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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뚜벅이

[스크랩] 5부 2005년 12월 22일 목요일 돌아오라! 소렌토로 로마 -> 폼페이 -> 소렌토 -> 나폴리 -> 로마

겨울의 이탈리아는 두 가지의 특이점을 보입니다.
첫째는 관광하기에 해가 너무 짧다는 사실입니다. 오후 4시반 만 넘으면 컴컴해져서 밤의 도시, 야경을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해가 짧고 춥기 때문에 관광시즌이 아니라서 박물관 등등의 관광지를 구경하기에는 제격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의 장점을 따서 여행 온다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여행 역시 아이들의 행동이 우리의 관심입니다.
처음 패키지라고 했더니 극도로 싫어한 녀석이 원용입니다.
우리끼리 가야 한다면서 반대가 극심했지요.
그러나 어제 하루 버스투어를 하더니 180˚ 바뀌었습니다.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과 편안한 여행,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내려주고 설명해주고 하는 패키지의 장점을 이제사 터득한 모양입니다.
이제는 별 생각 없이 패키지 투어에 대한 불평 없이 잘 따라갑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아 보입니다.
아침에 나가보니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게 개어 있었습니다.
오늘 갈 여행지는 이탈리아 남부의 중심지인 나폴리 지역입니다.
따듯하고 햇살이 밝은 캄파냐 지역입니다.
워낙 햇빛이 좋아 올리브나 오렌지 농사 등 농업이 주 산업인 지역입니다.
농업이 주 산업이라서 인지 이탈리아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소득이 평균 이하인 곳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낙후된 지역입니다. 캄파냐 지방만이 아니라 남부지역 전체가 말입니다. 로마를 기점으로 공업이 주 산업인 북부지역의 밀라노, 토리노, 볼로냐 등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가이드의 말로는 1인당 GDP가 우리나라보다 못한 10000달러 미만이라고 합니다. 남부지방이...물론 북부지방은 30000달러가 넘고요. 이탈리아 전체적으로는 22000달러 정도입니다.
대신 예술적으로, 특히 음악으로 유명한, 나폴리민요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우리가 많이 접한 "오 솔레미오", "돌아오라 소렌토로", "산타루치아" 등등 수많은 주옥 같은 노래들과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같은 세계적인 테너들과 오페라 가수들, 그리고 오페라 등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또 하나, 피자와 요리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오늘 그 곳으로 우리는 떠납니다.

나폴리까지 가는 길은 "A1"이라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갑니다. 아마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를 이번 여행에서는 꽤나 이용할 것 같습니다. 오늘뿐이 아니고 내일 아시시를 거쳐 피렌체까지, 그리고 피사에서 베네치아, 베네치아에서 밀라노까지 계속 고속도로를 이용합니다.
우리에게야 너무 좋은 일입니다. 이탈리아의 농촌이며 시골 풍경들을 볼 수 있고 도로 환경까지도 엿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로마에서 나폴리까지는 3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오늘의 여행지는 먼저 폼페이, 다음으로 소렌토, 나폴리입니다.
남쪽으로 가는 도로는 줄곧 평지에 가깝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왼쪽 멀리 보이는 높은 눈이 덮인 산을 빼고는 오른쪽은 그야말로 지평선이 펼쳐지고 군데군데 구릉과 자그마한 언덕이 보이는 지역입니다.

                              <화산재에서 벗어나 발굴된 폼페이의 중심가 모습>

날씨도 쾌청하여 어제와 같이 을씨년스럽지는 않아 더 남쪽에 있는 폼페이나 나폴리에서는 따뜻할 것 같습니다.
가는 도중 우리를 인솔하는 가이드는 로마제국의 역사를 읇조리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트로이전쟁에서 진 트로이의 유민들이 이탈리아로 넘어온 것으로부터 로마에 도시를 건설하여 시조가 된 로물루스, 레무스에 대한 얘기며 초창기 로마왕국, 그리고 공화국으로의 변화, 또 로마제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사적 사실과 이탈리아의 역사를 약 3시간에 걸쳐 장황하게 얘기를 합니다. 물론 듣는 사람은 몇 명 없었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전공이 역사가 아님에도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가이드입니다. 아무튼 우리 가이드의 입심은 놀랍습니다.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것도 어려울 텐데 그걸 시대별로 3시간 동안 계속 쉬지 않고 떠든다는 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천부적인 가이드입니다.
이 3시간 동안 쌍둥이들과 박여사는 머리를 의자에 파묻은 채 열심히 경청을 합니다.
야, 이놈들이 웬일로 이런 어렵고 지겨운 설명을 들을까 했는데...
역시나 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눈은 감겨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자고 있었지요.
고속도로 휴게소는 우리나라의 여느 휴게소와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의 고속도로는 전혀 다른 형태인데 이 곳은 우리와 비슷하여 적응하기는 쉽지요.
단지 한가지, 화장실에서 donation을 해야 합니다. 20 ~ 50센트 정도 기부를 해야 합니다. 요금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조금씩 내면 되니까...
이탈리아에서는 공중화장실은 우리와 달리 대부분 기부를 받는다는 군요. 로마와 같은 도시 내에서도 화장실 가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폼페이에 있는 목욕탕 내부와 마차 바퀴자국까지 선명한 좁은 뒷골목>

