훈아! 너도 가야지!"했다. "가는 데까지라도 가다가 안되면 돌아오면 될 꺼 아냐?"

아주 잠시였지만 기나긴 흐름처럼 느껴지는 결정의 시간이였다.

어떤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였다..."네! 형님 같이 가요!" 내가 안가면 혼자서는 등정 자체가 허락되지 않을 듯 한 상황이였다.

"그래! 그럼 태수하고 범훈이하고 둘이 갔다가 와!" "절대로 무리하지는 말고...몽블랑은 항상 안 도망가고 거기 있으니까,

이번에 실패해도 또 다시오면 되니까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일정대로 돌아와!" 이렇게 10시쯤 등정이 하락되고 짐을 꾸리기 시작하였다. 엊저녁까지만 해도 몽블랑은 포기했었다.

모든 짐은 등정이 아닌 여행모드로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날씨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일기예보는 오후부터 좋아져서 내일은 90%이상 좋을 것이라 했다) 당장 우비하나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이였다. 무거운 배낭에 비까지 내리면 험하고 기나긴 산행에는 커다란 장애가 되는 것인데...

모든 동료들이 짐 꾸리는 것을 도와주어서 20여분 만에 준비를 마쳤다. 가는 길은 숙소주인이자 한국인인 조사장님이 세세하게 A4용지에 써주었다. 걸음을 재촉하여 샤모니정류장에 도착하니 10시 40분에 떠나는 러스호체스행버스가 금방 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전부 이방인 뿐이다. 등산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지만 전부 경등산화 차림이고, 배낭도 작았다.

가벼운 산행을 떠나는 이들이였다. 준비한 A4용지를 보여주면서 길을 물어보았지만 모두 고개만 흔든다...이런 된장 ! 다행이 기사에게 보여주니 다음에 내리라한다..휴~~ 11시에 러스호체스에 도착하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벨뷔(1785)에 도착하니 전망이 좋다. 여기서 기차를 타고 니데글(2372)까지 가야한다. 사람들이 밑으로 내려간다...기차가 보였다. 매표소도 보이고, 나이가 많이 든 여직원이 있었다. 말이 안 통하니 적어준 종이를 보여주었더니 뭐라고 얘기하며 다시 아랫쪽을 가리킨다.

십 여명 되는 젊은 일행이 옆에 있는 데,그 들도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아랫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니데글까지 가는 기차가 운행을 중단한 곳이였다. 지도를 살펴보니 족히 두 시간이상은 걸릴 듯한 거리였다.

비는 계속 내리고, 젊은 일행에게 종이를 보여주니 모두 패스하더니가이드인 듯한 사람을 부른다. 아마도 몽블랑을 등정하는 것 같았다...잘 되었다...니데글까지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농장으로 통하는 개울에는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비 맞은 이름 모를 야생화는 자꾸만 나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가파른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수 많은 아름다운 폭포를 이루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맘은 굴뚝 같았지만 계속해서 내리는 비는 여유를 주지 않았다.

가파른 길을 계속 오르니 니데글산장(2372)이 보인다.

왼쪽 옆으로  기차역도 보인다. 사람들이 많다. 벌써 14시이다.

모두가 몽블랑을 가는 것 같지는 않다. 여장을 푸는 사람들이 많고 다시 출발하는 사람은 30%정도 될까한다. 쉬지 않고 올라 왔다. 잠시 배낭을 벗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로 하였다.

산장 안은 앉을 자리도 없고 매점앞으로 길다란 줄을 이루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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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는 모르지만 줄을 선 사람들은 커다란 빵과 커피,그리고 이름모를 음식을 쟁반위에 얹고 하나하나 자리를 찾아 간다. 아는 음식은 샌드위치이다. 모두의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은 빵이고 나머지는 커피나 음료,그리고 뭔지 모를 컵에 담긴 음료이다.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렸다.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이제 커다란 빵에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가 (주린 배를 채워 줄)나의 쟁반위에 놓여 질 것이다. 드디어 앞사람이 커다란 빵의 마지막 조각을 썰어가고 시커먼 음료를 쟁반위에 얹고 갔다. 이제는 내 차례다. 샌드위치 4개요. 쾌재라. 두 개는 지금 먹고 나머지 두 개는 저녁이나 아침에 먹으면 두 끼가 해결 될 것이다.

