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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주간미디어리뷰] iTV파업사태 해결방안 없나?

[주간 미디어 리뷰: 방송] iTV 파업 사태 해결방안 없나?

  3년 전 이맘 때로 시계를 되돌려봅니다. CBS 노동조합은 이른바 `충성 편지' 등을 문제 삼아 권호경 사장과 대립하다가 사장청빙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며 265일이라는 기록적인 파업을 벌였습니다.

6월 26일 협상이 타결됐지만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가 재파업을 시도하려고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방송위원회는 CBS에 대해 10월 8일부터 20일까지 특별감사를 실시해 △방송사업자의 의무사항 준수 여부 △재단이사회 등 법인운영 위법성 △회계관리의 적법성 등을 조사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방송위는 "노사 갈등 재연으로 방송 운영의 파행이 예상됨에 따라 이를 방지할 책무가 있는 방송 주무관청으로서 방송사업자의 의무이행사항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위법부당한 사안을 시정하게 하겠다"고 배경을 밝혔지요.

그러나 8명의 방송위 감사팀은 감사를 실시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CBS는 "방송위가 노사문제에 직접 개입해 노조의 이익을 도모할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민법상의 검사, 감독권을 현저히 벗어난 위법행위이자 노동 관련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자료 제출 등 감사를 전면 거부한 것이지요.

방송위는 이튿날 지상파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 추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CBS 13개 채널에 대해서는 "방송평가와 심사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잠정적으로 재허가 추천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방송위는 15일 특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CBS의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CBS는 우여곡절 끝에 11월 30일 `3개월 이내에 CBS 건물에 대한 공인 감정기관의 감정평가를 실시한 뒤 이를 반영한 재무제표와 향후 3년간의 추정 재무제표를 작성해 제출할 것"이라는 조건과 함께 재허가 추천장을 받았습니다.

재허가 추천 보류가 발표됐을 때부터 조건부 재허가 추천을 받을 때까지 54일간은 CBS에 피를 말리는 나날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방송위가 재허가 추천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랬으니까 CBS가 방송위 특감을 연거푸 거부하겠다는 호기를 부렸을 테고, 방송위도 재허가 추천 거부 이후의 법적 미비점을 전혀 보완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다 아시다시피 CBS는 1954년 12월 15일 개국한 최초의 민영방송이고 1980년 언론통폐합의 태풍 속에서도 보도와 광고가 금지당하며 전파를 이어온 우리나라 방송계의 상징적인 존재여서 방송 면허를 빼앗는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지요.

자 이제 다시 3년 후로 돌아옵시다. iTV는 공익적 민영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회사측이 실질임금 50% 삭감을 요구해 파업을 결의한 것이지만 노조가 얻어내려고 하는 목표는 방송위가 처분을 명령한 우선주를 받아 비영리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것과 사장 공모추천제와 본부장 중간평가제 등 제도 개혁입니다(CBS 노조도 임금 문제로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iTV 노조는 9일 하루 전면 파업을 벌인 뒤 10일부터 국별로 돌아가며 파업을 펼쳤습니다. 이 때문에 뉴스가 거의 중단되고 있고 상당수 정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지 못한 채 재방송과 기존 제작분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15일부터는 전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방송위는 노사가 협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의견진술 날짜를 23일로 멀찌감치 잡아놓았지요.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 보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문양 사장도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과 노조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출근하지 않고 있지요.

동양제철화학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임금 삭감안을 철회하지만 나머지 요구사항은 들어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우선주 노조 배정은 법적 근거가 없어 나머지 주주들로부터 배임행위로 고발당할 수도 있으며 나머지 요구조건도 대부분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3년 전 방송위는 CBS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자 대화기구 구성을 제안하는 한편 파행 방송을 재허가 추천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노사 분쟁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파업 타결 후에도 재연 조짐이 있자 특감을 실시하고 재허가 추천을 보류하는 등 강수를 두기도 했지요.

