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구조 개혁 공익적 민영방송 실현을"
경인방송 노조 파업 왜 하나
15일부터 경인방송(iTV)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전면파업 이후 각 부서별 파업을 진행한 지 1주일 만이다.
iTV 노조의 이번 파업은 회사측의 임금 삭감 요구로 임금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지만, 핵심 요구는 ‘공익적 민영방송’ 추진안이다.
노조는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을 상대로 공익재단 설립과 사장 공모 추천제 도입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동양제철화학은 ‘노조와 대화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사이를 오가며 설득작업을 벌이던 iTV 이문양 사장은 “더 이상 사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노조와 대주주가 의견접근에 실패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iTV는 오는 23일 방송위원회의 조건부 방송 재허가 심사를 받게 된다.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iTV는 내년 방송 전파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공익적 민영방송은
방송 전파는 사적 소유물이 아닌 ‘공공재’다. 때문에 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론노조 등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가 대표적인 민영방송사인 SBS를 두고 ‘세습경영’이라거나 ‘지나친 상업성’을 비판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올 초 iTV 노조는 방송계에 ‘공익적 민영방송’이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지난해 iTV 노조 산하 개혁위원회가 장고 끝에 내린 결론으로, 노조는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iTV의 유일한 생존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방송의 극단적 상업주의와 사적 소유화, 세습화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란 점을 강조한다.
공익적 민영방송은 민영방송이라도 ‘사익’ 보다는 방송언론의 ‘공공성’을 앞세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iTV 노조는 제도 개혁과 프로그램 개혁, 소유구조 개혁 등을 내세우고 있다.
대주주의 소유지분을 낮추고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등 소유구조를 바꾸고, 사장공모 추천제를 통해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받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여기에 지역 민영방송으로서 경영과 편성과정에 지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케 하는 등 ‘지역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왜 공익적 민영방송인가
‘젊은 방송’을 표방하고 있는 iTV는 1997년 개국이후 방송계에 새로운 방송기법을 제시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게릴라 리포트나 시대공감, 리얼TV ‘경찰24시’, 네트워크 광장 등 공익적 성격이 강한 이들 프로그램이 다른 방송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 프로 게이머들의 ‘게임’ 프로그램이나 ‘박찬호 중계’ 또한 iTV가 처음 시도한 프로그램들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흡했다. 그동안 iTV는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 밖에 머물러 있었고, 특히 방송국 개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천시민들로부터 ‘배신자’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iTV 노조는 이번 파업 과정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적 적자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니기 위해 ‘권역확대론’을 펼치면서, 지역성 강화를 요구하는 ‘인천시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등 지역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잘못으로 꼽고 있다.
내부에서는 단 한번도 동양제철화학의 폐석회 문제를 보도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또다른 형태의 사적 소유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노조가 ‘공익적 민영방송’을 위한 우선 실천과제로 ‘지역성’을 꼽는 이유다.
현재 iTV의 재정상태는 극히 열악하다. 자산은 2003년 현재 87억원. 토지(8억원)와 방송장비(79억원)를 합친 금액이다. SBS로부터 프로그램을 공급받고 있는 부산방송은 367억원, 광주방송은 250억원, 대전방송은 134억원이다.
iTV는 매년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에게 건물 임대료로 수십억원을 준다. 창사 이후 지금까지 임대료 비용만 250억원에 이르고, 리스비용도 267억원에 달한다. 동양제철화학이 iTV에 출자한 금액은 399억원이다.
iTV 노조는 ‘대주주 책임론’을 들고 나오며,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소유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성 있나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노조 정책위원인 양문석 박사는 “방송시장의 변화로 실현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방송법 개정으로 KBS의 수신료가 올라갈 경우, 그에 따른 KBS2 TV 광고수익의 80%가 방송시장으로 되돌아 나오게 되므로 iTV 광고수익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한 100% 자체제작 시스템을 갖고 있고 경기남부권역까지 방송송출이 가능해진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역성을 담보하지 않을 경우, 공익적 민영방송은 실현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천대 이수범 교수는 “경인방송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너무 많아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사주가 경영권과 재산권을 포기하면서 공익재단을 설립할 지 의문이고, 방송광고시장이 커진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경인방송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능력이 뒤떨어지는 상황에서 상업방송사와의 경쟁에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지역성에 근거한 프로그램 차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TV 안팎에서는 또한 효용가치가 떨어진 iTV를 동양제철화학이 유지할 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방송 재허가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재허가 추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iTV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계획 △방송발전기금 납부계획 △최다주주 보유 우선주의 구체적 처분 계획 등을 확인한 뒤 재허가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3일 회사 관계자를 출석시켜 의견진술을 청취할 예정이다. 방송위는 여기에 노·사·대주주간 3자합의를 요구한 상태다.
이와관련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은 최근 노조에 ‘대화합선언(안)’을 제시했다. 지분제한 초과 우선주(202만6천920주)를 사원들에게 염가(100원)에 매각하고, 증자 등 대주주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조합에게는 분규없는 임단협 합의와 대주주를 상대로 한 일체의 교섭요구를 하지말 것을 제기했다.
노조측이 제시한 ‘공익적 민영방송’ 실현을 위한 요구안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iTV 노조는 “공익적 민영방송을 실현하기 위해선 대주주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허가 심사를 1주일 앞둔 현재까지도 노조와 대주주는 의견대립이 팽팽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심사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
경인방송 노조 파업 왜 하나
15일부터 경인방송(iTV)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전면파업 이후 각 부서별 파업을 진행한 지 1주일 만이다.
iTV 노조의 이번 파업은 회사측의 임금 삭감 요구로 임금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지만, 핵심 요구는 ‘공익적 민영방송’ 추진안이다.