드디어 서기 79년 8월에 발생했던 베수비오 화산의 갑작스런 폭발로 인해 순식간에 낙원에서 화염과 용암의 지옥도시로 변해버린 폼페이에 도착했습니다.
베수비오 화산은 민둥산입니다. 그리 높지도 않지만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우뚝 솟은 민둥산입니다.
폼페이가 2000년 전 화산재와 용암에 매몰되어 버리는 바람에 2000년 전의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변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간직한 지구상에서 유일한 도시입니다. 향후에도 이런 규모의 도시 전체가 과거의 시간을 가지고 존재하게 되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폼페이는 고고학적으로, 인류 역사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부여 받고 있습니다.

폼페이는 당시 로마인들의 휴양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화산 폭발로 인해 두께 2 ~ 3 m 두께로 도시전체를 용암과 화산재가 뒤덮어 버려 도시 자체가 완전히 지도상에서 사라져 버렸지요. 그러다 16세기 이후 조금씩 발굴을 시작하다 18세기 중엽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을 진행,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도시규모는 2 ~ 5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꽤 큰 도시였습니다.
당시 일어난 이 화산폭발로 티투스 황제는 밤낮이 없이 수습하느라 과로하여 결국은 생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폼페이의 화산폭발에 따르는 기록은 비교적 상세히 남아있습니다. 당시 나폴리만의 해군제독으로 근무하던 중 대폭발의 여파로 현지에서 죽은 소(小) 플리니우스가 대폭발에 대한 글을 남겨 상세히 알 수 있습니다.
폼페이의 날씨는 로마와는 다르게 상당히 따뜻합니다. 따뜻한 정도가 아니고 약간은 덥습니다. 로마와는 전혀 다른 날씨입니다.

폼페이는 그야말로 폐허의 도시가 아니라 생물이 없는 도시입니다.
폐허 라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도시의 모든 모습들, 단지 지붕만이 없고 도구들만이 없고 생명체만 없는 유령도시의 모습입니다. 부서지기는 했어도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모습입니다. 도시 전체가 말입니다. 현재까지 고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세계유일의 도시입니다.

                                                   <폼페이의 여러 모습들>

광장이며 각종 주택들, 그리고 유흥가와 당시에도 존재했던 환락가의 모습들, 그리고 로마 식 도로며 바둑판 형태의 거리 모습들까지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검투사 경기장까지 있고 원형 및 반원형 공연장, 로마인의 대표적인 생활공간인 공중 목욕탕까지 없는 것이 없습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둥그런 베수비오 화산의 모습에서 당시 사람들의 공포와 절규가 눈에 들어옵니다.
자다가 말고 화산재와 용암에 묻혀 죽은 사람은 차라리 행복하다고나 해야 할까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죽는 줄도 몰랐을 테니 말입니다. 엎드려 죽은 사람이며 아이를 안고 죽은 사람들까지 당시의 고통과 공포가 느껴집니다.
자연의 무서운 힘이죠.

한동안 폼페이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점심으로 이탈리아의 대표적 음식이자 이 곳 나폴리지역의 대표 음식인 해물 스파게티와 쭈꾸미 튀김 등을 먹었습니다.
어제도 스파게티가 주식인데 오늘도 아마도 계속 그런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파생되어 전세계적인 음식으로 유명한 스파게티가 이 곳 이탈리아에서는 우리가 먹던 것과는 맛이 다릅니다. 일단 상당히 짭니다. 이탈리아의 기후가 더워 짠 음식이 발달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먹는 스파게티가 우리 입맛에 맞아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나폴리 스타일의 해물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원용이>

