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연재

상하이를 가다 3

상하이를 가다 3

 

둥타이루에서 촬영중인 유럽의 스텝들. 

 

둥타이루: 중국의 황학동 시장


상하이를 소개한 국내 여행안내서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상하이에서 택시는 보조교통수단이라고. 택시기사가 영어도 모르고 요금도 비싸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상하이 구석구석을 둘러보려면 편리한 지하철도 한계(3개 노선)가 있고, 일일이 목적지를 확인해 버스를 타기도 쉽지 않다. 일정이 길다면 걸어다니는 게 최고이지만, 빠듯한 일정 속에서 그나마 효과적으로 여행을 하려면 택시만한 게 없다. 시내에서 공항을 가거나 외곽에서 더 먼 외곽으로 빠지는 장거리가 아닌 한 택시비는 여행서가 말하는 만큼 비싸지 않다. 기본요금 10위안. 시내에서만 타고 다닌다면 50위안을 넘지 않는다. 또한 상하이 택시요금은 한국보다 더 합리적이며 절대로 바가지가 없다. 기본요금이 나와도 꼬박꼬박 영수증을 끊어준다.

 

 

둥타이루에는 다양한 불상을 만날 수 있다. 인도와 티벳풍 불상도 상당하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둥타이루 골동품 시장. 과거 우리나라의 황학동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여행서에서 둥타이루는 다섯 줄 안팎의 있으나마나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지만, 구경해볼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한국 관광객들에겐 샹양시창 즉 짝퉁시장이 훨씬 유명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그곳을 찾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짝퉁을 장만할 생각이 아니라면, 둥타이루 골동시장이 훨씬 매력적인 관광 코스라 생각된다. 샹양시창엔 가짜 명품이 판을 치지만, 이 곳 둥타이루 골동시장에 펼쳐진 골동품은 대부분이 진짜배기(물론 가짜도 있다)고 오래된 것들이다.

 

둥타이루의 고악기상. 주인이 해금을 연주해 보이고 있다.

 

차근차근 둘러보면 골동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박제용 거북이 등껍질에서부터 섬세한 조각을 자랑하는 고가구, 다양한 양식의 불상과 도자기, 다기류, 소리가 날까 의심스러운 옛날 악기들, 근대의 라디오와 전화, 전축들, 다양한 옥공예품과 보석함, 장식함, 다양한 크기의 붓과 벼루들, 옛 마오시대의 포스터와 뱃지와 인형들. 골동품 컬렉터들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골목이지만, 둘러보는데 하루가 짧게 느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옛날 악기를 펼쳐놓은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는데, 주인은 내 앞에서 해금으로 보이는 중국 악기를 연주해 주었다.

 

오래된 골동시장의 갓난아기.

 

가격을 물어보니 350위안. 거의 4만원에 가까웠다. 하나쯤 사고 싶었으나, 악기인지라 길쭉해서 가방에도 들어가지 않거니와 가져가다 망가질 것도 같아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해금 가격만 보면 상태가 안좋은 것은 150위안에서 최상의 상품은 450위안. 2만원에서 5만원 선이다. 옛날 악기 외에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옛 마오시대의 포스터와 뱃지, 각종 인형들이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물건들이지만, 그 촌스러움이 이것의 매력인 것이다. 마오시대의 물건들이 걸린 상점 앞에는 공교롭게도 체 게바라 가방이 걸려 있었다. 가방 속의 체는 마오를 바라보고 있고, 포스터 속의 마오는 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적나라한 춘화가 그려진 보석함.

 

체가 중국으로 건너와 마오를 만난 것은 오래 전 일이었다. 마오는 평소 체가 존경했던 인물이었고, 딸의 별명까지 ‘나의 작은 마오’라 부를 정도였다. 어쨌든 이 풍경이 더욱 둥타이루를 인상깊게 만들었다. 사실 둥타이루 골동시장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만 인기가 별로일 뿐 유럽이나 일본 관광객들에겐 아주 인기 있는 관광 코스이다. 내가 찾았을 때에도 유럽의 한 미디어에서 골동품 시장을 배경으로 영상촬영을 하고 있었다. 서양의 눈에는 동양의 오래된 것들이 아마도 신비로운 정신의 산물로 비쳐질 것이다.

 

  

마오시대의 뱃지와 인형들.

 

둥타이루 시장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이 곧 허물어질 듯 이어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미 철거되고도 남았을 집에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다. 이런 위태롭기 짝이 없는 풍경은 둥타이루 인근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다. 도심엔 첨단 고층빌딩이 우후죽순으로 솟아 있는데, 아직도 뒷골목 곳곳에는 이런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낙후된 건물이 지천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상하이의 명암이고, 상하이의 빈부이며, 상하이의 겉과 속이다.  

           


골동시장 끝자락에 자리한 자전거포.

'*기획 연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하이를 가다 5  (0) 2006.06.30
상하이를 가다 4  (0) 2006.06.30
상하이를 가다 2  (0) 2006.06.30
상하이를 가다 1  (0) 2006.06.30
[바꾸자, 가족문화]<4·끝>우리 가족 아름다운 가치 찾기 공모전  (0) 200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