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설날 풍속도 - 민속 장터 축제 (廠甸廟會)
여러분, 즐거운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혹 연휴의 후유증으로 고생하시지는 않는지요?
죄송하지만, 북경은 아직도 연휴랍니다. 중국의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춘지에(春節 - 설날)” 연휴는 이번 주까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긴 연휴기간을 단지 집에서 무료(無聊)하게 보내기에는 아쉽겠지요. 긴 연휴기간답게 중국 곳곳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풍성한 볼거리, 먹거리를 제공한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춘지에(春節 - 설날)”하면 연상되어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미아오후이(廟會 - 묘회)”랍니다. 廟會(묘회)는 일종의 종교 활동으로, 현재는 오락성이 가미된 민속 장터의 성격이 강한 축제로 변모하였답니다.
한국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아마도 대형 민속 장터가 아닐까 싶네요.
“미아오후이(廟會 - 묘회)”의 유래를 살펴보면, 옛날 동한(東漢)시기에 처음으로 중국에 불교(佛敎)가 들어왔고, 같은 시기에 도교(道敎)도 점차 흥성하게 되었답니다. 이 두 종교는 서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면서 당송(唐宋)시기에 이르게 됩니다. 이 때, 두 종교는 가장 왕성한 시기를 맞이하게 되고, 각지에 寺廟(사찰)과 道觀(도장)의 건립(建立), 신도(信徒) 모집에 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기 위한 노력 중의 하나로 종교의식에 다양한 오락 활동을 가미하게 되고, 훗날 종교적 색채는 많이 퇴색되어 오락성과 민속 장터의 성격이 강한 오늘날의 “미아오후이(廟會 - 묘회)”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廟會(묘회)는 일반적으로 “춘지에(春節 - 설날)” 연휴기간에 전국 곳곳에서 열리며, 북경에서는 약 십 여 곳에서 각각의 특색이 있는 廟會(묘회)를 개최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창디앤미아오후이(廠甸廟會)”를 소개할까 합니다.
“창디앤(廠甸)”은 북경 남쪽 선무구(宣武區)지역 “후통(胡同 - 골목)”의 이름으로, 원(元)나라 시대 이곳에 유리(琉璃)기와를 제작하는 공장을 세웠답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이곳을 “리우리창창디앤(琉璃廠廠甸)”이라고 불렀고, 이곳에서 열리는 묘회(廟會)를 “창디앤미아오후이(廠甸廟會)”이라고 부른답니다. 특히, 올해에는 예년과는 달리 다양하고 풍부한 민속 행사가 열려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더욱 즐겁게 해주었답니다.
오늘은 사진이 많은 관계로 다른 이야기는 각설(却說)하고, 저희와 함께 중국의 “미아오후이(廟會 - 묘회)”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창디앤미아오후이(廠甸廟會)”입구의 전경.
이곳은 다른 곳의 “미아오후이(廟會 - 묘회)”와 달리 입장료가 없고, 이렇게 교통 통제를 한 도로에서 열립니다. 이곳이 바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유리창(琉璃廠)거리입니다.
중국의 인구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모습입니다.
사실 제대로 구경을 못하고 그냥 떠밀려 다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단란한 가정이 묘회(廟會) 구경을 나왔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가면도 사주고, 손에는 설탕으로 만든 공예품이 쥐어 있네요. 참 행복해 보이는 가정 같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린아이를 목마 태우고 있는 분이 아빠가 아니라 엄마네요. 중국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 하하~~
이렇게 연세가 드셔서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도 휠체어를 이용해 구경나오셨네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휠체어를 미시는 분도 연세가 지긋하신 것 같은데...
예전에 아흔이 다 되신 할머니께서 예순을 넘긴 아들 걱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생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렇게 함께 나오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합니다.
코가 찐빵처럼 눌린 중국 토종개도 방한복(防寒服)을 입고 구경을 나왔네요.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더니, 이 친구가 바로 상팔자네요. 하하~~
커다란 행사가 있을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악기가 바로 북입니다. 더욱이 규모가 큰 북에서 울리는 웅장한 소리는 사람들의 가슴까지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귀여운 꼬마가 즐거운 표정으로 북을 두드리고 있네요.
연세 드신 할아버지께서도 아주 즐겁게 북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한쪽 옆에서는 “롱우(龍舞 - 용춤)”가 한창입니다.
빨갛고 파란 강렬한 원색 복장의 노인 분들이 맨 앞의 여의주를 선두로 흥겨운 용춤을 추고 계십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자그마한 간이 무대를 설치해놓고 야외 경극(京劇) 공연이 한창입니다.
다양한 역할의 복장과 분장을 한 경극(京劇) 단원들의 모습입니다.
인물들의 표정 하나 하나가 정말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무대의 한쪽에서는 이렇게 경극(京劇)의 배경음악을 연주하고 계시네요.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렇게 묘회(廟會) 축제의 주체가 바로 연세 드신 중장년층이라는 점입니다. 연세가 드시면 심리적으로나 사회 활동에 있어 많이 위축되는 경우가 있지만, 중국에서는 이렇게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으로 문화와 사회의 중심에서 선도(先導)해가고 계신답니다.
