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11- 4일차(낭 보랑 산장~발므산장)

 

 오늘은 코스도 길고 고도도 약 1300m를 오르는 일정이다.

12일간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2시간 정도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사이, 낭 보랑 산장은 아침을 맞고 있었다.

부드러운 햇살이 스프레이처럼 번지자, 이름모를 새들의 노래가 멀리 떨어진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와 어우러져 한편의 오페라가 된다. 

출발준비를 마친 김종선사장님이 가벼운 스트레칭 몸동작으로 오페라의 일원이 되었다. 

 이준형선생께서는 메이크 업 아티스트?

 성여사는 어제 못찍은 사진을 찍음으로써 낭 보랑산장과의 인연을 평생 간직하게 되었다.

중간에 약간의 평지길이 있지만 낭보랑(Nant-Borant) 산장 앞에서 곧바로 S자로된 오르막을

한참 오르게 된다.

수림지대의 오르막을 오르는 길은 얼핏 즐거운 듯 하지만 급경사의 언덕이라 조금 힘이 든다.

 그러나 그 고비만 넘기면 평탄하고 한층 열린 풍경을 볼 수 있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고 소들이 평화롭게 방목하는 평지 오솔길을 걸으며 이른 새벽 알프스의 정취를

만끽하게 된다...아~

앞서가던 이재흥선배가 발길을 멈추고 기다린다.

 촬영때문에 일행에 뒤처진 내가 종종걸음을 하던 중 혼자 트레킹을 하고 있는 프랑스여인과

짦은 영어로 몇마디 나누고 있던 차였다. 

뒤처진 주제를 알고 빨리 가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으이크~ 빨리 가자!

 잠깐. 그래도 동양의 이방인에게 밝은 미소를 남겨준 스테파니에게 사진 한장은 찍어 주고 갑시다!

 우리는 걸음을 재촉했고, 그만큼 스테파니와는 멀어져 간다.

실타래 같은 이 길을 그녀는 혼자서 가고 있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유럽사람 중에도 이 길고 험한 뚜르 드 몽블랑을 혼자하는 여자는 흔치 않은 일이다. 

 계곡이 흐르고 일대는 빙하 녹은 물이 길을 덮쳐 질퍽한 길을 한참이나 걷는다.

그러나 이름 모를 야생화도 질펀하여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그러는사이 스테파니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길은 조금 더 넓어졌다.

멀리 봉노므 고개(Col du Bonhomme) 부근이 보이고, 목초지 사이의 길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가면

발므(la Balme·1706m) 산장이 보인다.

 산장은 작고 아담한 곳으로 크고 작은 방이 몇 개 있고, 레스토랑은 별채에 따로 있다.

현지 가이드 말에 의하면 산장주인이 친절하지 않아 거래를 하지 않는단다.

길을 가던 남상익대장님이 굳이 이 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유가 있다.

이 산장을 지나 봉노므 콜(Col du Bonhomme,2329m)까지는 줄곧 오르막.

그러나 이 길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예전 로마가 세계를 제패할 때, 이 길을 통해 프랑스를 침략했던 로만로드(roman road)라는 것.

그래서인지 오르막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노폭이 넓고 평탄한 길이다.

 발므(la Balme·1706m) 산장 바로 앞에 있는 소방목장 앞에 성여사께서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분은 사진찍기를 별로 즐기는 분이 아니신데...

야생화 그득한 초원과 그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는 소들이 부러웠는지 모른다.

 새벽부터 많이 걸어오기는 했다.

산은, 걸을 때는 힘들어도 뒤돌아 보면 무엇인가 한 것 같은 뿌듯함때문에 한다는 어떤이의 말처럼

언덕에 올라 뒤돌아보니 지나온 궤적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아래 실타래 같이 늘어선 오솔길 너머에서도 한참을 걸어왔으니...

나도 잠시 휴식(길게 쉴 수가 없다. 항상 뒤처지는 나는 잠시 쉬려면 일행들은 어느샌가 배낭을 짊어지고 떠나기 때문이다)을 하면서 땀을 식힌다.

 발므산장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 길.

 봉노므 고개로 오르는 길 정면에  이 암산이 우뚝서  트레커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듯 하다. 

 이 근처는 표고 2000미터를 넘는 곳으로 꽃도 많이 피고 뒤돌아보면 한숨과 함께

걸어 온 루트가 지렁이처럼 꼬부라진 길을 볼 수 있어 좋다.

멀리 발므산장이 보인다. 지그재그로 돌고 돌아 왔으니 사진에서 보다 훨씬 많이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