나머지 식사는 지고 온 빵과 미숫가루로 때우면 될 것이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피니쉬 피니쉬 ...끝났다는 것이다.

빵이 없단다. 새 빵을 내어 와서 샌드위치 네 조각을 내어주어야 하건마는 빵이 없단다. 아~~ 이건 악몽이다. 무려 한 시간을 기다렸는 데... 태수형은 영문도 모르고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방금 앞 선 사람이 들고 간 시커먼 음료를 가리키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쵸콜릿 이였다...오징어처럼 눌린 빵에 쵸콜릿을 마시고 출발을 한다.

그냥 지고 온 빵에 물이나 한모금 먹고 출발했으면 반은 갔을텐데... 허기만 지우고 젖은 배낭을 메자니 너무 서럽다...

아~~~ 몽블랑을 향한 길이 이렇게도 험하단 말인가? 출발이다. 이제는 하얀 눈과 안개, 그리고 황혼에 뭍히는 구름, 너덜지대, 그리고 보이지 않는 크래바스 픽켈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나의 가녀린 육체는 너무도 초라한 존재였다. 모든 것이 몽블랑의 품에 안겨서 잠이 드는 시간이 되었다.

너에게 다가가기위한 몸부림은 계속되지만 힘이 들다. 온통 바위투성이고, 가파르고, 낙석은 계속된다. 길은 외길이라지만 바위 속에 숨어있는 반은 달 빛에 드러난 길은 너무도 오리무중이다. 주변의 산들은 어느 덧 달 빛에 물들어 황홀한 꿈 속에 묻히고 좌측으로 REFUGE DES(2768) 무인산장이 보인다. 벌써 시간은 17시이다.

아직도 멀었다. 두 개의 산장을 더 지나야 한다, 이 밤이 다 지날지라도 구떼산장 까지는 가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멈춘다면 모든 것이 허사이다. 이제 너덜은 모두 지나고 부서지는 암벽과 가파른 경사이다. 안개비는 나를 괴롭힌다. 닦아내기도 귀찮다.

두 어 시간을 더 걸었을까? 산장이 보인다. 테떼로자산장(3167)이다. 이제 650미터 남았다. 시간은 19시가 되었다. 손과 발이 시려 온다. 장갑을 끼었지만 별 소용이 없다 모든 밧줄은 물에 젖어 있고, 날씨는 영하의 기온이다. 모두가 얼어 붙고 있었다.

알프스는 이제 만년설에 휩싸이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까지도 알프스의 얼음 속에 갖히는 기분이다.

여기서 집으로 돌아 갈 수가 있을까 문득 뇌리를 스치는 암울한 질문. 혹시나 얼음 속에 갇혀서 냉동인간이 되는 건 아닐까? 도저히 구떼산장까지 가는 건 무리인 것 같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계속 추월한다. 모두가 너무 지쳐 보인다.

나도 지쳤지만 저 들은 더 지쳐 보이기에 미안하지만 계속 추월을 한다. 과속을 하고 있다. 얼른 구떼에 가야하기에 무리를 해보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 하기에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비박을 결심하고(눈 속에서 자기로 하고)출발을 했지만 너무도 춥다.모든 것이 얼음덩어리 속에 묻히는 기분이다. 테떼로자산장(3167)에 도착한 등산객들의 분주한 마감(숙박)준비를 보며 잠시 숨을 돌려본다. 시간상으로는 여기서 묶거나 저녁을 먹고 떠나야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물 한 모금 먹고 준비한 간단한 행동식으로 허기를 때우고 출발한다. 변덕스럽게 비와 눈발을 뿌려대 던 하늘도 이제는 지쳤는 지 구름만 가끔씩 몰아댄다. 산장을 조금 지나니 넓은 평원(설원)이 나온다. 텐트촌이다. 사람들이 제법 많다. 텐트를 가져왔다면 저들의 대열에 분명 합류했을 지도 몰랐다. 까마득히 높이 있는 구떼산장은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지만 숨차고 힘들다. 우측 편 하얀 설산위로 반달이 어둠을 밝혀 준다. 산장의 불빛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저 곳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늘 밤 안으로 가야하는 것이다. 잠시라도 쉬면 찬바람에 체온을 빼앗기기에 쉴 수도 없다.

