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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생태하천 웰빙하천] ⑦ 독일의 빗물처리

부산일보 2005/09/01일자 006면 서비스시간: 09:58:07

[생태하천 웰빙하천] ⑦ 독일의 빗물처리
빗물 100% 재활용 강물오염 사전에 방지
가정내 시설 의무화… 비용 50% 市서 보조
도로 옆에 자연석 등 깔아 땅 속 흡수 도와
폭우 쏟아져도 흙탕물 유입 등 부작용 없어
 
"빗물은 그저 흘려 보내는 못쓰는 물이 아니라 하천을 되살리는 소중한 자연자원이죠. 그러니 지하수는 사용한만큼 다시 빗물로 보충해야 합니다." 환경선진국 독일은 빗물로 지하수를 축적하고 주택가마다 호수나 연못을 만들어 습도를 유지시키는 이른바 '빗물관리시스템'이 잘 정착된 나라이다. 이 시스템은 빗물이 도로나 토양의 부유물질과 섞여 오염된 상태로 하천에 흘러들지 않도록 차단하기 때문에 하천오염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독일 서부 노이즈시 니벤하임 마을 로오(42·여·왼쪽)씨가 자신의 정원에 설치한 빗물 관리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일 서부 노이즈시 니벤하임 마을에 사는 주부 로오(42)씨는 지난해초 50평짜리 주택을 신축하면서 빗물관리시스템을 설치했다. 이는 지붕 물받이로 모이는 빗물 등 집안의 모든 빗물을 정원에 설치된 빗물처리시설로 유도하는 시스템. 빗물처리시설은 정원에 가로 세로 1㎡의 구덩이를 6m 깊이로 판 뒤 구덩이 밑에서부터 모래 3m,자갈 3m를 채운 후 빗물관을 연결해 이물질이 흘러들지 않도록 필터를 씌운 것이다.

구덩이에 유입된 빗물은 자갈과 모래층을 거치는 동안 자연정화 과정을 거쳐 지하수층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경관조성 차원에서 필터 위에는 흙을 채우거나 화분 등을 놓아둔다. 주의를 기울여 보지 않으면 평평한 정원 화단에 불과하다. 10평 내외의 정원에도 잔디를 심었기 때문에 빗물은 자체적으로 지하수로 흡수된다.

결국 집에 내린 빗물은 한 방울도 집 밖으로 흘려 보내지 않는다.

도로 경계석을 기준으로 주택쪽으로 내린 빗물까지 지하수로 재활용되도록 하는 이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든 돈은 154유로(한화 20만원). 이 가운데 50%인 77유로(10만원)를 시에서 보조 받았다.

이같은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시에서 설치한 도로 우수관을 통해 빗물을 흘려 보낼 경우 연간 108유로(14만원)의 우수처리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로오씨는 매년 108유로를 내야하는 대신 고작 77유로만 내고 빗물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설 설치비 77유로를 보조해준 노이즈시도 손해볼 게 없다.

시는 신축 주택에서 빗물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도심에 설치된 우수관을 더 큰 것으로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된다.

특히 지붕과 마당에서 모인 깨끗한 빗물과 도로 우수관을 통해 모여든 더러운 빗물의 수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지붕 등에서 모인 가정집의 빗물이 1~2급수 정도로 오염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면 도로를 거쳐 모인 빗물은 거의 폐수에 가까운 4~5급수여서 처리비용 차이가 엄청나다.

시가 도로에 설치된 우수관을 통해 모인 빗물을 처리하는데만도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신축 주택에서 쏟아내는 빗물까지 처리해야 할 경우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이때문에 시는 3년전부터 이 시스템을 설치해야만 건축허가를 내주고 있다.

노이즈시가 이처럼 빗물처리시스템을 강제로 설치토록 하는 것은 단순히 빗물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한 목적 때문은 아니다. 대신 오염된 빗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실제 2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니벤하임 마을 주변에는 너비 2~3m의 실개천이 몇 개나 있지만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흙탕물이 하천으로 흘러드는 경우가 없다.

이때문에 우리나라 도심하천처럼 초기 강우로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등의 오염사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시스템은 오염되지 않은 가정 빗물을 100% 지하로 돌려 보냄으로써 미래 자원인 지하수를 보충해주는 자연순환형 환경관리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처럼 지하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 각 가정마다 지하수공을 100~200m씩 경쟁적으로 더 깊게 뚫어대는 반환경적인 행태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의 모든 가정들이 로오씨처럼 빗물을 100% 지하수로만 돌려주는 것은 아니다.

대단위 주택이나 공공건물 등에서는 수집된 빗물을 일정 기간 저장하면서 상당량은 중수도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이 경우 일단 빗물은 건물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순간부터 분리식 우수관을 통해 모아진다. 평균 150㎥ 용량인 지하 물탱크에서 건물 앞마당으로 연결된 빗물은 일차적으로 정원수나 세탁수 등 허드렛물로 쓰인다.

빗물 수집은 주택 바깥 도로에서도 철저하다. 도로와 도보 경계석 사이에는 20㎝ 엽서 크기의 자연석이 깔려있는데 돌과 돌 사이에 틈새가 1~2㎝ 이상 넓다. 이 자연석은 빗물의 우수관 유입과 지하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스위스,이탈리아 등에서도 독일의 도로변 빗물 수집성과를 인정,부분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그 범위와 관리정도는 미약한 수준이다.

독일은 환경문제에 관한 한 자연을 이용한 정화방법을 최선으로 삼고 있는데 빗물관리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안전한 과학 기술로 인식돼 여러 설비와 장비들이 개발돼 상용화된 상태다.

빗물연구소 한무영 소장(서울대 교수)은 "지하수는 퍼쓰는 만큼 넣어 주어야 하는데 지금은 집어넣는 것 보다 더 많이 퍼쓰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서 "하천오염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빗물관리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특별취재팀=박종인·김길수·김태권기자(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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