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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 월드

원 월드

대서양 양대륙을 잇는 13인 13색


지난 2월 내한 공연을 가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국내에 월드 뮤직의 생생한
기운을 전달해주었다. 서구 음악에만 귀를 기울인 나머지 망각하고 있었던 이들의
음악은 그 자체로 월드 뮤직의 강렬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원 월드'(굿 인터내셔널)는 이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끼친 영향에 부응하는
앨범으로 쿠바 음악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서인도제도, 브라질 음악 등 13곡을 담고
있다. 대서양을 가운데 놓고 대륙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지역은 많은 것들이 다르
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공통된 문화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노예의 역사가
이 두 지역을 긴밀하게 잇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로 주거지를 이주해야 했던 사람
들. 이들이 만든 음악에는 묘한 슬픈 정서가 깃들여 있으면서도 활기찬 리듬감이
존재한다. 이론적이고 치밀한 음악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연주하는 즉흥성은 손, 맘
보, 재즈 등 새로운 음악 형식을 만들어냈고, 음악 역사의 한줄기로 자리잡았다.
이 음반에 참여한 13명 연주가의 면면을 살펴보면 낯설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음악
자체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같이 굉장히 친근하다. 지난 1939년 창단해 쿠
바에서 차차차 열풍을 일으킨 바 있는 오케스트라 아라곤. 이 밴드는 1959년 쿠바
혁명 당시에 정부가 '쿠바의 새로운 문화가치'로 인정해 손, 맘보, 룸바, 차차차 등의
음악을 세계에 알린 주역이었다. 이들이 연주하는 '이사벨 여왕'은 플루트, 바이올
린, 퍼커션, 피아노의 리듬에 생명력 넘치는 보컬이 첨가된 인상적인 곡이다. 또 '농
촌의 경이로움'을 연주하는 셉테로 하바네로는 오케스트라 아라곤과 마찬가지로 아
프로-쿠반 재즈 그룹. 이들은 1920년에 창단한 쿠바에서 가장 오래된 밴드 중 하나
다. 이 곡은 지난해 3월 밴드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며 부른 것으로 생명에 대한 사
랑과 애정을 노래로 담고 있다.

낯선 연주가들 그러나 친근한 음악

반면 아프리카 출신의 연주가들이 부르는 노래는 타악기의 울림과 아프리카의 전통
리듬이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다. 살리 뇰라의 '단결'은 카메룬 남부의 전통 타악
리듬인 '비쿠치'를 차용하고 있다. 조그만 의자에 앉아 노래하는 비쿠치 음악은 고
통을 덜고, 아픔을 치료하기 위한 음악으로, 그녀는 이 전통리듬에 서양의 음악을
접목시켜 소화해내고 있다. 가나 출신의 메이와이가 부르는 '레 보니악'과 앙골라
출신의 봉가 쿠엔자의 '인칼디도'도 주로 기타에 의해 연주되고 있지만 토속적인 아
프리카 리듬이 돋보이는 곡이다. 메이와이는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쿠엔자는 목이
쉰 듯한 거칠음으로 우주, 무한성, 아프리카의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빌리 할리데이로 불리는 세자리아 에보라가 부른 '5월 1일'은 그녀가 왜 서인도 제
도의 뱃사람과 상인들에게 최고로 인기 있는 가수인지를 뛰어난 음악성으로 증명하
고 있다. 이밖에 다카에서 태어난 보이 게 멘데스가 자신의 고향에 대한 사랑을 담
은 '팜파리오' 등도 소박한 아프리카의 리듬이 묻어나는 곡이다.
"나는 진정한 농부라네/나는 산골마을 씨마론 출신이고 내 처지도 잘 알지/내 출신
도 알고/수레를 끌고 다니며 숯과 사탕수수 냄새를 맡는 곳/필요하다면 비행기로
멀리 갈 수도 있지만/그러나 나는 언제나 돌아오리/나는 확신해"
쿠바의 폴로 몬타네즈가 부른 '새해의 동틀녘'은 이들 지역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
해주고 있는 곡이다. 전문적으로 음악을 공부해본 적이 없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소박하고 낙천적인 가사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그렇고, 활기찬 리듬
또한 비슷하다. 그러나 이 음악들을 듣고 난 뒤에는 묘한 여운이 남는다. 어쩌면 그
것은 그들 운명 속에 숨어있는 역사성이 음악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출처 : 문화, 우리 시대
글쓴이 : 겨울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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