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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생태하천 웰빙하천] ⑥ 독일의 하천관리 # 에어프트천

부산일보 2005/08/24일자 006면 서비스시간: 10:46:04

[생태하천 웰빙하천] ⑥ 독일의 하천관리 # 에어프트천
콘크리트 배제 자연재료 사용 복원
공업지대 관통불구 수질 등 매우 양호
자연석으로 호안 축조 생태환경 유지
폭 1~2m 인공보 만들어 산책로 역할
 
환경선진국 독일에 가면 주변이 순수 돌로만 조성된 자연형 하천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선 우리나라의 하천 둔치에 흔하게 조성돼 있는 콘크리트 주차장과 벽돌 경사면 등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인공운하 건설 등으로 제방 경사면을 고정시키는 콘크리트 시공이 꼭 필요한 경우라도 하천 수면과 접촉하는 부분만큼은 대리석 등으로 시공한다. 이처럼 물과 콘크리트의 만남을 철저히 배제한 것은 독일 라인강을 비롯해 영국 템즈강,파리 센강 등 유럽식 하천관리의 공통적인 대원칙이다.

독일 서부 노이즈시 도심을 흐르는 에어프트천에서 시민들이 수영과 조정 등 레포츠를 즐기고 있다.
독일 서부에 있는 인구 20만명 규모의 노이즈시 도심을 통과하는 에어프트천은 전형적인 도심하천이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의 최고 수질을 자랑한다. 이곳은 독일의 대표적 공업지대인 라인-루르공업지대의 공단이 밀집된 철강,제강,화학,기계 중심의 공업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하천은 원시형에 가까울 정도로 잘 보존되고 있다.

에어프트천은 발원지인 아이펠에서 200㎞를 흐르는 도중 여러 곳의 공업도시를 거치지만 오히려 물은 맑아지고 생태환경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

이곳에 이민온지 30년된 사업가 이문희(63)씨는 "하천에서 물고기가 죽었다든지 기름이 유출됐다는 등의 하천오염 사례를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물 관리에 관한 한 독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에어프트천이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는 첫 번째 이유로 전문가들은 하천변에 설치된 자연석을 꼽는다.

에어프트천 주변에는 도심하천 경사면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덮은 한국과 달리 자연석만 널려있을 뿐이다. 라인강 하류 구릉지여서 200㎞ 이상 떨어진 독일 동부산악지대에서 운반해온 돌로 2~3m 높이의 호안을 축조한 것이 오늘의 하천수질을 유지한 비법이다.

자연석으로 쌓인 하천변은 물고기 서식처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경사면 토사유출도 막아 준다. 하천변에 놓여 있는 돌은 쌓은 것이 아니라 던져 놓은 '돌 무더기'에 불과하다. 돌도 자연 재료지만 설치 방식도 자연형태를 살리기 위해 마구 던지듯이 쌓는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돌이 떠내려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사나 콘크리트 등으로 고정시키는 장치도 없다. 하천 유속과 지형 등에 적합한 돌만 떠내려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부분은 인공이 가미되지만 가능한 자연형태로 조성해 가꾸려는 기본원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하천 곳곳에 자연석으로 쌓아 만든 폭 1~2m의 인공보(人工洑)도 눈길을 끈다. 이 보가 자연스럽게 여울과 소(沼)를 만들어 자정능력을 키워주고 항시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는 수변공간을 조성,시민들을 하천으로 유인하는 매개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가 형성된 산책로변은 시민들이 낚시 조정 수영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향유하는 '웰빙공간'이 되고 있다.

시민 빌 프릿트(69)씨는 "매일 산책을 다니지만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수질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맑은 하천과 산책로가 없는 도시는 생명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옛 서독의 수도였던 본시 수도국 기술공장장 프레멜(41)씨는 "콘크리트는 수질을 악화시키고 어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천 경사면 공사에는 자연석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일본과 한국에서 콘크리트 호안을 무분별하게 시공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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