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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생태하천 웰빙하천] ④ 일본 나고야

부산일보 2005/08/10일자 006면 서비스시간: 09:32:53

[생태하천 웰빙하천] ④ 일본 나고야
계획부터 시민참여 민원발생 차단
'하천계획21' 기본방침 마련 정비사업 때 반영
주택·상가·공원 등 주변환경 고려 사업 시행
수로건설로 수량 확보·산소투입기 설치 '눈길'
 
매년 어김없이 10여개의 태풍이 내습하는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60~7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인구증가로 하천의 수질오염이 극심,도심하천의 대부분이 건천화(乾川化)돼 '도심의 하수구'와 다름 없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본래의 자연형태를 찾아 복원하자는 시민단체들의 하천복원운동과 '환경개념'을 도입한 하천법 개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는 특히 지난 97년 하천법 개정이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순환의 축이 되는 하천'이라는 기본이념 아래 각계 각층의 의견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나고야 하천계획 21'이라는 기본방침까지 확정, 하천정비때 적극 반영하고 있다.

나고야시가 호리카와 하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콘크리트 제방에 산소투입기를 설치해놓고 있다.
#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야마자키천(山崎川)

도심과 주택가를 통과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하천모습과 주변상황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부산 수영강이나 울산 태화강, 경남 양산천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길이 12.4㎞의 야마자키천은 지난 90년대초 나고야시의 후루사또(故鄕)하천정비계획에 따라 현재는 하천 곳곳에서 시민들이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등 도심속의 생태공간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야마자키천은 크게 주택지와 대학가,상가나 고층빌딩,공원,자연상태가 좋은 구역 등 5개 구역으로 나눠 색다르게 정비사업을 시행한 것이 큰 특징이다.

주택지나 공원지역은 많은 사람이 거주하거나 찾는 곳이어서 산책로나 광장 등 친수공간 위주로, 상가나 고층빌딩은 삭막한 도시환경을 보완하는 쪽으로,자연상태가 좋은 곳은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이를 관망할 수 있도록 각각 설계를 다르게 했다는 것이다. 시의 이같은 계획은 기존의 도시하천을 생태하천이나 자연형 하천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우리나라 지자체에 여러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실제로 시는 야마자키천 주변에 주택지와 공원이 있는 이카와나하시(可和名橋)~사우다하시(左右田橋)구역은 홍수예방을 위해 일부 제방의 콘크리트를 남겨두고 제방아래쪽과 둔치부분의 콘크리트를 걷어낸 뒤 산책로와 폭포 광장 등 친수공간 위주로 조성해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대학가와 공원이 있는 사우다하시(左右田橋)~칸하시(縣橋)구역은 주변경관과 조화를 맞추고 시민들에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비교적 자연상태가 좋은 모미지하시(楓橋)~데아이하시(出合橋)구역은 시민들이 자연을 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휴게소 중심으로 정비,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주민 곁으로 돌아온 호리카와천(堀川)

나고야 시가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길이 16.2㎞의 호리카와천은 원래 나고야성에 물자운송을 위해 지난 1610년에 조성된 인공하천이었다. 이 하천은 지난 1950년대 이후 나고야시가 산업도시로 급성장한 여파로 수질이 악화되면서 수생동·식물들이 자취를 감추고,코를 찌르는 악취가 시민들을 괴롭힐 정도로 죽음의 하천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절망은 또다른 새 생명의 탄생을 예고했다. 호리카와천의 재생을 염원하는 시민운동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지난 1989년 'My Town, My River'라는 나고야시의 하천정비계획에 따라 현재의 도심속 시민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우리나라 도시하천 복원에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고있는 유지수 확보 문제가 호리카와천 정비에 있어 가장 핵심 문제로 대두됐다. 나고야시는 호리카와천의 유지수 확보를 위해 건설성과 협의,서울 청계천처럼 수십㎞ 떨어진 국가하천까지 수로를 건설해 물을 끌어오면서 이를 해결했다.

건천에 물이 흐르면서 수질이 1~2급수로 회복되고 물고기도 돌아오는 등 하천 생태계가 살아났다.

시는 또 야마자키천 정비때와 마찬가지로 주택지를 통과하는 하천변에 벚꽃 등의 나무를 심고 광장과 놀이터를 조성했고 하천에는 계단을 만들어 쉽게 하천에 접근하도록 했다.

특히 시는 상가나 고층빌딩이 밀집한 곳은 공간확보가 어렵자 하천폭을 4m 이상 줄여 시민들의 보행로와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이 결과 하천을 등지고 있던 많은 고층빌딩과 상가가 정문위치를 하천변 쪽으로 옮기는 기현상이 벌어지는가 하면 상가는 손님이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고야항에 인접한 하류지역의 경우 바다쪽의 밀물과 썰물 영향과 강우시에 넘친 오수 등으로 슬러지가 쌓이면서 여전히 악취를 뿜어내고 있다.

나고야시는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단기적으로 콘크리트 제방에 산소투입기를 설치해 수질개선에 나서면서 장기적으로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저수지를 곳곳에 만들어 강우시 오수유입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현재 공사중에 있다.

하천정비에 있어 무엇보다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나고야시의 민원 대책. 시는 하천정비때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계획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지역내 각계 각층의 시민들을 참여시켜 합의를 도출해 낸 뒤 공사를 시작해 민원으로 인한 공사지연을 아예 없앴다.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뒤 뒤늦게 제기된 민원문제를 해결하느라 공기를 늦추고 끝내는 공기에 쫓겨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우리현실과 비교되는 바가 크다.

실제로 호리카와천 정비때는 무려 4년동안 지역 주민들과 협상을 통해 민원을 해결했으며,야마자키천도 2년이나 걸렸다.

나고야시 관계자는 "하천정비계획 수립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공사과정에서 별 민원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공사를 추진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며 "시민들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한 하천공간 활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박종인·김길수·김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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