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실크로드를 가다]5. 아프가니스탄…평화와 희망의 길닦기 | |||||||||
입력: 2006년 02월 01일 17:48:57 | : 0 : 0 | ||||||||
아프가니스탄은 아직도 전쟁 중이다. 지금도 두어달에 한 번씩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남부 칸다하르에서는 끊임없이 교전이 일어난다. 아프간 국민 가운데 전쟁이 끝났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7년 동안의 전쟁과 내전으로 나라는 황폐화됐고, 국민들은 고통 받고 있다. 어느 곳이나 양지가 있고, 음지가 있다고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음지는 고통의 그림자가 유난히 짙었다. 아프간이 아시안 하이웨이에 협정은 했지만 국력을 감안하면 언제쯤 길이 뚫릴지 예상하기 힘들다. 모든 게 원조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쿰 라힘 문화부장관은 “지금까지는 순조롭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국제사회의 협력 여부에 달렸다”고 했다.
파키스탄에서 카불로 이어지는 길은 현재 공사 중이다. 고속도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흙길, 비포장길의 연속이다. 한국 같으면 3~4시간이면 달릴 거리를 짧게는 8시간, 길게는 12시간을 달려야 수도 카불에 닿는다. 카불 시내도 전쟁의 흔적이 또렷했다. 카불 시내 중앙분리대에 박아놓은 쇠파이프는 포탄 껍데기로 만들어졌다. 카불을 둘러싸고 있는 외곽의 언덕배기에선 탱크와 대포의 부서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입·출국 관문인 카불공항의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화장실 변기는 뚜껑조차 없었고, 문짝도 절반 정도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비행기에서 짐을 실어내는 컨베이어 벨트는 정전으로 작동 불가. 항공권 발급 카운터 앞에는 대합실도 따로 없어 땡볕에 공항 밖에서 한나절을 기다리기 일쑤다. 활주로 한쪽에는 부서진 비행기 잔해가 보였고,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모습에서 아직도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전쟁 중에 다 부서져버린 집의 지붕에서 연을 날렸고, 돌비석이 촘촘하게 박힌 공동묘지, 부서진 탱크 위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빈민층이 밀집해 있는 코르티샤티 마을 공동묘지를 찾았다. 전쟁의 광풍이 지나간 자리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없는 웃음이 묘지 위를 메아리쳤다. 주택가와 붙어 있는 묘지엔 돌비석만 1만개. 하나의 묘비 아래엔 가족, 친지, 부부 등 4~5구의 시체가 묻혀 있다. 죽어서도 편히 누울 자리를 찾지 못한 셈이다. 아프간의 시장을 한번 둘러보니 현지 경제사정을 얼추 짐작하게 된다. 코트 상게이 시장을 찾았을 때 농산품을 제외한 대부분 상품은 수입품이었다. 의류도 중고가 대부분. 한글이 또렷하게 박힌 운동복도 보였고, 프로스펙스 같은 국산 브랜드도 찾을 수 있었다. 88 담배를 쌓아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도 보인다. 취재팀이 카불에 머물고 있을 때에도 치안유지군에 대한 폭탄 테러가 발생, 5명의 사상자를 냈다. 특히 고속도로가 지나는 칸다하르에는 아직도 반군의 활동이 활발하다. 종족간의 갈등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아프간의 종족은 공식적으로는 19개. 현지인들은 얼추 30여개로 보고 있다. 이들이 종교적,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얽히고 설켜 보복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의 와중에 아프간의 겨울은 추웠다.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운 좋으면 하루 2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오는데 봄이 돼야 사정이 조금 나아진다. 눈이 녹아내려 수력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집집마다 발전기를 들여놓고 살지만 현지 서민층은 혹독한 추위를 몸으로 견뎌야 한다. 길고 혹독한 겨울엔 헌 옷가지에라도 불을 붙여 추위를 견딘다고 한다. 봄만 기다리는 아프가니스탄. 그들에게 진정 봄이 올 수 있을까? 누군가 그들에게 봄을 줘야 될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글·사진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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