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로마시내 관광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너무 아쉬운 일정입니다. 이 대단한 도시를 반나절도 아닌 단 몇 시간으로 끝내야 한다는 점이 말입니다. 로마 여행시에 여행사를 통하면 가장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이 로마 자체에 대한 것보다도 5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로마의 휴일"입니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이 영화 얘기로 시간을 다 보냅니다. 로마를 보려는 것은 그 영화에서 나오는 몇 개 되지 않는 관광지를 보려는 것이 아닌 고대로부터의 유적을 보려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그것으로 로마를 마치 다 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기술을 여행 가이드들이 보여줍니다. 반복학습의 놀라운 결과입니다. 버스 안에서 계속적인 반복 교육으로 로마에서 볼 것은 영화에 나오는 몇몇 장소와 콜로세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대전차 경기장, 카피톨리노 언덕, 포로로마노 정도만을 보고는 떠나갑니다. 로마의 거의 대부분을 본 것처럼... ![]()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역시나 로마의 휴일이 기본 컨셉입니다. 로마의 휴일은 고대로마와는 거리가 먼 근대 이후의 로마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동선도 역시나 로마의 휴일입니다. 영화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찾지 않을 별 볼 것 없는 "진실의 입"을 지나 대전차경기장으로 향합니다. 대전차경기장은 말 그대로 현대의 경마장과 같은 곳입니다. 고대 로마 당시에는 경마보다는 전차 경주가 유행했었지요. 영화 "벤허"에 나오는 벤허와 메사나의 바로 그 전차 경기가 있던 그런 경기장입니다. 지금은 황량한 공터로 변해버렸지만 2000년 전에는 이곳에 관중석도 별도로 가지고 있는 거대한 경기장이었다고 합니다. 로마인들은 건축에 관한 한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유럽과 중근동, 북아프리카에까지 로마식 가도를 만들고 상수도를 만들고 각종 건축물들을 거대하게 만드는 능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대전차경기장 건너편으로 보이는 팔라티노 언덕에 있는 고대 로마제국 통치자들의 황궁이며 각종 시설물들을 멀리서나마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오후의 석양이 비치는 팔라티노 언덕은 그야말로 폐허가 된 건축물들의 잔해를 웅장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로마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라는 고대의 유적지들을 보기 위해 돌로 된 시내도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콜로세움은 원형의 경기장으로 제국 당시에 검투사들의 죽고 죽이는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로마인들의 스포츠/레저 활동의 장이었습니다. 요즘으로 얘기하면 권투나 레슬링, 격투기라고 할 수 있죠. 단지 실제로 죽어나가는 잔인한 경기라고나 할까요. ![]() 콜로세움 앞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은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똑 같은 형태입니다. 유럽에서 역사적으로 대제, 즉 Great - 라틴어로 Magnus, 이 칭호를 받은 사람은 3명 있습니다. 첫 번째가 알렉산더 대왕이고요, 두 번째가 바로 이 콘스탄티누스 대제입니다. 세 번째는 서기 8세기의 프랑크 왕국의 왕이었던 샤를대제(독일어로는 카알)입니다. 샤를은 이 Magnus를 붙여 보통 우리가 샤를마뉴라고 호칭하지요. - 라는 칭호를 붙인 로마황제 중 유일한 사람이지만 서기 312년 밀비우스 전투에서 자신의 정적인 막센티우스를 이기고 세운 문입니다. 로마인들이 승리를 기념하여 만들어준 것이라지만 실제로는 콘스탄티누스의 반대편에 섰던 로마인들이 그의 군사력과 위엄에 굴복하여 만든 개선문이지요. 즉, 반강제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쟁사적으로는 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전투이지만 기독교 교회사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위치를 차지하는 전투입니다. 로마인이 만든 다신교의 대제국 로마가 기독교라는 일신교를 인정하고 진흥시키는 국가로 탈바꿈하면서 세계사적으로 중세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전투입니다. 만일 그 전투에서 콘스탄티누스가 졌다면 아마도 세계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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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은 각종 부조와 조각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그중 일부분은 다른 개선문들, 트라야누스 개선문과 같은 곳에서 떼어내 붙였다고 합니다. 또 하나 네로황제의 궁전인 황금궁전의 연못이 있던 곳에 이 개선문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옆 콜로세움은 겉과 속의 대리석 장식과 각종 건축 부장품들이 다 뜯겨져 나간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고대 로마제국 당시의 모든 건축물들이 대부분 뜯겨져 나간 모습이 오늘의 고대 로마유적들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고대 로마에는 대리석이 많았지만 워낙 많은 대리석 건물들을 만들다 보니 더 이상 대리석이 나오지 않게 되었지요. 