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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아프리카 음악

강대중, 송기철의 월드 뮤직. 한겨레

중미음악·토속음악 ‘짬뽕’ 독특하게 재창조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 개막식이 기억난다. 푸른 잔디 위에 홀로 선 세네갈 출신의 유쑤 엔도어는 개막식장을 검은빛의 감동으로 물들였다. 이렇게 프랑스인이 아닌 그가 세계적인 행사의 개막을 알렸다는 건, 그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례였다. 서부 아프리카 전통음유시인의 맥을 잇는 유쑤 엔도어뿐만 아니라, 이 지역 뮤지션들은 세계 곳곳에서 아프리카 음악의 품격과 뛰어남을 알리고 있다.
오늘날의 아프리카음악은 서부아프리카 출신 음악인들이 이끌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네갈, 나이지리아, 말리 등 서부아프리카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요소가 섞였음에도 독특한 자신들만의 색채를 유지하고 있고, 여기에 세계적인 수준까지 지녔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과거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의 지배를 받을 당시에 서구의 음악이 대거 유입됐다. 2차대전이 끝난 뒤 서부아프리카 해안도시들을 중심으로 유행된 쿠바음악과 자메이카의 레게, 미국의 리듬 앤 블루스와 재즈 같은 음악들은 이 지역의 토속리듬과 혼합되어 독특한 리듬과 음악들로 재창조됐다. 그리고 이런 음악들의 교류는 요즘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프로-큐반' 같은 음악의 뿌리 구실을 하고있다. 또한 이 사실은 어느 나라이건 '항구를 중심으로 음악이 발전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아프리카음악들은 '댄스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사음악이건, 전투음악 또는 사냥음악이건 간에 그 음악들은 춤을 위해 존재해 왔다. 주주, 만딩고, 하이라이프 같은 각 부족의 다양한 댄스리듬들은 북(타악기)과 일렉트릭 기타와의 조화 속에서 2차대전 이후 급속도로 대중화됐다. 나이지리아의 '킹 서니 아데'는 '주주 음악의 왕'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대부분의 아프리카 기타리스트처럼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 깡통에 줄을 매달아 기타대신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킹 서니 아데는 많은 노력 끝에 세계적인 기타리스트가 됐고, 현재 나이지리아의 국민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다. 80년대 중반 그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자 서양은 이 지역음악들과 뮤지션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이어 유쑤 엔도어, 셰이크 러, 이스마엘 러, 오우무 상가레, 알리 파르카 투우레 같은 뮤지션들이 그 음악적 우수함을 인정받아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또한 이들의 활약은 아프리카음악이 세계의 주류음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명반

오우무 상가레 <워로탄: 10개의 콜라나무 열매>
/ 워너뮤직 발매예정.



서부아프리카에는 90년대 이후 베닌 출신의 안젤리크 키드죠, 말리의 오우무 상가레 같은 걸출한 여자가수들이 등장했다. 특히 오우무 상가레의 경우 "아프리카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과 6살의 나이에 데뷔한 그는 말리의 전통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했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96년에 발표한 이 음반은 전통 리듬과 단순한 악기연주를 바탕으로 그의 호소력 짙은, 구슬픈 보컬이 음반 전체를 수놓고 있다. 그의 음악은 특이하게도 지극히 동양적인 정서를 지녔다. 그래서 우리 민요와 흡사한 느낌을 준다. 발표 당시, 외국 매스컴의 극찬을 받았던 음반이다. 그의 가사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질박한 삶을 찬양하는 내용과, 전통 혼례에 대한 비판 등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음악을 통해 여성의 권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그의 불법해적음반이 100만 장 이상 팔릴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처 : 문화, 우리 시대
글쓴이 : 겨울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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