경사가 심한 길은 거의 외길이고 진행은 늦다. 일행은 아니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다.

대부분이 안전하게 일행끼리 안전자일을 메고 다니기에 추월하기도 힘이 든다. 우리는 처음부터 단독산행이다.

저들처럼 안전을 확보하고 오르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기에 서로서로 바짝 긴장하고 등정을 한다. 오르면서도 걱정이 된다. 누구라도 잘못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도와 줄 사람도 없어 보인다.

구떼에 도착해서 산장 안에는 비집고 앉아서 잠을 청할 공간이 남아 있으려나?

비박을 결심하고 등정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지치고 땀에 젖은 상태로 침낭안에서 추위와 싸워야하고 다시 정상을 등정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아니 어쩌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작년에 갔던 일본 북알프스에서 폭설에 고립 되었던 악몽이 떠올랐다. 꼬박 24시간 동안 텐트 속에서 갇혀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던 악몽이 다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그래도 지금은 그때보다는 낫다. 가야할 길이 분명하고 주위에 사람들이라도 많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4시간을 오르니 구떼산장(3817)에 도착하였다. 산장 문을 조심스럽게 여니 캄캄하다. 스틱과 아이젠들이 보인다.

새어나오는 불빛을 따라 몇 발을 가니 다시 문이 있다. 추위에 대비하여 안으로 다시 문이 하나 더 있었다.

문을 조심스레 여니 후끈한 열기에 안경에 성애가 끼어 안보인다. 작은 공간 안에 벽으로 가지런하게 배낭이 놓여있고 창문아래 작은 선반에는 두 서너개의 코펠과 버너가 보인다. 그리고 비닐봉지에 눈을 한가득 퍼다 놓인 게 보인다.

먼저 형에게 여기 자리 잡고 있으라하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 문을 여니 식당인 듯 보이는 공간이 나온다.

혹시나 안내인에게 빈방이 있느냐고 물으니 예약했느냐고 묻는다. 우리가 예약은 무슨 예약.. 식당 안은 완전히 발딪기도 힘들다. 지친 등정객들이 작은 공간도 없이 통로, 식탁위, 식탁아래 틈도 없이 누워 있었다. 얼른 미련을 버리고 형에게 갔다.

다른 짐들을 정리하니 그래도 두 사람 누을 자리는 되었다. 휴~이제는 살았다. 여기도 호텔이다. 바람과 이슬만 피해도 더 바랄 것이 없는 것이다. 잠자리를 마련하고 눈을 퍼다 물을 끓였다. 14시에 점심을 먹고는 지금까지 배고픔도 잊고 계속 올라왔다.

물을 끓여 간단히 요기를 하고 아침에 쓸 물도 조금 준비를 해 놓았다. 24시쯤 잠을 청하려는 데 밖에서 마지막으로 30분전쯤 추월한 두 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발발 떠는 신음에 가까운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러더니 산장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나온다.예약손님이다. 깜빡 잠이 들었나 싶었는 데 시끌벅쩍 난리다. 시계를 보니 2시다. 먼저 와서 휴식을 취한 등정객들의 오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몽블랑등정의 정상적인 사람들의 행동이다. 다음 단계를 위한 충분한 휴식과 고소적응의 충분한 시간이 필수조건인 것이다. 20여분 지나니 좀 조용해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는 데 우~엑 우~웩 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

등정하던 몇 몇 사람이 고소를 이기지 못하고 되돌아 오는 소리였다. 우리의 일정은 7시까지 잠(휴식)을 취하고 최대한 가벼운 몸으로 등정을 하는 것이다. 다시 잠을 청해본다. 인기척 소리에 눈을 뜨니 7시가 다 되었다.