오후 일정은 소렌토와 나폴리입니다. 이번 일행들은 한 식구만 빼고는 아무도 카프리섬 일주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카프리섬 일정은 없어지고 전체가 같이 소렌토와 나폴리를 관광하는 것으로 바뀌었지요.
카프리섬은 로마제국 2번째 황제인 공포정치로 유명한 티베리우스 황제가 머물면서 로마로는 나오지 않고 통치했던 곳입니다. 심지어 자기 어머니인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부인인 리비아의 사망소식에도 섬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절경으로 유명한 섬이지요.
소렌토까지의 길은 나폴리만을 끼고 툭 튀어나온 반도의 끝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접근 자체가 어려워 예로부터 소렌토는 요새화된 지역입니다. 삼면이 절벽으로 막혀있고 한쪽은 바다로 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절벽을 끼고 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절경입니다. 나폴리만을 바라보며 곳곳에 올리브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이곳의 주수입원도 올리브를 이용한 것들입니다. 올리브유에서부터 올리브나무로 만든 가구 등등 말이죠.

                 <소렌토로 가는 절벽에서 내려다 본 소렌토 시가지와 아담한 소렌토 해변>

소렌토는 자그마한 항구도시입니다. 소렌토의 입구쪽 절벽에서 내려다보면 전형적인 지중해 마을의 모습입니다. 이곳이 유명한 것은 그 아름다운 풍광도 풍광이지만 뭐니뭐니해도 그 유명한 나폴리 민요 "돌아오라 소렌토" (Torna a Sorriento)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소리엔토"라고 부르는 소렌토입니다. 영어권 국가들이 고유명사를 자기들에게 맞게 다르게 고쳐 부르는 것은 유명하지요. "Napoli" (나폴리) 인데도 "Naples"로 부르고 "Firenze" (피렌체)는 "Florence", "Venezia" (베네치아)는 "Venice"로 부릅니다. 하긴 심지어 "Roma" (로마)도 "Rome"으로 바꿔 부르는 사람들이지요.

소렌토에서의 하얀 절벽을 배경으로 한 절경을 뒤로하고 남부 이탈리아의 가장 큰 도시이자 중심도시이며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나폴리를 향합니다. 나폴리를 세계 3대 미항으로 꼽는 이유는 육지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다에서 선원들이 바라봤을 경우를 말합니다. 육지에서 보는 나폴리는 지저분하고 정비가 되어 있지 않고 시끄러우며 조화롭지 못한 도시의 모습입니다. 항구쪽은 가난한 사람들만이 사는 듯 집들도 허름하고 쓰러져 가는 것 같고 꼭 홍콩의 하층민들이 모여사는 아파트 촌과 같은 인상입니다. 집집마다 아파트 베란다에 빨래가 널려있습니다. 도시 한 가운데로 전차가 지나다니면서 교통질서도 엉망이고...여하튼 질서하고는 거리가 먼 후진국의 모습입니다.
제가 보기에 나폴리가 3대 미항이라면 세계 4번째 미항은 뭐니뭐니해도 경상남도의 통영항입니다. 정말이지 왜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지 오늘에서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통영항과 똑 같은 바닷가모습, 항구모습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통영항의 모습과 유사한 나폴리 항>                    <바다위에 홀로 있는 달걀성>

일명 달걀성이라고 불리는 "카스텔 델로보" 성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바다를 등지고 해안가를 쳐다보면 완전히 통영과 일치하는 항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달걀성은 천연의 요새입니다. 바닷가의 자그마한 섬 전체를 성으로 꾸며 성안에 식량과 식수만 확실히 간직하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함락시킬 수 없을 것 같은 구조입니다. 섬 전체가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몇 백 년 전의 일을 얘기하는 겁니다.

서울(로마)로 가는 길은 내려올 때보다는 지루하지 않게 갑니다. 가이드가 설명을 하기보다 오래된 영화를 틀어주어 지루하지 않게 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영화냐구요?
뭐 칼라도 아닌 흑백영화입니다. 이만하면 아시겠지요. 바로 "Roman Holiday",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 주연의 로마의 휴일입니다. 이번 여행의 일행들은 이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 많은지 관심들이 많습니다.
저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것을 로마로 가는 고속도로상에서 만나게 되어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 바로 일몰구경입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맛보는 일몰입니다.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제가 어렸을 때나 볼 수 있었던, 이제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서쪽 하늘뿐이 아니라 동쪽 하늘까지 전체가 붉게 물들고 져가는 해의 새빨간 모습은 이곳이 서울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줍니다.

이제 내일은 드디어 숙소인 로마인근의 포메치아 (Pomezia)를 떠나 북부 이탈리아로의 여정을 떠납니다.
먼저, 중세도시 아시시, 그리고 가죽으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방의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까지의 일정입니다.

또 하나의 감동을 줄 수 있는 도시들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애기한다면 점점 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출처 : 드라이빙 해외여행
글쓴이 : ctyp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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