아직까지 방송위는 iTV 파업 사태를 중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어야 할 처지이므로 몸조심하려는 태도로도 비칩니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방송위 말고는 중재할 곳이 없습니다. 더욱이 방송위는 재허가 추천 심사중이기 때문에 노조든 지배주주든 압박할 힘도 있습니다. 지금 인천과 경기 남부 주민들은 시청권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당장 중재에 나설 것을 호소합니다.

평소 방송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 "시청자들을 볼모로…" 운운하며 노조의 파업 철회를 요구하던 중앙일간지들도 iTV가 서울에 나오지 않기 때문인지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iTV 노조로서는 노조를 향한 질타나 비판보다 무관심이 더욱 서러울 겁니다.

MBCㆍKBSㆍSBS, 방송위에서 의견진술

MBC와 KBS는 8일 방송위에서 의견진술을 했습니다. MBC의 이긍희 사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방송위가 아닌 외부에서 이 문제가 불거져 2차 의견청취까지 오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는군요. MBC는 방송부지로 매입해 채권 구매를 면제받았다가 3분의 2는 다른 용도로 변경한 것에 대해 "고의로 채권 매입을 회피한 것이 아니며 지금이라도 필요하다면 매입하겠다"고 대답했답니다. 채권 가격은 30억원 가량 된다고 하네요.

KBS는 적자 예산 편성에 따른 경영개선 계획을 지적받았는데 내년 전체 경비를 줄여 적자 폭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5일에는 SBS가 의견진술에 나섭니다. 이 날은 SBS가 창사 기념 행사를 개최하는 날(창사일은 14일이나 일요일이어서 하루 미뤘음)인데 생일 잔칫상 차리면서 염라대왕에게 수명을 늘려달라고 빌어야 하는 셈이어서 마음이 착잡하겠습니다.

12일 국회에서도 SBS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은 SBS 허가 의혹 등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당의 강기정 의원도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을 통한 하수처리사업권 수주 의혹 등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지요. 이해찬 총리는 "SBS가 허가 당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방송위가 관리 감독할 사항이며, 감사원 감사는 검토해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16일은 GTB에 대한 청문이 이어집니다. GTB야말로 저승사자들의 손에 이끌려 명부로 가는 심정일 겁니다.

지상파DBM 사업자 선정방안에 대한 공청회

12일 방송회관에서는 지상파DMB의 사업자 선정방안을 두고 1차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제안 설명에 나선 양한열 방송위 지상파방송부장은 "올해 말까지 지상파DMB의 사업자 선정방안을 확정해 내년 1월 신청 공고를 거쳐 3월 초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뒤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첫번째(1-1안)는 지상파TV 사업자군과 비지상파TV 사업자군으로 구분해 비교 심사한 뒤 각각 3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지상파TV 사업자는 TV 2개 채널을 지상파 디지털TV(DTV) 재송신용으로 구성해야 하며 비지상파TV 사업자는 신규 서비스 중심으로 채널을 구성하도록 했습니다.

두번째(1-2안)는 사업자 구도는 1-1안과 같고 두 사업자군 모두 DTV 재송신 채널 한 개씩을 구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2안)는 사업자군 구분 없이 동일한 심사기준에 의해 비교우위에 있는 6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채널 구성 원칙은 1-2안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3안은 사업자 구도는 1-1안이나 1-2안과 똑같고 채널 구성은 DTV의 이동 수신이 확보될 수 있도록 편성계획을 수립하되 100% 동시 재송신 의무는 부여하지 않고 사업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입니다.

토론자들은 모두 완전경쟁이 원칙적으로는 맞겠지만 지상파TV의 비교우위가 워낙 뚜렷하므로 신규 사업자의 참여를 보장해 지상파 독점을 완화하려면 사업자군을 나눠 심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의견이 엇갈린 것은 채널 구성이었습니다. 1-1안에는 지상파 사업자들이 반대하고, 신규 사업 희망자들은 1-2안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주시청시간대가 다르고 이용자들의 시청 패턴이 달라 지상파를 단순히 동시 재송신하는 것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지적됐지요. 결국 3안이 대세를 이뤘는데 문제는 지상파 재송신을 얼마나 하도록 의무화하느냐가 쟁점이었지요.