후딱 침낭을 정리하고 물을 끓여 영양가루인 분말을 타서 병에 담았다. 짓눌린 빵을 물과 함께 먹고 몇 개는 주머니에 넣고 피켈을 챙기고 배낭은 구석에 두었다. 그런데 스패치가 안 보인다. 이런 누군가가 가지고 가버렸다..된장.

몸은 가벼웠지만 고도가 점점 높아져서인지 올라 갈수록 힘이 들었다. 하얀능선을 따라 두어 시간을 걸었을까?

드디어 마지막 산장인 발로산장(4362)이 보인다. 먼저 출발한 사람들을 제치고 오르기도하고 정상을 갔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흰 눈 위에 빨간점, 까만점, 파란점으로 보이던 것이 사람들이였다.

다행이 날씨는 무척이나 좋다. 멀리로 알프스의 이름 모를 봉우리들이 흰 모자를 쓰고 삐쭉삐쭉 솟아 있다.

까마득히 아래로 샤모니 시내도 들어온다. 가만히 보니 에귀드 미디도 보인다.

중간 중간으로 크레바스도 있다. 거세게 오르니 발로산장에 도착하였다.9시 30분이다.

이제 몽블랑 정상이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담배를 맛나게 피운다.

“형! 우리 꼭 저기까지 가야하는거야? 그냥 여기서 사진이나 몇 장 찍고 돌아갈까?” 이렇게 바보 같은 질문을 해 본다.

“여기까지 와서 너는 안 갈 거야? 그럼 혼자 갔다 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하며 다시 출발한다. 형의 의중을 반장난 삼아 물어 봤는 데 확고부동하다. 몸집은 작아도 형의 의지는 높은 몽블랑 만큼이나 꿈쩍 안았다. 나는 힘이 들면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서서는 카메라셔터를 눌렀다. 정상은 바로 코 앞인 데 올라도 올라도 계속 멀어지는 것 같다.

마음속으로 발걸음수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걸음이 너무 늦는다. 50보를 오르고 숨을 고르기로 속으로 다짐해 본다. 이렇게 얼마를 헤아렸을까? 두 시간 반의 등정 끝에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였다. 12시 정각이 조금 못되었다.

며칠 전에 오른 뮌히의 정상은 5명의 일행이 한 자리에 서기도 힘들었는 데 이 곳은 평원이다. 샤모니에서 올려다볼 때는 뾰족한 봉우리였는 데.. 무슨 보석이라도 있을 법한 정상이였는 데 아무것도 없다. 자그마한 비석도 없다. 한국의 산 정상에는 해발 몇 미터라고 씌여 진 정상석이 있는 데, 이토록 유명한 몽블랑(4810) 정상에는 아무 표식도 없다.

남아 있는 것은 무수한 사람들의 발자욱만 있었다. 아! 결국 우리는 해냈다. 십 여일 전 출발하면서 꾸었던 꿈을 이룬 것이다.

10여분 동안 부지런히 기념사진을 찍고 360도를 빙빙 돌려가면서 셔터를 눌러댔다.

알프스의 모든 산군이 우리에게 잘 왔다고 박수를 보내는 기분이다. 조금 있으니 3명의 외국인이 정산으로 올라왔다.

먼저 그 들의 카메라로 사진을 몇 컷 찍어주고 다시 우리카메라를 건네주고 둘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산과 원정을 태수형하고 함께 한 것이 얼마나 될까? 서로서로 제일 많을 것이다. 그 만큼 서로 믿음도 강하다.

