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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37-11일차(발므고개~트렐 레 샹 산장)

 

  아름다운 알핀로제의 위로가 없었다면 가파른 포세트 능선을 내려오는데 섭섭했을 것이다.

무릎이 시큰 거릴정도로 사면을 타고내려오면 아스팔트도로와 만난다.

바로  몽떼고개(Col de montets, 1461m)로 이어지는 길인데 반대편으로 가면 스위스 발로신(Vallorcine)으로

갈 수 있다. 트레킹하는 사람이 아스팔트 밟으면서 그렇게 상쾌하다고 느끼기 쉽지 않지만

어쨌든 발걸음 가볍게 산장으로 향한다.

 이정표를 따라 오솔길 쪽으로 접어들어 몇 백미터만 가면 드디어 산장이 보인다.

 이것이 트렐 레 샹 산장(Tre le champ, 1417m)이다. 바로 오른쪽에 빙하물이 흐르는 개천이 있어

물소리와 어울린 산장은 그야말로 목가적이다.

 트레킹 내내 무릎이 안좋았던 전재현선생과 송덕엽선배도 산장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다.

하긴 나도 고향집 온 것처럼 좋았다.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산장 앞에 포스터가 하나 붙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몽블랑 주변을 뛰는

산악마라톤 포스터였다. 트레킹을 하면서 종종 산악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을 보기는 했지만

오히려 포스터를 보니 정말 지독한 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걷기도 힘든데 마라톤이라니...

 트렐 레 샹 산장(Tre le champ, 1417m)은 말이 산장이지 게스트 하우스 정도라고 보면 된다.

단층에 오래되고 비좁은 산장이다.

 주인은 바로 샤모니 가이드인데 산악가이드를 하는 유명한 가이드란다.

가이드들의 꿈이 가이드해서 모은 돈으로 조그마한 산장을 운영하는 것인데 그 꿈을 이룬 사람이다.

 산장마당에는 다양한 트레커들이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맥주를 반주로 대부분 트레킹과 산에 대한 이야기 일색이다.

 우리 팀도 하루종일 시달린 발과 몸이 피로에 찌들었다.

특히, 카메라 트라이포드를 전담해서 지고 다니는 이재흥선배는 어제밤에 쌓인 숙취와 함께

엉망이 되었다. 고맙고도 미안한 일이다.

 내 발도 예외는 아니다. 신발을 벗자 옴추렸던 피로가 쏵 빠지면서 정말 살 것 같은 기분이다.

신발을 벗자 깜짝 놀라는 분이 있다. 바로 유명 아웃도어브랜드  매장을 경영하시는 남상익대장님.

에델***사 제품인데 당시에는 괜찮은 양말이었다는...그 양말로 돈도 좀 버셨다는...

골동품이라며 잘 보관하라고 한다.ㅋㅋㅋ  

하긴 1992년 내가 처음으로 expedition이라는 개념으로 산에 갔을 때 신은 양말이다. 오래되긴 오래됐네!

 

 천하의 남상익대장님 발에도 물집이 잡혔다. 오늘 일정이 빡세긴 했다.

가이드인 베르나뎃뜨가 물집을 터뜨리고 소독을 해준다.

아마도 남대장님이 물집을 터뜨린 것보다 빨리 나을 것 같다.

 

 '뚜르 드 몽블랑'이 끝나기 하루전인데 수료식을 한다.

 마지막날인 내일 개인일정에 부담주지 않기 위한 배려 같았다.

가이드 캡인 베르나뎃뜨는 모두 발언을 통해,

'한국팀과 함께해서 즐거웠고, 대단히 강하고 재미있는 팀으로서 자기들도 즐거운 일정이었다는 말과 함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담았다.

수료식은 샤모니가이드클럽에서 만든 '뚜르 드 몽블랑'확인증과 가이드가 쓰는 모자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그 첫번째 주인공이 정한영교수이시다.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일체의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여기까지 오셨다.

묵묵히 당신의 여행을 하신 분이 당연히 받아야 할  예우였다.

 두번째는 75세의 연세로 역시나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과 파워워킹을 보여주신  

서울시산악연맹 상임고문 김인식선생이시다.

 유일한 홍일점으로 남자보다 더 강한 체력과 여유를 보여주며 트레킹을 만끽하신 광명 산악계의 별

성은숙여사님. 샤모니가이드들은 특별한 애정표시를 해주었다.

하긴 내 몹쓸 체력이 애처러웠던지 매일 내점심을  배낭에 챙겨서 다니신 분이니 가이드들도

각별한 것이 당연하다.

 '뚜르 드 몽블랑'을 했다는 확인서는 웬지모를 자부심과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가 훌륭하게 '뚜르 드 몽블랑'을 할 수 있게 조력한 가이드들.

엔사(ENSA, 프랑스국립스키등산학교)출신답게 정말 완벽하고 아름다운 가이딩을 해주었다.

고마운 이들이다. 왼쪽부터 하바넬 후워롱스(일명, 룰루), 파트리샤 고르비에(일명 ,파티),

베르나뎃뜨 쥬꿀롱비예(일명, 비). 혹시나 '뚜르 드 몽블랑'을 하시게 되면 이 분들을 찾으시라.

 알프스도 저물고 트렐 레 샹 산장(Tre le champ, 1417m)도 저물기 시작한다.

 도미토리식으로 그동안의 산장보다는 조금 더 좁고 시끄러웠지만 나름 제대로의 산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산장이다.

하긴 파김치가 된 몸을 눕힐 수만 있다면 무슨 상관이겠는가.

 9시가 넘으면 큰 소리를 내거나 떠들면 곧바로 민원이 들어온다.

이 정도 고요한 풍경이면 대부분 잠이 들었을 시간이다.

내일은 '뚜르 드 몽블랑' 마지막 날.  에퀼 드 로제를 오른쪽으로 끼고 걸어가는 환상적인 릿지 트레킹이란다.

브레방릿지 버금가는 아주 아름다운 트레킹코스라니 기대감 만땅으로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