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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국민일보]이상희 아나운서“경인지역 새방송 희망을 띄웁니다”

이상희 아나운서“경인지역 새방송 희망을 띄웁니다”
[국민일보 2005-03-14 18:21]

 iTV 희망조합(전 노동조합)이 새 봄을 맞아 작은 씨앗을 심었다. ‘경인지역 새방송 설립을 위한 주비위원회’가 그것이다.

 

 14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주비위 출범식에는 경기·인천·서울지역에서 온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고,1000명이 넘는 주비위원 명단이 발표됐다.

 

 이날 행사는 이상희(34) 전 iTV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인천 학익동 iTV 본사 정문 앞에서 열린 고별방송 행사를 진행하며 눈물범벅으로 iTV의 정파를 알렸던 12년차 여자 아나운서. 3개월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은 이씨는 앞자리까지 빽빽이 채운 청중들을 향해 “오늘 경인지역의 새 방송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고 선언했다.

 

 극심한 노사대립을 계속 하다가 지난해 연말 방송위원회로부터 재허가를 거부당해 7년간 몸담았던 방송사가 문을 닫던 날,이씨는 동료들과 함께 ‘희망의 편지’를 썼다. “반드시 좋은 방송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쓴 편지를 그녀는 회사 앞 정원의 벚꽃나무에 걸었다. 봄이 돼서 벚꽃나무가 꽃망울을 틔우면 ‘좋은 방송’을 향한 이씨와 동료들의 염원도 싹을 틔우길 바라면서.

 

 이씨와 iTV 직원들에게 지난 겨울은 길고 추웠다. 모두 실업자가 됐고,새 방송사 설립은 불가능 이상으로 보였다. 우유를 끊고 아이들 학원을 끊는 동료들이 늘어 갔다. 이씨 역시 그동안 몰고 다니던 차를 두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같은 회사 PD였던 남편도 함께 일자리를 잃은 터다.

 

 “실업급여 받고 적금을 깨서 생활비에 써요. 뉴스로만 전하던 실업자 경험을 직접 하면서 반성을 많이 합니다. 이전에 우리의 잣대가 굉장히 차가운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고,그래서 요즘 방송에 대해서 새로 공부하는 것 같아요.”

 

 iTV에서 저녁 뉴스인 ‘뉴스 10’을 진행했던 이씨는 다른 방송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으나 회사를 옮길 생각은 없다. “일자리를 잃는 한이 있어도 더는 자괴감을 가진 채 방송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파업을 했어요. 그리고 좋은 방송사를 만들고 거기서 신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고요.”

 

 iTV 대주주와 맞섰던 200여명의 직원들은 방송사 폐쇄 후에도 도시락을 싸 들고 희망조합 사무실로 모인다. 생활을 위해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로 일하지만 희망조합을 떠나지 않는 이들은 퇴직금의 20%를 떼 이미 10억원의 새 방송 건립기금을 조성한 상태.

 

 14일 주비위가 출범함에 따라 iTV 희망조합은 앞으로 주비위의 한 세력으로 들어가 새 방송사 건립 작업을 주도한다. 주비위는 시민들과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4∼5월쯤 창사위원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체 500억 규모로 예상되는 창사자금 중 10%에 해당하는 50억원을 시민주로 채우겠다는 이들의 계획은 방송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이씨는 “건강한 자본과 건강한 정신,그리고 건강한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공익적인 지역방송이 우리가 꿈꾸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방송위가 오는 6월까지 경인민방 새 사업자 공모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경인지역의 새 민방이 전파를 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김남중기자,사진=이동희기자 njkim@kmib.co.kr

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오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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