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蘇州) 졸정원(拙政園)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소주는 강과 하천이 많아 물이 넘실거린다. 경항대운하(약 1,800m)가 소주를 통과한다. 이 운하는 북경에서 항주까지 연결된 중국에서 만리장성 다음가는 것으로 손꼽힌다. 이곳 저곳으로 수로가 통하는 도시이기도 한다. 중국에서 물이 많이 보이는 것은 모두가 호수라면 알 수 있다. 세 번째로 크다는 호수인 태호(太湖)가 소주 바로 옆에 있다. 호수가 많으니 아름다운 정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주를 가리켜 원림문화(園林文化)의 산실이라고 말한다. 광주에도 광주호 주변의 광주호팔경(瀟灑園. 息影亭. 環璧堂. 獨秀亭. 楓巖亭. 醉歌亭. 松江亭. 仰亭)을 원림문화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주의 원림에는 1/100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비로움에 가까운 아름다운 정원이 여기 저기 널려 있다. 요즈음 많은 일본인 학자들이나 우리나라 조경학자들이 원림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 바로 소주의 정원들이다. 소주에는 이름난 졸정원을 비롯하여 지천(池泉), 축산(築山), 정자(亭子)를 아름답게, 그리고 치밀하게 조화를 이루어 만든 유원(留園)이 있다. 유원의 규모도 졸정원에 비하면 조금 작지만 중국의 4대 명원에 들어가니 대단히 크다. 한국인들은 거의 졸정원에 가지만 중국인들은 오히려 유원에 많이 가는 것 같다. 또한 규모는 다른 곳에 비해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청나라시대의 이원(怡園), 강남지방에서 현존하는 것으로 가장 오래되고 건축미가 뛰어난 창랑정(滄浪亭)이 있다. 남송시대의 건물이며 중국의 대표적인 화가 장대천(張大千)이 그림을 그렸다는 망사원(網獅園), 원나라시대의 기교가 깃 들어진 사자림(獅子林), 환수산장 등 20여개의 이름난 정원이 있다. 우리가 자랑하는 소쇄원 정도는 소주시내에 백여개가 있을 정도이니 중국인들이 와서 우리의 정원을 보고는 너무 시시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거대한 중국의 대륙에 4대 명원으로 꼽히는 소주의 졸정원과 유원, 북경의 이화원, 승덕의 피서산장이다. 이화원과 피서산장은 황가(皇家) 정원으로 국가에서 만든 것이지만, 졸정원과 유원은 사가(私家) 정원이다. 졸정원과 유원이 바로 소주에 있으니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졸정원(拙政園)은 이름부터 특이하다. 왜 졸정원이라고 했을까! 서진(西晋)시대의 문학가인 반악(潘岳)이 지은 한거부(閑居賦)의 글에서 '졸자지위정(拙者之爲政: 어리석은 사람이 정치를 한다)'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拙(졸)자를 보면 손수(手)와 날출(出)자를 합한 글자로, 중국인들이 축하할 때 '꿍시 꿍시(恭喜 恭喜)라는 말을 하는데 두 손을 모아 들면서 인사하는 것으로 남을 공경하게 대할 때 '손을 내밀어 올리기' 때문에 졸(拙)자를 썼다고도 한다. 졸정원이란 원래 당나라시대의 대부호인 육구몽(陸龜蒙)이 살았다는 저택과 원나라시대부터 내려온 대흥사라는 절터를 명나라시대 어사를 지낸 왕헌신(王獻臣)이 사들여 1509년부터 시작하여 1522년까지 만든 4ha이나 되는 광활한 정원이다. 오랫동안 고생하여 어마 어마한 걸작품을 만들었지만 그가 죽자 아들이 도박으로 불과 하룻밤에 팔아 먹어버린 곳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남겨주는 것보다, 글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는 말이 바로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관광수입을 대단히 올리고 있는 곳이다. 중국의 5대 기서(奇書)의 하나인 '홍루몽(紅樓夢)'이 바로 졸정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한 곳이다. 소주에는 호구사탑과 북사탑(北寺塔)이 유명한데 멀리 있는 북사탑은 손권이 자기 어머니를 위해 만든 탑이라고 한다. 그런데 멀리 있는 이 탑이 졸정원과 어울려 하나의 정원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니 원림문화의 극치를 이룰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정원 안에는 동원, 중원, 서원의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45개의 건물에서 각각의 변화하는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연꽃 향기가 퍼져 나오는 원향당(遠香堂)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4계절이 다르게 보인다. 졸정원에는 분재(盆栽)로도 유명하다. 분재는 중국이 원산지라 할 수 있다. 500년이 된 것도 있으니 참으로 감탄할 뿐이다. 졸정원은 워낙 넓고, 길이 복잡하여 길을 잃으면 찾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1997년 12월 4일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기도 한 졸정원은 담과 담이 연결되어 중국의 상징인 용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 용 한 마리가 졸정원을 온통 휘어 감고 있는 것과 같이 보여 마치 용궁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비록 주인은 황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용(龍)을 만들어 황제와 같은 기분으로 살기도 한 곳이다. 소주는 역사가 오래 되어, 이외에도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시내 곳곳에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교외에도 놓치기 아까운 명소들이 있어 관심 있게 돌아보려면 여유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주시내를 샅샅이 보기 위해서는 3박4일 정도는 해야 거의 볼 수 있는 곳이다. 학자가 아니더라도 조경이나 원림 문화를 보기 위해서는 가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배워 와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