노조는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을 상대로 공익재단 설립과 사장 공모 추천제 도입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동양제철화학은 ‘노조와 대화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사이를 오가며 설득작업을 벌이던 iTV 이문양 사장은 “더 이상 사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노조와 대주주가 의견접근에 실패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iTV는 오는 23일 방송위원회의 조건부 방송 재허가 심사를 받게 된다.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iTV는 내년 방송 전파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공익적 민영방송은
방송 전파는 사적 소유물이 아닌 ‘공공재’다. 때문에 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론노조 등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가 대표적인 민영방송사인 SBS를 두고 ‘세습경영’이라거나 ‘지나친 상업성’을 비판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올 초 iTV 노조는 방송계에 ‘공익적 민영방송’이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지난해 iTV 노조 산하 개혁위원회가 장고 끝에 내린 결론으로, 노조는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iTV의 유일한 생존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방송의 극단적 상업주의와 사적 소유화, 세습화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란 점을 강조한다.
공익적 민영방송은 민영방송이라도 ‘사익’ 보다는 방송언론의 ‘공공성’을 앞세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iTV 노조는 제도 개혁과 프로그램 개혁, 소유구조 개혁 등을 내세우고 있다.
대주주의 소유지분을 낮추고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등 소유구조를 바꾸고, 사장공모 추천제를 통해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받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여기에 지역 민영방송으로서 경영과 편성과정에 지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케 하는 등 ‘지역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왜 공익적 민영방송인가
‘젊은 방송’을 표방하고 있는 iTV는 1997년 개국이후 방송계에 새로운 방송기법을 제시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게릴라 리포트나 시대공감, 리얼TV ‘경찰24시’, 네트워크 광장 등 공익적 성격이 강한 이들 프로그램이 다른 방송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 프로 게이머들의 ‘게임’ 프로그램이나 ‘박찬호 중계’ 또한 iTV가 처음 시도한 프로그램들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흡했다. 그동안 iTV는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 밖에 머물러 있었고, 특히 방송국 개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천시민들로부터 ‘배신자’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iTV 노조는 이번 파업 과정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적 적자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니기 위해 ‘권역확대론’을 펼치면서, 지역성 강화를 요구하는 ‘인천시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등 지역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잘못으로 꼽고 있다.
내부에서는 단 한번도 동양제철화학의 폐석회 문제를 보도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또다른 형태의 사적 소유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노조가 ‘공익적 민영방송’을 위한 우선 실천과제로 ‘지역성’을 꼽는 이유다.
현재 iTV의 재정상태는 극히 열악하다. 자산은 2003년 현재 87억원. 토지(8억원)와 방송장비(79억원)를 합친 금액이다. SBS로부터 프로그램을 공급받고 있는 부산방송은 367억원, 광주방송은 250억원, 대전방송은 134억원이다.
iTV는 매년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에게 건물 임대료로 수십억원을 준다. 창사 이후 지금까지 임대료 비용만 250억원에 이르고, 리스비용도 267억원에 달한다. 동양제철화학이 iTV에 출자한 금액은 399억원이다.
iTV 노조는 ‘대주주 책임론’을 들고 나오며,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소유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성 있나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노조 정책위원인 양문석 박사는 “방송시장의 변화로 실현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방송법 개정으로 KBS의 수신료가 올라갈 경우, 그에 따른 KBS2 TV 광고수익의 80%가 방송시장으로 되돌아 나오게 되므로 iTV 광고수익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한 100% 자체제작 시스템을 갖고 있고 경기남부권역까지 방송송출이 가능해진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역성을 담보하지 않을 경우, 공익적 민영방송은 실현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천대 이수범 교수는 “경인방송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너무 많아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사주가 경영권과 재산권을 포기하면서 공익재단을 설립할 지 의문이고, 방송광고시장이 커진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경인방송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능력이 뒤떨어지는 상황에서 상업방송사와의 경쟁에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지역성에 근거한 프로그램 차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TV 안팎에서는 또한 효용가치가 떨어진 iTV를 동양제철화학이 유지할 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방송 재허가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재허가 추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iTV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계획 △방송발전기금 납부계획 △최다주주 보유 우선주의 구체적 처분 계획 등을 확인한 뒤 재허가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3일 회사 관계자를 출석시켜 의견진술을 청취할 예정이다. 방송위는 여기에 노·사·대주주간 3자합의를 요구한 상태다.
이와관련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은 최근 노조에 ‘대화합선언(안)’을 제시했다. 지분제한 초과 우선주(202만6천920주)를 사원들에게 염가(100원)에 매각하고, 증자 등 대주주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조합에게는 분규없는 임단협 합의와 대주주를 상대로 한 일체의 교섭요구를 하지말 것을 제기했다.
노조측이 제시한 ‘공익적 민영방송’ 실현을 위한 요구안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iTV 노조는 “공익적 민영방송을 실현하기 위해선 대주주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허가 심사를 1주일 앞둔 현재까지도 노조와 대주주는 의견대립이 팽팽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심사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와이어 원글보기
메모 :
'경인TV방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PD연합회보] iTV노조 파업 결의대회 현장을 가다 (0) | 2005.12.10 |
---|---|
[스크랩] [한겨레신문] "공익적 민영방송으로 거듭나야" (0) | 2005.12.10 |
[스크랩] [주간미디어리뷰] iTV파업사태 해결방안 없나? (0) | 2005.12.10 |
[스크랩] [오마이뉴스] 파업이틀째 경인방송 사장 사퇴의사 밝혀 (0) | 2005.12.10 |
[스크랩] [매일경제]iTV 이문양 사장 사의 표명 (0) | 2005.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