방송위가 허가하려는 사업자는 6개입니다. 방송위가 제시한 모델에 따르면 한 사업자는 비디오 채널 두 개와 오디오 혹은 데이터방송 채널 한 개를 하든지 비디오 채널 한 개와 오디오와 데이터방송 채널 4∼6개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방송위, 정보통신부, KBS, 언론노조가 DTV 전송방식에 합의하면서 전제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시청자가 이동 중에도 보편적인 방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북대 최용준 교수는 이 점을 들어 1-1안이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도권에는 KBS1, KBS2, MBC, SBS, EBS, iTV 등 5개 방송사업자의 6개 TV 채널이 있지요. 사업자군을 나눠 선정하면 두 개 방송사는 탈락하고 신규 사업자가 재전송해주도록 바라야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비디오 채널 한 개를 재전송용으로 떼주고 자체 편성 비디오 채널 하나를 운영하면 여유분이 없다는 겁니다. 토론자 중 몇몇은 이동방송에서 라디오의 중요성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점을 지적했고 비디오와 오디오의 연동형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참석자도 있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 PD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도 공청회 전날 성명서를 내 "모든 지상파 TV의 재송신을 강제하는 채널 정책을 재고하고 라디오 디지털 전환을 위해 VHF 채널을 추가로 배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실 지상파DMB가 사용하려는 VHF 12번이 원래는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DAB(디지털 오디오 방송)용으로 할당된 주파수 대역이었기 때문에 말할 자격이 충분하지요.

그런데 사회를 보던 최성진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가 "지상파DMB 단말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유효전송률 1.152Mbps 범위에서 비디오 채널이 4개 이상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해 공청회장이 술렁거렸습니다.

즉각 방청석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 "방송위의 제안 설명을 전제로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회자가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더군요. 사회자도 방청객 발언의 취지를 인정한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수습했는데 정말 사회자 말대로라면 사업자 구도나 채널 구성 방식이 통째로 바뀔 수밖에 없겠지요.

TU미디어, 위성DMB 사업자에 단독 신청

지상파DMB보다 한 발짝 앞서가고 있는 위성DMB는 10일 사업자 허가추천 신청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예상대로 컨소시엄 TU미디어가 단독으로 신청서를 냈지요. TU미디어 컨소시엄에는 SK텔레콤을 비롯해 MBCo, 삼성전자, MBC, SBS 등 155개 법인(개인주주 제외)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TU미디어는 최대 비디오 14개, 오디오 24개 채널을 운영하고 2006년부터 데이터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 초 시험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는데 상용 서비스는 지상파 재전송 허용 방침과 연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열린우리당까지 나서 위성DMB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와 관련한 방송위와 정통부의 입장 차이를 조정하겠다고 하는데 진전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20일에는 서강대에서 방송학회 가을철 학술대회와 정기총회가 열립니다. 백선기 성균관대 교수와 이권영 광주대 교수 두 명을 놓고 차기 방송학회장 선거도 치릅니다.

18일과 19일에 저는 제주도에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올 예정입니다. 방송위가 미디어 담당 기자를 초청해 제주 한화콘도에서 세미나를 연답니다. 정순경 기획관리실장과 김춘식 방송정책실장이 각각 '방송법 개정 방향'과 '방송통신 구조개편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기자들과 토론을 벌이게 됩니다.

지상파 재허가 추천 심사위원장인 성유보 상임위원도 동행한다고 하니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주 이 글을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이희용 기자[연합뉴스 문화부] heeyong@yna.co.kr

※ <주간 미디어 리뷰>는 한국언론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와이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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