이제 하산할 시간이다. 기쁨과 감동은 잠시이고 이제 샤모니까지 오늘내에 가야한다.

욕심이라면 해질 녁까지 머므르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 알프스의 모든 절경을 사진에 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내려오는 길은 오를때보다 훨씬 수월하였다. 올라 올 때는 그래도 많은 사진을 찍었는 데 서두르는 형 때문에 머물 수가 없다. 몇 컷 찍으면 형은 50미터는 멀어지는 것 같다. 거의 뛰다시피 구떼산장(3817)까지 내려오니 15시이다.

남겨두었던 배낭을 둘러메고 니데글로 출발이다. 경사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하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날씨가 악화된다는 예보에 오르는 사람은 드물다. 여기도 체증이다. 안되겠다 싶어서 미안하지만 익스큐스미를 연발하며 하산을 서두른다. 니데글(2372)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17시30분이다.

18시면 벨뷔에서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운행 중단된다. 그러면 러스호체스까지도 걸어가야 하는 데 큰일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벨뷔로 향한다. 벨뷔에서 니데글까지 운행하는 기차가 정상으로 운행되었다면 왕복 4~5시간은 덜 걸렸을 텐데 며칠전 철로가 끊기고 보수가 안되어서 걸어야만 한다.

이제 왼쪽무릎도 아파온다. 어쩌면 계속 아팠었는 데 팽팽한 긴장감 때문에 잊어 버렸었는지도 모른다.

암릉과 너덜이 끝나고 위험수위가 줄어드니 긴장이 조금 풀리고 통증을 느끼는 것 같다. 벨뷔(1785)에 도착하니 19시 30분이다. 케이블카 있는 곳에 오니 7~8명의 외국인이 보인다.

샤모니에 있는 일행에게 무사히 도착했다고 알려줘야 하는 데 전화기도 안 보인다. 여기서도 걸어서 가려면 3시간은 족히 걸릴 텐데.. 잠시 후 트럭이 한 대 올라 왔다. 옆에 있던 외국인이 몇몇 차에 오른다. 그리고 다른 팀이 다가가서 뭐라고 몇 마디 얘기하더니 그냥 돌아온다. 짐칸이라도 타고 가면 좋을 듯해서 쫓아가서 아래쪽으로 가냐고 물었더니

@@호텔이라고 한다. 타도 되냐고 했더니 오케이다. 얼씨구나 싶어 배낭을 싣고 짐 칸에 올라 탔다.

덜컹거리며 비포장도로를 한참 내려가더니 시내쪽으로 가야하는 데 반대편 언덕위의 건물로 계속 올라간다. 이런..이게 아닌 데..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 20시가 되어 트럭이 도착한 곳은 맞은 편 작은 동산위의 호텔이다.

자기네 호텔에서 밥 먹고 자고 가라는 것이다(1인당 100불).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니 여기는 택시가 안 온단다.

자기가 태워다줄 수는 있단다(1인당 60불). 그래서 전화는 할 수 있느냐고 하니까 안으로 들어오란다.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전화를 하니 걸어서 내려 오라고 한다. 러스호체스(1000)에 도착하면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한다.

다시 걸어서 숲길을 얼마나 내려 왔을까? S자형의 구불구불한 길이다. 23시가 되어서야 미로 같은 어두운 길을 탈출할 수가 있었다. 공중전화는 안보이고 생맥주집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하고 500CC 맥주를 하면서 숙소로 돌아갈 차를 기다렸다. 24시가 되어서야 숙소인 샤모니 도착하였다. 모두들 걱정이 되었는 지 기다리고 있었다. 배고픔도 예상했는 지 저녁상도 차려져 있었다. 어제 오전10시에 출발해서 시작한 등정이 38시간을 채우고 마무리 되었다.

알프스원정을 함께했던 모든 형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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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르에서 본 몽블랑 정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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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모니 시내에서 본 돔 구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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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테산장으로 하산중

출처 : 엑스드림원정대
글쓴이 : 아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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