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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노컷뉴스]"박찬호 기쁨이 곧 제 기쁨" 돌아온 MLB 캐스터 정지원

"박찬호 기쁨이 곧 제 기쁨" 돌아온 MLB 캐스터 정지원
[노컷뉴스 2005.04.16 11:27:30]
박찬호의 시즌 첫승, 최희섭의 홈런포에 누구보다 기뻐했던 사람이 있다.98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경기중계를 도맡아왔던 정지원(37) 전 iTV(경인방송) 캐스터. 그가 4년 만에 메이저리그 중계석으로 돌아왔다.

"지난 4년간 사실상 부진했던 박찬호 선수가 시즌 첫승을 올리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어요.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제대로''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저도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었으면 합니다."돌아온 메이저리그 중계 전문 아나운서지난 98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 전문요원으로 활약해온 정지원 캐스터. 그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눈썰미만은 여전하다.

"최근 박찬호 선수가 땅볼투수로 전환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스프링 캠프에서 그만큼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얘기죠. 시애틀 첫 경기에서 박 선수의 이번 시즌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좌타자를 상대하는 힘도 좋아졌고, 투심패스트볼이 완숙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이번시즌 그의 활약이 기대됩니다"그의 공백도 박찬호 만큼이나 길었다. 스포츠 중계 캐스터에서 취재기자로 잠시 옮기는 등 메이저리그와도 잠시 뒤돌아서야 했다.

"그동안의 공백으로 인해 무척 걱정이예요. MLB 팬층의 수준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높아졌고, 막상 다시 중계석으로 돌아왔지만 부담이 많이 되네요."정 캐스터의 입이 한마디한마디 무겁게 떨어졌다.

"Xports에서 저를 불러줬을 때는 무척 고민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지난해 말 iTV가 폐업조치 되고 희망조합 일을 해오면서 동료들이 저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혼자 일할 수는 없겠더라구요. 할 수 없이 고사했죠."정 캐스터는 지난 2월 처음 케이블 Xports 채널(㈜썬티브이)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다. 아나운서 팀장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중계석에 앉고 싶었지만 앉을 수 없었다. ‘공익적 민방’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지난 2년간 경인지역 새방송 설립 주비위원회 소속 희망조합의 집행부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확고했던 그의 신념에 살짝 빛이 스며들었다. 조합원들을 비롯해 주비위 등이 퇴직금 등을 일부 모아 새방송 설립 희망기금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정 캐스터의 굳었던 마음이 움직였다.

"지난 3월 25일 Xports 쪽에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어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죠. 희망기금을 모집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Xports 쪽에서도 희망조합에 도움을 주겠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저도 비용의 일부를 조합에 낼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작스럽게 방송을 시작한 겁니다.""Xports 제의에 iTV 동료 얼굴 생각, 고민 많았습니다"최근 iTV 파산신청 철회로 동료들의 숨통도 트였다. 퇴직금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실업급여도 어느정도 해결됐지만 6개월 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곁다리로 방송활동을 하면서 기금조성에 일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가벼워졌다.

그의 방송시작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실어줬다. 특히 그의 단짝인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의 독려가 컸다. 축구에 송재익-신문선 듀오가 있다면,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에는 정지원-송재우가 있다고 할 정도로 콤비 플레이가 뛰어나다.

"30대 초반에 만났어요. 98년에 스포츠서울의 문상열 기자와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문 기자가 갑작스레 해외특파원으로 나가는 바람에 중계방송 해설자를 졸지에 잃어버렸죠. 부랴부랴 미국에서 불러온 분이 바로 송재우 해설위원이에요. 99년부터 본격적으로 2000년까지 함께 단짝으로 활동했어요."
정지원 캐스터는 올해 서른 일곱의 노총각이다. 남자가 봐도 잘생긴 얼굴의 호남형인 그가 아직 결혼을 안했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인연이 닿으면 좋은 사람 만나겠죠."결혼 이야기에 짧게 대답을 끊는 그의 목소리가 잠시 무겁게 느껴졌다. 혼기를 놓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난 2년간 iTV 희망조합 집행부 활동을 해온데다, 지난해 부친께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회사 사정도 사정이지만 아버님 건강이 위독해져 병수발에 정신이 없었다.

"밤낮으로 온 가족이 기도했어요. 덕분인지 아직 병원에 계시긴 하지만 아버님께서도 많이 좋아지셨고요. 최근에는 크리스찬이 되었어요. 간절한 기도가 아버님을 살렸다는 생각에 신앙으로 발전한거죠.""꾸준히 이어지는 팬레터...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믿어요"정지원 캐스터도 왕년(?)에는 인기가 많았다. 하루에 50여통씩 팬레터가 그의 우편함을 꾸준히 메웠다.

"편지 50통 중 10통은 여성 팬들이었어요. 최근에는 희망조합 집행부를 하면서 지난 겨우내 고생하다 보니 얼굴이 많아 삭았더라구요. 투쟁활동이 겹치다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호탕한 웃음이 번지는 정 캐스터와의 대화 내내 푸근한 기운이 몰려왔다. 그 기운은 다시 그의 동료들에게 몰려갔다.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순수한 마음, 지역성에 충실하고 공익성있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저와 동료들의 마음에는 아직 변함이 없어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라 믿습니다."그가 Xports에서 메이저리그 첫 중계방송을 맺을 때 던진 클로징 멘트가 생각난다. "아직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겨울이 무섭고 추워도 반드시 봄은 온다"고 했던가. 그와 그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화창한 봄 햇살이 쏟아지길 기대한다.

노컷뉴스 김민수기자 naites@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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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와이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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