그래서 로마는 반경 60Km이내 지역에서 대리석을 캐어 로마의 각종 건축물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건축물들이 로마 멸망 이후 야만족들에 의해 뜯겨져 나가거나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교회를 신축할 당시 구하기 힘든 대리석을 멀리서 운반하는 수고대신에 고대 로마의 다신교적이고 반 기독적인 건축물에서 건축자재들을 뜯어내 신축건물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콜로세움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래서 남은 건 뜯겨진 잔해만 보게 되는 겁니다. 초기 로마는 7개의 언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었습니다. 저지대는 테베레강의 홍수로 잠기게 되어 언덕 위에 생활 터전을 만들었지요. ![]() 그 중 신전이 있던 곳은 이 카피톨리노 언덕입니다. 포로 로마노라는 정치 중심지는 이 카피톨리노 언덕과 그 옆의 팔라티노 언덕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카피톨리노 언덕 위에서 남쪽으로 보면 무수한 고대의 유적들이 버려져 있는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의 각종 포럼이나 원로원, 개선문 등이 고대 로마의 중심지임을 보여줍니다. 포로 로마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우리는 단지 10여분 정도 사진만 찍는 곳으로 되어있으니 저에게는 가장 아쉬운 곳입니다. 그 지역으로 내려가 각각의 건물들의 잔해와 당시 쥴리어스 시저가 암살당한 곳을 비롯, 유명 장군들이나 황제들이 개선하는 모습, 그리고 당시 시민들의 생활상을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해가 지는 가운데 서 있는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포로 로마노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 카피톨리노 언덕을 오르는 계단은 특이합니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인간이 가장 오르기 쉽게 설계했다는 군요. 언덕 위 광장에는 로마제국 5현제 중 마지막 황제였던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황제의 기마상이 있습니다. 카피톨리노 언덕 북쪽은 사르데냐의 왕으로 1861년 이탈리아 통일시 초대 이탈리아 왕이었던 비토리오 에마뉴엘레 2세의 기마상과 함께 통일기념관이 거대한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그 앞이 한 때 베네치아 대사관으로 사용됐던 베네치아 궁전이 옆에 있는 베네치아광장입니다. 로마에서 우리의 시청앞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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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톨리노 언덕을 오르는 계단>
<언덕위 카피톨리노 광장과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이제 다시 영화 "로마의 휴일"로 돌아갑니다. 바로 트레비분수입니다. 또한 "본젤라또"라고 하는 아이스크림입니다. 오드리 헵번이 동전을 던지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짧게 커트를 하여 유명해진 헵번스타일의 헤어스타일을 유행시킨 미용실이 있는 곳입니다. 들은 일화로는 그 미용실은 손님으로 장사진을 이루었는데 그 중 한 손님이 헵번스타일의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항의를 했는데 담당했던 미용사가 "당신은 오드리 헵번이 아니고 오드리 될번"이라고 말해 역시 미인은 꾸며서 되는 건 아니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습니다. 밤에 보는 분수 주위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분수의 시끄러운 소리도 북적 이는 인파의 소리와 어우러져 겨울임에도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여기서 우리의 박여사와 쌍둥이녀석들은 역시나 영화의 한 장면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동전 던지기와 본젤라또 입니다. 일단 "본젤라또" 라는 아이스크림을 먼저 사먹기로 했습니다. 트레비분수 주위에는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몇 개 있습니다. 우리 일행이 한꺼번에 몰려가 2 ~ 3 곳이 꽉 차는 바람에 분수부터 구경하고 먹기로 했지요. 그러면 조금은 한산해질 테니까 말입니다. 분수에서 4 식구가 모두 한번씩 동전을 던지기로 했는데, 아뿔싸!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 생각을 미리 했으면 10원짜리 우리나라 동전을 가지고 오는 건데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은 20센트짜리와 50센트짜리 밖에 없어 비싼 동전을 던지게 되었다는 전설 아닌 사실입니다. 다음에 올 때는 이것도 생각해서 10원짜리 동전을 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 여하튼 동전은 모두 던졌으니 언젠가 영화 속 얘기대로 다시 로마를 찾게 되겠지요. 이번 여행도 박여사의 주장으로는 20여 년 전 로마를 찾았을 때 던진 동전의 효과가 성공적이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래서 다시 오게 된 건지는... 글쎄요, 믿거나 말거나... 그래도 꿈은 버려서는 안되겠지요. 다시 와서 이번과는 다르게 우리 가족끼리의 여행이 될 것을 빌며... ![]() 이제 한산해진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서는 서울의 배스킨라빈스와 별 차이 없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먹었습니다. 영화속 장면 연출은 모두 했지요. 딱 하나, 스페인광장만 가지 못했을 뿐... 오늘의 일정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루비콘강을 건넌 시저와 같은 마음으로 로마로 들어섰다는 생각뿐입니다. 내일은 남부 캄파냐 지방에 있는 폼페이, 나폴리, 소렌토로 향합니다. 내일은 전혀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
출처 : 드라이빙 해외여행
글쓴이 : ctyp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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