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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 5- 1일차(벨 라샤 산장~레 우쉬)

 

 웬만하면 그냥 넘어 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에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난 영원히 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아무런 흔적을 남길 수 없을 것 같아 체면 불구하고 한 컷을 남기고 말았다.

우리 트레킹의 큰 의미 중에 하나였던 LNT(Leave No Trace 흔적 남기지 않기)에 위배되는 오만스러움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백번 잘 한 일이다.ㅋㅋㅋ

 귀족 부인의 치마처럼 바람에도 좀 처럼  미동을 하지 않던 몽블랑이 서서히 구름을 걷어내고  그 정상을

허하기 시작하고, 툭하면 흘러내릴 것 같은 보송빙하가 눈 앞에 목도되는 순간에 흥분하지 않을 자

누구던가?  

 조선시대 선비 같던 정명용 고문도, 급한 김에 분신같던 하셀호프 대신 서브 카메라로 연신 그 자태의

일거수 일투족에 혼신을 던지고 있다.

 이 자세! 말하면 뭐하겠나? 히말라냐 트레킹 등 다양한 명소에서 자연과 마주쳤던 광명의 송덕엽 선배도

 자연의 높이에 몸을 던져 겸허한 앵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 낸 걸작이다.

 아직도 몽블랑은, 구름에 빌어 애둘러 껍데기를 벗어내고 있지만 그 아후라는 너나

 나나...경이와 신비에 넋을 놓을 뿐이다.

 이 중대차대한 순간에도 My way~ 내 뜻대로 느끼고 행동하는 양심 전재현사장께서는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천연덕스럽게 하면서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움이다.

 

이제부터는 길고 깊은 하산 길을 재촉해야 한다. 사면을 보니 구불구불한 코스가 한참이나 펼쳐진다.

표고차 1500M를 내려가야 할 코스다.

 

암릉과 암릉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알핀로제가 끝없이 펼쳐진 사면을 내려간다.

경사는 급하지만 길은 구절양장으로 완만하게 닦아 놓았기 때문에 큰 무리가 가지는 않는다.

 

고개만 들면 펼쳐지는 몽블랑의 참을 수 없는 유혹을 즐기면서 자기 능력에 맞게 서서히

내려 온다.

 

정면에는 항상 몽블랑이 보이고 보쏭빙하는 흘러내릴 듯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답다.

길가의 꽃들은 고도가 달라지면서 꽃의 종류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내려가면 갈수록 산은 커지고 샤모니는 가까워진다.

 

잘 표시된 TMB이정표를 따라 1시간 반 정도 내려오면 수림지대를 지나 아스팔트 도로를 만나게 된다.

어찌나 반갑던지...

 베르나뎃뜨 쥬꿀롱비예(Bernadette ducoulombier).

우리를 안내하는 샤모니가이드들의 리더다.

차량으로 지원하는 룰루에게 전화를 하는 중. 앞으로 이 아줌마의 활약을 기대해 보시라.

 첫날이라, 우리팀의 맨파워를 알지 못하는 베르나뎃뜨는 조금 시니컬했으나

하루를 겪어보니 팀컬러가 여느 하이킹그룹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지 이내 친숙해졌다.

하긴 우리도 생경했다.

만년설산군을 트레킹하는데 치마라니...

 첫날은, 멀리 아르브강이 흐르고, 몽블랑산군이 한 눈에 드는 레 우쉬(Les Houches, 1010m)의 산장에서

머물기로 한다.

샬레풍의 산장은 방도 널찍하고 전망이 좋아  모두 만족해 한다.

 보라. 이 전망을. 몽블랑은 가렸지만 석양에 살짝 물든 에귀 드 구떼(Aig.du  Gouter)와

돔 드 구떼(Dome du Gouter)의 하얀 능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허기진 배를 사과로 달래며 그 장관을 보는 것도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그 시각, 첫날 트레킹으로 찌뿌드할 근육들을 위하여 각성제를 테스트하고 있는 김종선 사장님.

이 산장에 있는 와인이란 와인은 다 한모금씩 테스트를 하고 있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분이라 와인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분.

 그렇게해서 골라진 와인은, 저렴하지만 대다수의 대원들 입맛까지 감안한 맞춤 와인으로 모두의 입맛과

말 못하는 근육까지 함박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쏭띠, 뚜르 드 몽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