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SBS ‘소유·경영 분리’ 약속 어기고 아들에 경영권 승계
ㆍOBS ‘공익적 민영’ 모토 깨고 MB특보 출신 사장 앉혀
서울·수도권 민방인 SBS와 경인방송 OBS의 대주주가 방송사업권 재허가 및 허가 과정에서 시청자들과 정부에 약속했던 ‘소유와 경영 분리’를 슬그머니 철회하고 있어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
SBS는 “오는 27일 주총을 열어 예정대로 윤세영 SBS이사회 의장의 장남이자 태영의 대주주인 석민씨를 SBS와 관련 회사의 경영과 인사권 등을 총괄하는 SBS홀딩스 부회장으로 선임할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시민단체와 전국언론노조 등은 “SBS가 2004년 말 재허가 파동 당시 소유와 경영 분리를 약속해놓고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사실상 약속을 깨고 있다”며 “ ‘재벌 친화적 정권’에 편승한 경영권 세습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SBS는 재허가 파동 직후인 2005년 초 약속대로 윤세영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장남 석민씨가 상무급 경영위원(이사)직에서 각각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노사 합의로 시청자위원회와 노사 대표 등 9명으로 구성된 ‘민방특위’를 발족시켜 순수 지주회사 도입, 사외이사 비율 확대, 감사위원회와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등 10개항의 경영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대주주의 입김으로 견제책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노조의 평가다.
심석태 전국언론노조 SBS 본부장은 “사외이사를 4명으로 늘리고 여러 기구를 둬 봤지만 견제가 잘 안 됐다”며 “이제 SBS 사장·본부장·국장에 대한 임면동의제 등을 관철시켜 대주주의 간섭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4월 ‘공익적 민영방송’을 모토로 사업권을 따냈던 OBS의 대주주(백성학 영안모자 회장)도 대국민 약속 파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백 회장이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특보 출신인 차용규씨를 사장으로 앉히는 과정에서 방송사업권을 따낼 때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백 회장은 2007년 3월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 운영하고 시민사회와 법조계, 학계로 구성된 사외이사 2인, 이사 1인, 외부인사 2인 등의 대표이사추천위원회가 공정하게 뽑은 대표이사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켜나가는 책임 경영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는 “이번 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는 노조와 시민단체가 일방적으로 배제된 채 백 회장이 차씨를 사장으로 앉히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반발하며 조합원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특히 차 사장이 대표이사추천위원회의 면접도 거치지 않고 사장에 선임된 사실을 최근 확인하고 사장 퇴진 투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노중일 OBS희망조합 지부장은 “신뢰도가 생명인 방송사 대주주가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린 데다 특보 사장이 취임 후 사원광고할당제를 추진키로 하는 등 방송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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