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29-9일차(라 푸울리~프라 데 포트)

 

 우리나라로 치면 북촌 한옥마을 쯤 될 것 같은 프라 데 포트(Praz de Fort)마을은 오래된 샬레마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을 입구 표지판에 마을에 대한 역사가 써있었는데

 사진처럼 예전에는 허름했던 마을을 재정비하여 아름다운 샬레마을로 만들어 관광코스가 되게 한 것이다.

 오래된 세월까지도 버리지 않고 현대의 편리함을 접목시켜 정비한 마을은 아름다웠다.

오래된 것이라도 허름하면 가차없이 부셔버리는 한국의 재개발과는 분명 격이 다른 지혜로 보여졌다. 

 샬레에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지만 역사와 세월의 두께는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무게와

미학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이 곳에는 이 같은 마을이 프라 데 포트(Praz de Fort)만이 아니었다. 계곡을 따라 좌우로 형성된

여러마을이 알프스의 경치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고, 오가는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이 곳을 들르게끔 만들어 놓았다.

 우리네 북촌 한옥마을처럼 사람이 살고 있는 일상적인 동네이지만 훨씬 개방적이고 실제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목이 마르면 아무 집에나 들러 물 한모금 얻어 먹을 수 있을 것처럼 친근하기 때문이다. 

 이 집 주인은 볼 수 없었으나 이 곳을 지나쳤던 여행객들의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소감이나 사진이

자주 등장하던 유명한 집이다.

 특히, 마당에 조성해 놓은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인형들이 눈길을 끈다.

 친절하다고 소문난 여자 주인은 출타 중인지 창문이 꼬옥 닫쳐있다.

 수 백년된 샬레와 현대의 대표적인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의 조화.

 다음 일정을 고려한 발걸음이 바빠진다.

 길은 떠나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골목 골목 집집마다 풍경과 정취가 하나 같이 쉬이 지나칠 수

없고.

 마을 한가운데 만들어진 이 수도는 어떤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별스럽게 만들어 놓는데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고,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그래서 전체적으로 탄탄한 균형과 조화를 느끼게

하는 마을은 머리 속에 깊게 음각된다.

곳곳에 채소밭도 있고 잔디에 물을 주기도 하고 장작을 챙기는 사람도 보여서인지 마을이 훨씬 인간적이다. 

 이 화덕은 빵을 굽는 장소다. 매주 금요일이면 마을에서 먹을 빵을 한꺼번에 굽는다고 한다.

 조그마한 마당 천막 아래에서 초로의 부인이 인터넷을 즐기고 있다.

외지인들의 수선스러움에 힐끗 보시더니 미소로 화답하고 마신다.

 마을 앞에 있는 산이 벽에 그려져 있다. 남편이 그렸노라 자랑하신다.

자연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자연을 지키고. 그것이 알프스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