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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27-8일차(페레 콜~라 푸울리)

 

 TMB 중 에서도 가장 힘든 오르막길을 참고 걸어 온 결과 우리는 이탈리아를 지나 스위스로 월경하게 됐다.

페레 콜(Grand col Ferret, 2537m)의 감흥을 뒤로 하고 스위스 라 푸울리(La Fouly)로 향한다.

 하산 길은 원래 TMB코스의 페레 계곡 밑으로 내려가는 특색없는 코스를 우회하기 보다는, 거리는 짧지만

조금 더 박진감 있고 재미있는 테테 데 페레(Tete de Ferret, 2714m)로 변형시켜 진행하기로 한다.

문제는 7월 초이기는 하지만 경사가 급한 테테 데 페레(Tete de Ferret, 2714m) 코스 쪽에 아직도 곳곳에

만년설이 녹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가이드인 베르나뎃뜨와 파트리샤가 2명이 급하게 정찰을 다녀오더니 갈 수 있겠다고 한다. 

 날씨가 좋아 빙하의 겉은 살짝 녹아 미끄러질 염려가 있어 가이드들이 발자국을 깊게 내어 놓은 다음에

진행을 시킨다.

 그렇게 몇개의 빙하지대를 통과한 후에야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맨 땅 길을 밟는다.

 문제는 대원들이 만만해 보이는 썰매장 같은 만년설을 보자 모두가 다른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하긴 좌측 사면은 여러 개의 급한 룬제(Runse, 낙석 위험이 많은 곳)가 있어 조심스레 내려가는 것보다는...

이런 상황을 눈치챈 한왕용대장이 가이드에게 뭔가 쑥덕거리더니...

"눈 길로 내려가도 좋답니다" 한다.

 일순 대원들은 TMB코스를 이탈하여 모두 스키를 타듯 만년설로 내려가 미끄럼을 탄다.

샤모니 가이드들의 특별하고 센스있는 배려 덕분이다.

일행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려간 눈밭에서 넘어지고 자빠지고...

그렇게 몇개의 만년설을 썰매장으로 삼아 즐거운 한 때를 즐긴다.

스위스는 그렇게 만년설을 통해 빠르게 다가왔다.

 미끄럼 놀이가 끝난 만년설 하단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만년설이 녹아서 만든 실개천과 야생화가 트레커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사진을 좋아해서 하셀호프카메라로 다양한 풍광을 담고 계시는 정명용고문께서도 모처럼 카메라를 놓아두고

편안한 휴식을 갖고 있다. 

 이후로는 비교적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이정표가 잘 표시되어 있다.

 목적지인 라 푸울리(La Fouly, 1595m)까지는 주변 풍경을 즐기면서 천천히 내려가면 된다.

 암산인 포인테 알로브로지아(Pointe Allobrogia, 3177m)의 왼쪽 산능이 다가오면,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가는

사면의 경사가 급해진다.

 원래는 오른쪽 산능 뒤로 돌아 저 밑에 보이는 페레(Ferret)마을을 지날 예정이었지만

변형코스로 좀더 높지만 짧은 코스를 선택했으니 그만큼 경사가 가팔라진 것. 

 페레계곡은 정말 길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서 스위스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쪽 페레 계곡(Val  Ferret)에 자리한 라 푸울리(La Fouly, 1595m)마을이 보인다.

 하산길이 막바지에 이르자 컨디션이 안좋았던 송덕엽 선배도 장난끼가 발동하는 모양이다.

가이드와 누가 먼저 내려가나 시합을 했는데...결과는 사진처럼 됐다.

 호탕한 여자가이드 베르나뎃뜨도 시합 결과에 만족한 듯 하다.

 물론 숙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몹쓸체력의 소유자인 내게도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점같은 라 푸울리의 샬레들이 가까워지자 일행들도 발걸음에 탄력이 생긴다.

30여 분 쯤 더내려가면 폭포같은 굉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이내 페레계곡의 바닥에 도착한다.

 아직은 수량이 적어 개천이지만 조금 더 날씨가 뜨거워지면 빙하 곳곳에서 녹은 물들이 합쳐져

더욱 수위가 높아진다고 한다.

 개천을 넘어 라 푸울리로 가는 아스팔트 차도에 올라서자 그동안 숨어있던 몽돌랑(Mont Dolent, 3823m)

빙하가 보인다. 라 푸울리(La Fouly, 1595m)의 간판같은 몽돌랑은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3개국의 국경이 면한 산이다. 저 산 넘어 좌측은 이탈리아이고 우측은 프랑스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