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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신 실크로드를 가다 4-인도... 물류혁명

[新 실크로드를 가다]4. 인도…‘IT 大國’물류혁명
입력: 2006년 01월 25일 17:41:04 : 5 : 0
 
혼잡한 거리 델리의 자마마스지드 사원앞거리. 릭셔와 자전거, 자동차가 함께 몰리는 거리의 모습에서 역동하는 인도 경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이 발전하는 속도는 길을 보면 안다. 지금 인도에선 아시안 하이웨이는 물론 인도의 주요 도시인 콜카타와 델리, 뭄바이, 첸라이를 잇는 5,846㎞의 링로드(순환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인도 사람들은 이 도로가 완성될 경우 인도의 주요 도시와 산업도시들이 하나로 연결돼 물류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도로가 완성되면 다시 한 번 인도 경제가 도약할 것이란 얘기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고속성장을 이루었던 우리와 비슷하다.

아시안 하이웨이는 베트남과 태국, 미얀마를 지나 인도에 들어오게 된다. 인도의 A1구간은 국경도시 모레~임파르~코히마~나가온~조라바트~실롱~다키반가온~콜카타~바리~칸푸르~아그라~뉴델리~아타리로 넘어간다. 전체 구간은 2,648㎞.

#거리엔 현대등 한국車 씽씽

불과 7~8년 전만 해도 고속도로는 엉망이었다. 수도 뉴델리도 마찬가지. 말만 고속도로이지 먼지가 풀풀 날리는 흙길이었다. 게다가 화물차, 자동차, 자전거, 낙타까지 뒤엉켜서 달리거나 중앙분리대에 쇠똥을 말리는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핵무기를 보유한 강국인지조차 의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아직까지 고속도로에 낙타가 다니고, 공사가 한창인 구간도 있지만 잘 포장된 도로엔 수출용 화물을 실은 트레일러가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유난히 한국 차가 많다는 점. 현대에서 나온 산트로(아토즈), 액센트(베르나)가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카라고 한다.

인도의 국민차가 타타이지만 지금 가장 많이 타는 차는 산트로다. 산트로의 연간 생산량은 20만대나 되며 현대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는다.

도로변 공사장에는 굴착기와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특히 뉴델리의 경우 공항 옆에는 신도시가 한창 건설 중이었고, 한국의 도로공사격인 NHAI(National Highway Authority of India)는 신도시 옆에 다시 새 고속도로도 만들고 있었다. 언제 완공될지 공사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인도인들도 정확한 완공시기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재정능력에 따라 공사가 진척되기도 하고, 중단되기도 한단다. 하지만 늦어도 2~3년 내에는 발전된 인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델리 시내에도 지하철 공사가 한창. 현재 지하철 2호선이 운행되고 있으며 2년 뒤에는 공사 중인 7호선까지 개통된다. 현지인들은 삼성·현대 같은 한국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 경제발전의 견인차가 정보기술(IT) 산업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도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떠오른 것은 불과 10년 사이다. 지난해 IT 부분 수출액은 1백73억달러. 고용인원은 90만명이나 됐다. 특히 소프트웨어 수출은 미국에 이어 2위이다. 지난해 인도를 방문한 빌게이츠 MS 회장은 4년 동안 17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인텔은 5년 동안 10억달러, 시스코스시스템스 11억달러, 셈인디아는 30억달러 투자계획을 밝힌 상태다. 실리콘 밸리 해외 연구진 중 30%는 인도인이라고 한다. 해외자본의 투자액이 2003년 42억달러, 2004년 53억달러에 달했다. 도이체 방크는 2020년이면 인도가 세계 3대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컴퓨터 엔지니어가 최고직업

인도인들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18개의 언어와 800여개의 방언이 쓰이는 나라이다보니 힌디어와 영어는 공용.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힌두어를 쓰지만 3학년 이상이면 대부분의 교과가 영어로 진행된다. 초등학교만 나와도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이며 어학 실력이 갖춰져 있는 것도 장점이다.

타자르탄 인근 수메르 마을 입구. 불과 수년 전만해도 흙길이었던 이곳에 새 도로가 뚫렸다.
인도의 교육열을 확인하기 위해 델리의 학교를 찾았다. 델리에서 중산층 아이들이 다니는 뉴델리의 성마가렛 학교는 가톨릭계 학교이지만 힌두교도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지인 교사 아니카 차오란(35)은 교육프로그램만 좋다면 지금은 종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학비는 1년에 우리돈으로 2백만원 정도.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상위 20%에 속하며 연 소득이 2만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하루 10달러도 못버는 빈곤층도 5억명을 헤아리는 인도지만 이런 중산층도 약 3억명에 달한다. 중학교 1학년 커쉬시 셀마(13)는 “수학과 과학을 잘해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며 “컴퓨터 엔지니어는 인도에서 가장 유망한 직업”이라고 했다. 우리가 판·검사나 의사를 꿈꾸듯이 인도인들은 컴퓨터 엔지니어가 소망이다. 이 때문에 컴퓨터는 과외 수업을 따로 받을 정도. 집집마다 LAN이 깔려 있지 않아 인근의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다. 숙제나 공부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찾기도 한다. 아버지가 엔지니어인 초등학교 4학년 바이밥(10)은 1주일에 2차례 정도 인터넷 카페를 찾으며 컴퓨터 과외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美대학 유학생 8만 세계최다

중산층 학교뿐 아니라 극빈층도 교육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올드델리에 있는 아쉴람은 인도 자인교가 운영하는 일종의 고아원. 103년 역사를 지닌 곳으로 100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부모가 생존해있지만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극빈층 자녀들도 이곳을 찾는다. 비록 시설은 허름하지만 아이들의 의욕은 대단하다. 신분의 틀이 아직 강하기는 하지만 컴퓨터 전문가가 되면 카스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에서는 구걸을 하면서 사는 게 오히려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받게 되면 가난에서 탈피할 수가 있지요. 그게 아쉴람의 교육 목표입니다.” 전직 교사인 자원봉사자 마두 베제르(50)는 극빈층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교육열은 유학생 증가수치만 봐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올해 미국 대학에 등록한 인도 학생은 8만명으로 외국 유학생 중 가장 많다. 중국은 6만2천명, 한국은 5만3천명, 일본은 4만2천명이다.

인도가 웅비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급속히 떠오르고 있는 한국, 세계의 공장 중국, IT 선진국으로 떠오른 인도. 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잇게 될 하이웨이는 아시아의 물류지도를 바꿔놓을 게 분명하다.

〈인도|글·사진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