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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35-11일차(포르클라~낭 누아르 계곡)

 

 오른쪽에 보이는 설사면이 그랑드 빙하(Glacier des Grands)다.

산정 밑에 위치한 비교적 작은 빙하지만 폭이 넓고 거칠지지 않은 조용한 빙하다. 

 이 그랑드 빙하 앞에서 오른쪽으로 트레버스해서 절벽을 넘어 갈 것이다.

 절벽을 가로질러 길을 내어 논 앞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한참을 걸어 고도를 높인지라 조금 체력을 비축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보기에는 길도 넓고 평평해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찔하다.

 나 같은 체력의 소유자는 특히 더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랑드 빙하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쐬~하니

제법 힘이 있다. 나는 벽에 바짝 붙어 로프를 잡고 올라간다.

 그렇게 절벽을 훌쩍 넘어서니 또 다른 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그랑드 산장(Rif. le Grands, 2113m). 두 세명의 트레커가 벤치에 앉아 쉴 뿐 조용하기만하다.

 물 받기 위해 줄서있는 것도 귀찮은 듯 그늘에 앉아 쉬고 계신 전재현사장님.

성치않은 무릎으로 잘도 걸어 오셨다. '이제 하루반쯤 남았으니 힘내세요!'

 포르클라까지 1시간 40분 걸린다고 써있지만 그것은 쉬지않고 걷는 시간만 그 정도란 얘기다.

우리는 그 두배쯤은 걸린것 같다.

발므고개가 1시간30분 거리라니...적어도 2시간 이상이라는 얘기다.

 다리가 짦은 나를 대신하여 열심히 영상기록을 하고 있는 한왕용대장.

그가 아니었으면 촬영은 고사하고 여기까지 따라오지도 못할 뻔했다. 고마우이 한대장!

 다행히 절벽으로 가지 않고 산장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발므고개로 향한다.

 눈 앞의 절벽이 자꾸 따라오듯이 서있다. 언젠가는 이 많은 절벽 중에 하나를 넘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그러나 길은 산릉을 돌아가면서 길게 걷기 때문에 다소 거리는 길어도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트레킹하기에 좋은 코스다.

 알핀로제가 흐드러진 어느 언덕에 올라서니 그랑드 빙하를 가장 조망하기 좋은 위치였다.

사진관 사진 찍듯이 일행의 대부분이 사람만 바꿔가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물론 나도 꼽사리 끼어 한방 박아 두었다.ㅎㅎㅎ

여기서 왼쪽 능선을 돌아서면 다시는 그랑드 빙하(Glacier des Grands)를 볼 수 없기 떄문이다.

 산허리를 돌듯 능선하나를 돌아서니 거짓말처럼 그랑드 빙하(Glacier des Grands)는 사라지고

트리앙 빙하만이 남았다. 이 빙하도 곧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다.

사진 좌측 상단의 안부쪽으로 넘어서 오는 코스도 있는데 우리팀의 전체적인 능력으로봐서는 조금 무리일 수

있다. 특히 나같은 진상이 있다면 더더욱.

여기까지 올라오면서도 베테랑급의 일행 몇분은 내내 아쉬워한 코스다. 만약에 저 패스를 넘어서 왔다면

왼쪽으로 트리앙 빙하를 끼고 내려오는 환상적이고도 엑사이팅한 트레킹을 할 수 있었으리라.

 마치 쌍봉같은 트리앙 빙하와 그랑드 빙하를 실컷 감상하고서는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고 있다.

 몇개의 능선을 넘어서 낭 누아르 계곡(Nant noir)에 접어 들어서면

수림지역의 급경사 지역를 걷다보면 어느 순간 삼림한계를 벗어나 레 헤르바제르(Les Herbageres)를 넘어서면 시야가 크게 열린다.

 멀리 트리앙 마을이 보인다. 저 밑에서 여기까지 올라 온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트리앙 마을도 곧 시야에서 사라질 터. 한참이나 보면서 머리속에 입력을 시켜둔다.

네게는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주었던 마을이다.

 그렇게 스위스를 지나 프랑스 발므고개를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