무대 아래에서는 많은 관중들이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경극(京劇)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 보다는 연세 드신 관중들이 많네요. 한국에서도 판소리는 주로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것처럼...
거리에서는 이렇게 가장행렬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전통복장을 하고 계신 분의 쟁반에는 금으로 된 “위앤바오(元寶 - 배 모양을 한 金銀 덩어리)”가 있고, 가운데 “차이션(財神 -재물신)”은 더 큰 “위앤바오(元寶 - 배 모양을 한 金銀 덩어리)”를 들고 있네요.
“라오베이징(老北京 - 전통적인 옛 북경)”의 모습을 재현한 가장행렬.
대완차(大碗茶 - 큰 사발에 담은 茶)를 파는 사람, 칼 가는 사람, 그릇 수선하는 사람, 대장장이, “삥탕후루(冰糖葫蘆 - 산사 열매나 각종 과일을 꼬치에 꿰어, 설탕물을 묻혀 굳힌 중국의 전통 과자)”를 파는 사람 등등... 다양한 옛날 직업의 분장을 한 가장행렬입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전통 복장을 하신 할머니께서 가장행렬을 끝내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셨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밀자 할머니께서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포즈를 취해주시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 표정에 모두 배꼽을 잡고 뒤로 넘어갔답니다.
자~ 이제 정말 독특한 퍼포먼스가 이어집니다.
인형이 아니라 진짜 사람입니다.
인형처럼 꼼짝하지 않고 한동안 한 자리에서 머무르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과거의 복장과 현대의 분장 기술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런데, 얼굴에 저렇게 분장을 하면 피부에 문제가 안생기려나... 하하~~
거리의 한 모퉁이에서는 초상화를 그려주고 “치엔밍셔지(簽名設計 - 사인설계)”를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사인설계의 양쪽에는 대장금과 배용준의 초상화가 있네요. 여기에서도 “한리우(韓流 - 한류, 한국의 열풍)”가 불고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뿌듯하네요.
다른 한쪽에서는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이 일반인을 꽃가마에 태우고 음악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주변을 한 바퀴 돕니다.
물론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하지요.
이것은 무엇일가요?
기억하십니까? 옛날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뽑기를 하면 설탕물을 녹여 갖가지 모양(권총, 탱크 등등)을 만든 모형을 상품으로 타기도 했지요. 여기 중국에도 있네요.
한쪽 옆에서는 이렇게 설탕물을 불에 녹이고 있습니다.
커다란 판에 녹인 설탕물로 개의 모양을 만들고 있네요.
또 다른 한쪽에서는 긴 나뭇잎으로 갖가지 모양의 예술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손재주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전에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설탕공예입니다.
설탕물을 잘 반죽하여 끝을 대롱처럼 만든 다음, 그 사이로 공기를 주입하여 갖가지 모양의 동물 형태를 만듭니다.
이것 역시 전에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미앤쑤(麵塑 - 물들인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여러가지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빚는 중국의 전통 민속 공예)”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엔런(麵人)" 즉 밀가루 인형이라 하지요.
아저씨가 붉은 꽃을 만들고 계시네요.
다양한 중국의 점토인형(泥人)입니다.
중국의 전통 생활상을 이렇게 점토인형을 통해 정교하게 표현해 놓았네요.
묘회(廟會)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거리랍니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시각적인 멋도 있지만, 입으로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묘회(廟會)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딱딱하게 말린 전분 조각을 기름에 튀겨 그 위에 다진 마늘 즙을 얹어먹는 간식거리이고, 오른쪽에는 양의 내장을 커다란 솥에 푹 삶아서 그 위에 매콤한 양념장을 얹어 먹는답니다. 많은 중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간식거리 중의 하나이지요.
이곳은 꼬치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집입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양(羊) 한 마리를 통째로 매달아 놓았네요.
다양한 재료의 분말에 뜨거운 물과 설탕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 수저로 떠먹는 “차탕(茶湯)”입니다.
걸쭉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추운 겨울, 속을 따뜻하게 하는데 안성맞춤이네요.
각종 엿과 강정들입니다.
“후이주(回族 - 중국의 서북지역에 있는 소수민족의 하나)” 사람들이 전통 모자를 쓰고, 깨끗한 진열장에 회족(回族)들이 즐겨먹는 빵과 과자를 한 가득 싣고 여기저기 다니며 팔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미아오후이(廟會 - 묘회)”를 더욱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옛날 전통 풍속을 계승, 보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묘회(廟會)는 예전의 민간조직에서 확대되어 현재는 정부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긴 연휴 기간,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는 “미아오후이(廟會 - 묘회)” 는 많은 중국 사람들에게 “러(樂 -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중국의 또 다른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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