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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상하이를 가다 4

상하이를 가다 4

둥타이루 끝자락에 자리한 노후화된 주택과 골목.

 

상하이의 뒷골목: 마천루숲에 가려진 그늘

 

상하이는 중국에서도 가장 화려한 도시로 손꼽혀 중국의 신천지라 불리지만, 모든 화려함 뒤에는 가려진 그늘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1990년 이후 시작된 푸둥 신도시 개발로 상하이는 단연 중국이 내세우는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였고, 시가지를 온통 마천루숲으로 만들어놓기에 이르렀다. 마치 그건 비온 뒤에 쑥쑥 자라는, 우후죽순이란 말이 어울리게 자고 나면 없던 고층건물들이 새로 솟아 있을 정도였다. 상하이의 변화의 속도는 천성이 느린 중국인에게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왔다. 한적한 어촌이었던 곳이 자고 일어나니 마천루 숲으로 뒤덮인 국제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둥타이루에서 즈짜오쥐루 가는 길에 펼쳐진 낡은 풍경들.

 

이런 상하이의 발전상은 그 자체로 관광상품이 되었을 정도이고, 오늘날의 많은 관광객들도 그런 발전상을 보러 찾아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늘이 있듯이 급격한 발전상 뒤에는 어쩔 수 없이 피폐한 현실이 아물지 않은 상채기로 남아 있다. 그것은 당연히 대로에 있지 않고, 후미진 뒷골목에 존재한다. 한쪽이 화려하고 세련된 마천루숲으로 변신하는 동안 다른 한쪽은 더욱 가난하고 노후화된 고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의 상당수는 어느덧 구체제가 되어버린 옛 공산시절(그렇다고 중국이 자본주의는 물론 아니지만)의 아파트이기도 하고 다가구주택이기도 한 건물들이다. 어떤 것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고, 어떤 것은 거기에 사람이 사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위위안 가는 길, 팡빈중루에서 만난 여인은 집앞이 일터이고, 재봉질이 생계수단이다.

팡빈중루에서 만난 노인. <유불무사>라 쓴 편액을 내걸고 집안에 불상도 모시고 있다.

 

어떤 골목을 지나노라면, 지독한 음식물 냄새와 하수구 냄새로 코를 막아야 하고, 어떤 골목은 시멘트 잔해와 허술한 건물의 방치로 그곳을 지나는 것 자체가 모험일 때도 있다. 물론 이런 골목을 내가 속속들이 찾아다닌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지나치던 시내에서도 이런 골목은 내 눈에 띄어 나를 잡아끌었다. 첫 번째로 내가 만난 인상적인 뒷골목 풍경은 임시정부유적지가 있는 마당루 인근이다. 이곳은 아직도 옛 시대의 노후화된 건물이 많고, 상대적으로 개발에 소외된 곳이어서 자연적으로 후미진 뒷골목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골동품시장이 있는 둥타이루 인근에도 이런 후미지고 때로 위험하게 낡아빠진 건물이 즐비한 골목이 곳곳에 존재한다. 또한 상하이 최고의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위위안(예원) 가는 길에도 이런 오래된 뒷골목이 미로처럼 뻗어 있다.

 

 

마당루의 한 골목 풍경과 노후화된 건물의 몰골. 

 

그러나 내게는 그곳의 삶이 비참하게 느껴지지도, 불쌍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상냥하였고, 아무렇지도 않게 베란다 빨래걸이에 빨래를 내걸었으며, 자전거로 무언가를 열심히 실어날랐다. 어떤 이는 이빨 빠진 이를 드러낸 채 노부의 흰머리를 잘라주었고, 어떤 이는 집앞에 내놓은 재봉틀로 옷가지를 수선하였으며, 어떤 아이는 팩우유를 한 통 사들고 골목으로 웃으며 총총 사라졌다. 비참한 건물과 환경에 비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리 비참해 보이지가 않았다. 그들은 나로 하여금 이 곳이 상하이의 또다른 관광 명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였다. 어디에서건 삶은 갸륵한 것이고, 거룩한 것이었다.

 


위위안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삶은 잠든 아기와 같다. 언제 깨어나 칭얼거릴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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