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1 (수) 15:33 |
[굽이굽이 녹색물결 동강] 산따라…물따라…오던길 되돌아보며 마냥 흐르고 싶어라 | |
붓을 닮은 붓꽃의 꽃망울이 지나간 자리에 강물이 흐르고 오리 가족은 거울 같은 수면에서 물수제비를 뜬다. 다시 붓꽃에 색색의 물감을 묻혀 점을 찍는다. 솜방망이 찔레꽃 황새냉이 산괴불주머니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다. 동강 어라연 계곡의 초여름 풍경화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하늘에서 만나는 동강 어라연 계곡은 어떤 모습일까.길섶 미나리아제비가 산골 처녀처럼 수수한 강원 영월에서 다슬기 줍는 아낙과 강변 미루나무가 정겨운 동강을 거슬러 오르면 어라연 계곡의 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잣봉 산행로가 펼쳐진다. 산행 들머리는 거운리의 동강관리소 앞. 여름 야생화들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숲길을 따라 100m 쯤 오르면 첫 번째 삼거리가 나타난다. 느닷없는 굉음과 함께 뽀얀 흙먼지를 꼬리에 달고 달리는 20여대의 ATV(사륜구동 오토바이)가 생경하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20분쯤 오르면 작은 마차마을과 어라연으로 가는 두 번째 삼거리를 만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변길의 호젓함과 어라연 계곡의 비경을 보고 싶은 성급함에 오른쪽 길을 택한다. 하지만 동강 서쪽에 병풍처럼 우뚝 솟은 해발 537m의 잣봉에서 조감도를 보듯 어라연 계곡을 굽어보려면 작은 마차마을로 가는 왼쪽 길을 선택해야 한다. 삼거리에서 작은 마차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고개까지는 15분 정도.다섯 가구 주민이 밭농사로 살아가는 작은 마차마을은 돌리네(doline) 지형인 정선 민둥산 아래의 발구덕 마을처럼 웅덩이 모양을 닮았다. 급경사의 산자락에 일군 손바닥만한 밭은 금방이라도 굴러 내릴 듯 위태롭고 산행로 초입의 외딴 폐가는 태풍이라도 불면 털썩 주저앉을 태세다. 숲은 벌써 한여름이다. 나뭇잎은 나날이 초록색을 더하고 솔향에 묻어오는 뻐꾸기 울음소리는 고즈넉한 숲에 파문을 그린다. 가파른 산비탈을 10분쯤 오르면 잣봉 주능선인 만지고개다. 울창한 송림 사이로 동강의 된꼬까리 여울을 구르는 물소리가 희미하다. 어라연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제2전망대는 만지고개에서 북쪽으로 10여분. 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어라연 계곡의 전경은 제1전망대에서 보는 비경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하다. 제1전망대에 서면 동강이 숨겨놓은 어라연 계곡의 속살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햇살에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뜻의 어라연(魚羅淵) 계곡은 영월과 평창의 경계인 진탄나루를 출발한 동강이 잣봉에서 흘러나온 산줄기에 막혀 90도로 꺾이면서 시작된다. 영월의 산줄기와 강줄기는 어느 것 하나 곧게 뻗어 나간 것이 없다. 뒤틀리는가 하면 깎아지르고 숨었는가 싶으면 불쑥 튀어나오면서도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동강과 잣봉 줄기가 만나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는 강심엔 옥순봉을 비롯한 세 개의 작은 바위 봉우리가 섬을 이루고 있다. 눈부시도록 하얀 모래톱과 물속의 바위조차 선명한 어라연 계곡 상공에서 원을 그리는 백로 한 마리는 어라연 계곡의 주인공.잣봉 정상에서의 조망도 뛰어나다. 소나무가지 사이로 어라연 뱃사공인 이해수 노인이 사는 외딴집과 하얗게 부서지는 된꼬까리 여울이 언뜻언뜻 보인다. 남쪽의 완택산(916m) 허리쯤에 둥지를 튼 두 가구의 걸운마을은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잣봉에서 어라연까지는 약 1㎞의 가파른 내리막길로 기이한 형태의 노송과 쭉쭉 뻗은 낙엽송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동강 물줄기를 ㄷ자로 꺾은 산줄기는 양쪽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양치식물인 개부처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옥순봉의 기품이 세상을 등진 선비처럼 고고하다. 어라연 주변의 강변은 울퉁불퉁한 자갈밭이다. 돌 틈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와 찔레나무,붓꽃 등 온갖 나무와 야생화들이 수수하면서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무리지어 노란꽃을 활짝 피운 국화과의 솜방망이,꽃망울이 붓끝을 닮은 붓꽃,하얀꽃이 좁쌀처럼 생긴 산조팝나무,그리고 찔레꽃과 아카시아꽃이 만발한 동강은 철따라 온갖 야생화들이 피고 지는 희귀 식물원.정선의 노련한 떼꾼들조차 건너기를 두려워했다는 된꼬까리 여울은 뗏목이 꼬꾸라질 정도로 물살이 거칠어 붙여진 지명으로 수심은 깊지 않지만 바위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지는 물살이 공포심을 자아낸다. 된꼬까리 여울 아래는 한 때 동강댐 예정지로 거론됐던 만지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가득하다는 뜻의 만지(滿池)는 정선아리랑이 태어난 아우라지로부터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떼꾼들이 잠시 쉬어가던 곳. 자갈밭이 끝나면 강변을 따라 비포장 찻길이 시작되면서 만지나루가 나타난다. 강을 가로지르는 줄의 양쪽 끝엔 노 없는 배가 한척씩 외롭다. 오지인 걸운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줄배다. 만지나루에는 정선아리랑을 구성지게 불렀다는 주막집 여주인인 전산옥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온다. 그녀의 미모와 노래가 얼마나 출중했던지 동강 떼꾼들은 전산옥의 주막에서 나무 판 돈마저 모두 날리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우리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나가셨나/황새여울 된꼬까리 다 지났으니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라는 정선아리랑까지 탄생했을까.지금도 만지나루터 부근에는 파전과 음료수를 파는 가게가 한 채 있어 트레킹이나 래프팅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행메모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38번국도를 타면 영월읍이다. 영월역에서 산행 들머리인 거운리의 동강관리소까지는 7㎞. 동강관리소∼작은 마차마을∼잣봉∼어라연∼만지∼동강관리소로 이어지는 트레킹로는 약 7.5㎞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한 때 개발 논란에 휩싸였던 동강은 지난해 국가명승지 제14호로 지정됐다. 동강 래프팅은 어족보호기간이 끝나는 6월16일부터 시작된다. 가장 일반적인 래프팅 코스는 문산나루∼거운리 섭새나루(13㎞)로 2∼3시간 걸린다. 이밖에 진탄나루에서 출발하는 코스(18㎞?3시간∼3시간30분)와 정선 운치리에서 출발하는 코스(36㎞?5∼7시간)가 있다. 동강 일대엔 60여개의 래프팅 업체가 성업 중이지만 주말이나 휴가철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래프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육지 속의 절해고도로 단종이 쌓았다는 망향탑과 단종이 나무에 걸터앉아 놀았다는 관음송 등이 남아 있다. 영월군은 지난 3월부터 청령포와 육지를 연결하는 황포돛배를 운항한다. 요금은 어른 1300원,청소년 1000원,어린이 700원(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542).영월=글·사진 박강섭기자 kspark@kmib.co.kr |
출처 : 블로그 > 닥터상떼 | 글쓴이 : 닥터상떼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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