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5일 오랜만에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김모(30)씨는 잠시 둘러보다 나와
버렸다. 제대로 작품을 감상하기가 힘들었기 때문. 전시실이 운동장인 양 뛰어다니는 아이들, 친구와 큰소리로 떠드는 학생들로 전시실은
도떼기시장처럼 시끄러웠다. 김씨는 미술관을 나서며 절로 “휴일에 올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어”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관람예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명하고 관람료가 저렴한 전시들은 휴일이면 사람들로 넘쳐
나지만 남을 배려하는 관람 자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국립중앙박물관은 개장 초기에는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거나 의자에
드러눕는 사람, 아예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는 이도 눈에 띄어 관람객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3년째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전영옥(48)씨는 “관람객이 음료나 먹을 것을 가져 오는 일은 다반사이고 삼삼오오 몰려 다니며 거리낌없이 떠드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라고 말했다.
관람예절이 실종되다 보니 전시작품이 손상되는 일도 발생한다. 지난해 7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유치원생이 유리병 안에 유리관이 꽂혀 있는
조형작품을 건드려 유리가 깨지는 사고가 있었다. 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여가 시간에 미술관·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전시회를
찾는 마음만큼 성숙한 관람 자세가 자리잡지 못해 아쉽다.
송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