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인TV방송

[스크랩] [인천일보]iTV ‘행정심판’ 청구의 그늘

2005.02.03 17:56   이충환 ( iTV희망조합원, 전 iTV 보도국 팀장)


iTV 법인측이 방송위원회에 재허가 추천거부 결정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거부 결정이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재허가 추천거부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도 곧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iTV를 되살려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회복시키도록 하겠다는 것이 표면상의 취지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도리어 인천 경기지역 주민들의 지역민방 시청권의 박탈을 영구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최근 인천 경기지역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기존의 iTV는 지배주주의 운영능력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퇴출된 것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오는 6월까지는 iTV 퇴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천 경기지역에 새로운 방송사 설립을 위한 컨소시움 구성권을 우선적으로 부여하되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방송위원회의 이같은 방침 표명은 결코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 일정을 서두를 하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방송위원회가 이렇게나마 대략적인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인천 경기지역 민방의 조속한 재건을 희구하는 ‘사회적 압력’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는 iTV 퇴출로 인해 가장 큰 피해자가 된 인천 경기지역 시청자들을 비롯해 지역시민사회단체, 언론관련단체 등으로부터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을 무작정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iTV법인측의 행정심판 청구는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방송위원회에게 시간을 벌게 해주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낳게 한다. 일정의 촉박성을 느끼지 않는 방송위원회에게 통상 60일, 부득이한 경우 90일의 심판처리기간은 ‘6월내 방안 마련’ 약속의 시간적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iTV법인측이 곧 행정소송까지 제기할 것이라는 대목에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소송은 최소 1년6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이어지는 장기간의 법적 다툼이다. 이 법적 분쟁이 존재하는 기간동안에는 자진폐업을 선언한 뒤 방송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있는 기존의 iTV법인 외에 새로운 지역민방이 들어서기 어려운 것은 필연의 이치다. 있을 때도 지역민방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해 지역시청자의 알 권리와 볼 권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iTV는 스스로 폐업을 선언한 이후에도 지역시청자들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되는 셈이다.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최장 3년의 기간동안 수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 사이 방송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돼 교체가 예상되며, 대통령선거도 있다. 대한민국의 방송정책이 또 어떻게 바뀌게 될 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 길고 긴 시간동안 지역시청자들의 볼 권리와 알 권리는 어떻게 되든 말든 그때까지 무조건 버텨서 상황변화를 기대해보자는 계산이 기존의 iTV법인측에 작용했음직하다. 또 행정심판 청구와 행정소송 제기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당장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법인파산선고’의 위험을 피해보자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는 사안에 대해 법원이 파산선고를 내리는데 부담을 갖도록 하자는 노림수일 수 있다.


이처럼 iTV 법인측의 행정심판 청구와 행정소송 제기는 표면상의 취지와는 달리 자칫 인천 경기지역 민방이 장기간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초래할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없는 것은 곧 잊혀지며, 잊혀지면 되찾기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스스로 폐업을 선언한 iTV법인은 하루라도 빨리 청산작업에 착수해 새롭고 진정한 지역민방 설립노력에 길을 터주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중앙으로, 중앙으로"를 외치며 ‘탈지역’을 꾀하다 제 땅조차 일구지 못한 iTV가 지역사회와 지역시청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 아닌가.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바다사랑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