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모자-CBS 갈등 해소됐나, 봉합됐나
지난주에 제가 영안모자와 CBS의 갈등설을 언급한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갈등의 핵심은 CBS 이정식 사장이 추천한 신현덕 경인TV 컨소시엄 대표를 법인 설립 이후로도 그대로 가지고 갈 것이냐의 문제였습니다.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5월 11일 기자들과 만나 "컨소시엄이 끝날 때까지 신 교수가 대표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법인 설립 때 공모를 통해 새 대표를 선임해야 한다는 뜻을 비쳤지요.
이튿날 백 회장은 이 사장과 신 대표를 오전 오후에 연속으로 만나 이 문제에 대한 이견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주 신 대표가 장인상을 당했는데 백 회장이 빈소도 다녀갔다고 하네요. 기자협회보와 미디어오늘은 신 대표가 앞으로 대표이사 공모에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쪽이 해석하는 분위기는 다소 다른 것 같습니다. 영안모자는 신 대표가 사장 후보로 공모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신 대표나 CBS는 공모와 관련 없이 신 대표가 법인 설립 이후에도 한동안(3년) 사장을 맡기로 합의했다는 것이지요.
신 대표는 "경영계획서를 심사할 때나 청문 때도 컨소시엄 대표의 경력과 경영 철학, 운영 방침 등을 듣고 사업자로 선정한 것인데, 심사가 끝나자마자 대표를 바꾸겠다는 것은 방송위를 기만한 꼴밖에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업계획서에도 그런 내용이 있고, 이는 다른 주주들과의 약속이라는 겁니다. 법적 절차를 따져봐도 법인 설립 이전에는 이사회도 구성돼 있지 않아 공모를 할 수도 없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장추천위를 통한 사장 공모는 2대 사장부터 적용된다는 것이지요.
영안모자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컨소시엄 대표가 대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지분율 5%에 불과한 CBS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지요. 또한 신 대표가 법인 대표를 맡더라도 사장추천위를 통한 공모 방식이 처음부터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영안모자와 CBS는 주주 구성비율과 컨소시엄 대표 등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왔으나 그때는 사업자 선정이라는 당면 목표가 있어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백 회장은 "신 대표가 전화로라도 인사 한번 없었고, 대주주와 상의도 없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지요. 반면 신 대표는 "나를 컨소시엄의 대표자로 올려놓고 정식으로 고용계약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표를 제쳐놓은 채 대주주가 자의적으로 주주간담회를 소집해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지요.
또 영안모자는 "CBS는 5%의 주주일 뿐"이라고 잘라말하고 있고, 신 대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하면서도 컨소시엄 대표와는 상의도 없이 구체적인 운영 방침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인TV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기만 했을 뿐 아직 정식으로 허가추천을 받지 못했고 이행각서 제출 등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불만은 많지만 서둘러 봉합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대외적으로도 갈등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듯합니다.
경인TV는 5월 15일 개국 준비단 사무실을 중구 소공동에서 영등포구 당산동으로 옮겼습니다. 신 대표의 장인상으로 며칠 늦춰졌는데 22일 첫 회의를 연 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해 6월 20일 정도까지는 법인 설립을 마칠 것이라고 하네요. 아무쪼록 복직의 기대를 품고 견뎌온 전 iTV 직원들과 방송 재개를 손꼽아 기다려온 인천ㆍ경기 지역 시청자의 희망과 기대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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