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아날로그 감성
2006.09.24 송주연 기자
최근 몇 년간 많은
영화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담기 위해 과거로 회귀해왔다. <라디오 스타>는 아날로그 감성을 물씬 풍기지만 그 시점이 현재에 있다.
때문에 보다 내밀하게 추억을 들춰내고, 동시에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형, 어디 가? 어디 가냔
말이야!’ <라디오 스타>의 한물간 록가수 최곤(박중훈)은 그의 오랜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에게 이렇게 외친다. 경찰서 유치장에서도,
고속도로에서도, 시골 방송사에서도 박민수가 등을 보이려하면 그는 이렇게 소리친다. <왕의 남자>가 상영 중일 때부터 강원도 영월에서
촬영에 몰두한 이준익 감독은 최곤의 외침처럼 '어디론가 사라진' 그 시절의 그리운 감성을 현재에 불러낸다.
'비와 당신'으로
1988년 가수왕을 수상한 록가수 최곤은 이젠 화려한 콘서트 무대 대신 미사리의 한 카페에서 노래를 한다. 자신의 추락을 받아들이기 힘든 최곤은
카페 손님과 사장에게 주먹을 날려 유치장 신세까지 진다. 그런 그를 여전히 최고 가수로 대해주는 사람은 지난 20년 동안 함께한 매니저
박민수뿐. 박민수는 합의금을 빌려 최곤을 유치장에서 빼내고 방송사 국장의 권유에 따라 최곤에게 강원도 영월방송지국으로 내려가 DJ를 하라고
말한다. 최곤은 어쩔 수 없이 영월로 내려간다. 좀 더 큰 원주방송사로 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영월지국장(정규수)이나, 원주방송사에서 사고를
치고 영월로 온 PD 석영(최정윤) 역시 방송이 탐탁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첫 날부터 방송사고로 시작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그러나 영월
주민들의 목소리가 라디오를 타면서 방송은 진심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최곤은 재기의 발판을 조금씩 닦아가지만, 작은 성공은 매니저
박민수와의 관계에 장애물이 된다.
영화 속 라디오 방송이 소박한 사연을 실어 나르듯, <라디오 스타>는 대작이 추세인
요즘 단 28억 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소박한 영화다. 박중훈과 안성기의 연기엔 일상의 소박함이 묻어나고 이준익 감독의 연출 역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담담함은 영화의 현실감을 높여 관객들의 마음을 더 크게 울린다. 음악의 몫도 크다. 방준석 음악감독이 작곡한 '비와
당신'을 비롯 적재적소에 배치된 추억의 명곡들은 최곤과 박민수의 이야기를 관객 개개인의 이야기로 치환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노브레인을 비롯한
김장훈, 임백천 등 가수들의 깜짝 연기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상영이 끝나면 주변을 둘러보자. ‘언제나 나를 최고라고 말해준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카피 문구처럼 행복감이 밀려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