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스름이 걷히기 시작하자 멀리 에귀 디 미디(Aiguille du midi)부터 보인다.
다행히 날씨가 쾌청하여 오늘 트레킹이 기대가 된다.
그래도 새벽잠을 포기하기를 주저치 않는 사람이 동서고금에 없듯이
기지개 한번 쭉 펴고 다시자는 달콤함을 뿌리치기란 역시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이 열쇠가 그 모든 번뇌를 싹뚝 잘라준다.
"키 반납하세요~ 아직까지 반납 안하신 분~" 한왕용 대장이 이렇게 외치며 지나가면
용 빼는 재주 없다. 다 정리하고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 산꾼들의 질서이기도 하다.
레 우쉬(Les Houches, 1010m)에서 승합차로 스타트 포인트로 이동하여 단단히 준비를 한다.
케이블카를 이용, 벨뷔(Bellevue,전망대)에서 꼴 데 보자(Col de Voza·1653m)로 이동하거나.
레 샤방(Les Chavants)에서 곤돌라를 이용 르 쁘라리옹(Les Prarion,1900m)산정으로 가서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쉬을 터.
그러나 우리는 트레킹 본래의 취지에 맞게 , 하단부인 레 샤방(Les Chavants)에서부터 가파른 사면을 걸어
산행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TMB로 연결하기 위한 지점으로 이동하는데 케이블카는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사진의 노란선을 따라가는 것이 오늘의 트레킹 코스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경사가 심한 사면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레 샤방(Les Chavants)에서 드디어 꼴데 보자(Col de Voza·1653m)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사진 뒤쪽에 보이는 능선에 이르기 위해 가파른 수림지대 급사면을 2시간여를 올라가야 한다.
가끔은 이렇게 아름답고 고요한 평원을 걷기도 한다.
이런 완충지대가 없다면 정말 지리하고 고된 트레킹이 될 것이지만,
몽블랑의 산길은 참으로 트레커들에게 안전하고 호감가게 길이 나있어 종종 위안을 삼는다.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찍기 위해 일행에서 낙오한 광명의 송덕엽 선배.
아름다운 것은 가능한 많이 즐기고 나누어야 하는 것.
발길을 재촉하는 선배를 세워 놓고 그 아름다움에 묻혀 있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저 이름모를 꽃들이었다.
가이드는 친절하게 영어식 이름과 불어식 이름을 몇번씩이나 천천히 말해주었으나
야생화의 이름을 모르면 어떠리.
그들은 그들 멋대로 자유롭게 태어나서 몽블랑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뿐이고,
우린 그 환상적인 어울림에 취해 넋을 잠시 잃었을 뿐이고...
급사면 고개를 2개 쯤 오른 뒤,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대원들 모두 옷들을 갈아 입기도 하고 두건으로 치장을 하기도 한다.
이국적인 샤모니 가이드도 동참했다. 왜?
카타르 도하에서 2010년 월드컵 본선을 확정지을 때 현장에 있던 몇몇 분들과 2004년도 월드컵 4강의 신화를
기억하는 모두가 다가오는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한국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세리모니를 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한왕용 대장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이후, 산에서 받은 영광과 명예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겠다는 뜻의 '클린마운틴운동'을 몽블랑에서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조졸한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뚜르 드 몽블랑은 그래서 의미를 더한다.
레 샤방(Les Chavants)에서 Col de Voza를 향하여 가는 길은 아름답다.
언덕 위 구릉선(丘陵線)을 따라 평탄하면서도 적당히 오르락내리락 굽이치는 길의 율동감이 좋고,
마주 보이는 언덕 여기저기 풀어놓은 실오라기 같은 길들은 음악처럼 잔잔하고 아름답다.
특히, 내가 눈을 들어 볼 때마다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에귀 드 꾸떼(Aiguille de gouter)의 절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나를 따라오는 듯한 에귀 드 꾸떼(Aiguille de gouter)의 절경을 위안 삼아 얼마를 걸으면
꼴 데 보자(Col de Voza, 1652m)에 도착한다.
그때 뒤돌아 눈부신 몽블랑산군을 보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꼴 데 보자(Col de Voza, 1652m)는 샤모니 골짜기 서쪽 끝에 있는 고원.
전망이 매우 좋고 몽블랑山群을 다른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계곡아래 까마득히 자리한 마을이 더없이 평화롭고 한가로워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 하나 마음에 새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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