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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한강의 재발견1


[특집 | 한강의 재발견]

문화야 문화야 한강으로 흘러라
주변 대부분 단순 휴식·레포츠 공간 … 유적·공연·축제 어우러진 볼거리 절실

서울 한강공원 뚝섬지구에서 열린 `영화 감상회`에서 시민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시와 샹송이 흐르는, 유럽 문화의 수도 프랑스 파리. 그곳의 중심은 센강이다. 강을 중심으로 도시 문화가 형성돼 있다. 강폭은 좁지만 거기엔 시인 아폴리네르의 시로 유명해진 미라보, 영화 배경으로 잘 알려진 퐁뇌프 같은 36개의 아름다운 다리가 있고, 화려한 유람선과 예술의 정취가 떠다닌다. 연안엔 오르세미술관, 루브르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센강에 비하면 한강은 훨씬 더 크고 아름답다. 비록 주변이 아파트 숲이 고 남북으로 뻗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사람들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지만, 깨끗하게 정비된 한강변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어하는 곳이다. 12개의 시민공원이 조성돼 2003년 연인원 4410만명이 찾을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2년 2543만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는 주5일 근무제 등 사회 환경의 변화, 접근로 증설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도 한강을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꼽고 있으며, 실제 한강 유람선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한강종합개발이 완성된 1986년 이후 한강은 갈수록 세련돼가고 있고,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의 경우 한강 조망권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그렇지 않은 곳보다 값이 훨씬 비싸다.

더욱이 최근엔 환경부나 서울시 등이 한강권역에 샛강 등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있고, 한강유역환경청이나 환경단체들의 환경감시가 활발해져 한강이 더욱 아름다워지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인 밤섬이나 가까운 한강 하구가 철새도래지로 떠오른 지도 오래됐다. 늘 경제의 뒷전에 머물던 환경이 시민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탓이다.

한강 대표 컨셉트 부재 … 주변 시설 엮어줄 ‘스토리’ 찾아야

여의도공원 한강 둔치에서 휴일을 만끽하고 있는 시민들.

그러나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강에서 뭔가 빠진 게 있다고 한다. “쉽게 갈 수 없다” “문화가 없다” “갈 곳 없는 이들이나 자살하려는 이들이 찾는 곳이다” “유람선을 타도 볼 게 없다” 등.

8월5일 밤 한강시민공원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선유도공원에서 만난 시민들도 같은 목소리였다. 이곳은 정수장을 생태교육장으로 바꾸고 카페와 정자 등으로 새롭게 단장해 개장 2년째를 맞고 있는데, 영등포 마포 등지의 주민들한테서 크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공원은 열대야를 피해 산책 나온 이들로 크게 붐볐다. 어머니, 남편, 아이와 함께 나온 이명주씨(36·서울 영등포동)는 “서울 시내에 이렇게 예쁜 공원이 있다는 게 정말 믿기어지지 않는다”면서도 “교통편이 불편해 오고 가는 길이 힘들다. 여러 곳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주차장이 좁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내리면 다리를 건너기 위해 좁은 통행로를 20분 정도 걸어야 하고, 남단에서는 버스를 이용해 선유도와 이어진 470m짜리 구름다리까지 접근할 수 있다.

선유도는 강 가운데 있는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여의도공원을 제외한 나머지 시민공원은 시민들이 편하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 측은 시민들의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곳에서 접근할 수 있게 접근로를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한강에 접근하기가 어렵고, 주로 강변 주민들이 이용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한강변에 운동 시설과 공연장 등 여러 시설을 갖췄지만, 외지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한강변의 매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여행사들도 이를 관광 상품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강에는 문화가 숨쉬는 공간이 아직 많지 않다. 시민공원도 대부분 단순 휴식 공간 또는 레포츠를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거나, 야외공연장이 몇 군데 조성돼 있는 정도다. 유람선 관광도 연안의 볼거리들과 이야기가 어우러지지 않는 단순한 배 타기에 그치고 있다.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유재홍 박사는 “한강공원이나 주변 환경이 너무 인공적이고 과시적이며 이벤트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무용 박사는 무엇보다 한강에 ‘스토리’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한강에서 교각 조명시설 설치로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고 유람선을 탈 수 있으며 산책과 레포츠를 즐길 수 있지만, 그런 것을 한데 묶어줄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한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즉 한강의 대표 컨셉트를 잡아야 한다”며 “다음으로 한강변의 역사유적과 고급공연, 다양한 문화예술 행위들이 한데 어우러지게 하고,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세계불꽃축제처럼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