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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방송특보’ 직함장사 직접 막으시죠 -2009.2.25 미디어스

‘방송특보’ 직함장사 직접 막으시죠
[전광식 / OBS PD·희망조합 조합원]
2009년 02월 25일 (수) 12:20:21 전광식/OBS PD mediaus@mediaus.co.kr

   
안녕하세요? 저는 OBS라는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는 PD입니다. OBS 취재 카메라는 눈에 보이는데, 청와대에 방송은 나오지 않으니 도대체 어떤 방송국인지 궁금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께서 당선되신 며칠 후 개국했으니, OBS는 이제 돌을 조금 지난 지상파 방송사입니다. 막 걸음마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인지, 시청자들 중에서도 아직 OBS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을 많은 분들이 함께 봐주시기를 기대하는 PD로서 이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갓난아기 배냇저고리 벗긴 방통위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널리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한 저희 PD들의 책임이 크겠지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약간 억울한 구석이 있습니다. 사업자 선정 당시에는 ‘인천, 경기 일대를 지상파 방송 권역으로 하되, 서울 지역에서도 SO를 통해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국 1년이 지나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서 SO를 통해 서울 지역에 OBS가 방송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통령께서 계신 청와대뿐 아니라, 서울의 많은 지역에서 TV 모니터를 통해 OBS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인 OBS에 대해 이것은 어쩌면, 배냇저고리를 벗겨놓은 것이라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 추운 시기에….

이런 OBS가 요 며칠 사이, 시청자들의 입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창사 당시를 뺀다면, OBS가 이렇게 주목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OBS 내부에서는 이 효과로 시청률이 상승했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다름 아니라, 대통령께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에 ‘작은 인연’을 가지셨던, 차용규 당시 방송특보가 OBS 사장으로 선임됐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부터입니다. 청와대는 다음날 보도 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그 어떤 누구도 OBS 사장 선출에 개입하거나 이와 관련해 OBS 관계자와 접촉한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재민 차관은 “차 사장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를 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문화일보). 당시 보도되었던 정부 쪽 입장을 정리한다면, 누구도 차용규 방송특보의 OBS 사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매명과 호가호위로 방송사 사장이 될 수 있다니

그런데 차용규 방송특보를 OBS 사장으로 뽑은 사장공모 추천위원들은 차용규 지원자가 2005년까지 울산방송 사장이었다는 것과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방송특보였다는 것 외에 받은 정보가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은 사장 임명 후 차용규씨가 “특보 출신인 것이 가산점이 됐을 수 있다”(기자협회보)고 밝힌 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울산방송에 차용규 사장이 재직하던 시절, 부하직원이 27억원을 횡령하고 해외 도피했던 사실 등은 사장공모 추천위원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프레시안). 차용규 지원자는 이 일과 관련해서, 결국 울산방송 사장을 그만 두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차용규 지원자에 대한 여러 추문들 역시 사장공모 추천위원들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면접도 없이, 지원자가 제출했던 서류만으로 심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프레시안). 방송특보 경력은 강조되었던 반면, 지원자의 능력과 자질을 판단할 만한 자료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던 심사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공모 과정은 빠르게, 그것도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현재 제가 속한 OBS 희망조합은 ‘차용규씨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방송특보였다는 것 자체가 방송 중립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사장 공모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의심하게 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시각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후보 시절 대통령의 ‘방송특보’였다는 직함을 아직도 강조하시고 다니는 분이 계시기에, ‘이제는 그것을 회수하실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현직 대통령과의 ‘작은 인연’이 ‘큰 힘’인 양, 통용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모습은 아닐 테니까요. 다소 무리한 부탁일는지 모르겠으나, 차용규 당시 방송특보께 있어야 할 제자리를 설명해주시는 것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편지가 아닌, TV 모니터를 통해 청와대에 앉아 계신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2009년 2월25일

OBS PD 전광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