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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34-11일차(포르클라~)

 

 그랑드 빙하의 머리가 햇빛을 받아 번쩍이자 트리앙 마을의 그늘마저 엷어지고 있다.

 몸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트레킹 배낭만을 챙기고 나머지 카고백들을 내려 정리해 두는 것이 아침에 할 일이다.

하얀색 벽과 빨간색 창문의 대비처럼 강렬하고 인상 깊었던 산장을 뒤로 하고 포르클라 고개로 향한다.

 포르클라 고개(Col de la Forclaz)에 있는 기념품가게.

이른아침인데도 문을 열었다.

어제 못샀던 기념품이 있다고 그사이 몇개를 챙기신 분들을 위한 스위스의 배려?

복잡한 이정표처럼 포르클라 고개는 그야말로 트레킹의 요충지다.

정말 시간과 여유만 된다면 이정표에 표시된 모든 곳을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유혹이다. 

 드디어 11일째 뚜르 드 몽블랑이 시작된다.

 어젯밤 산장이 소란스러워 잠을 설쳤을 법한데도 전재현사장님 표정이 아주 밝다.

 남상익대장님도 환하다. 오늘 드디어 프랑스로 돌아간다는 설레임때문인가?

 포르클라 고개에서 트리앙 빙하(Glacier de Trient) 쪽으로 평탄한 길을 걷는다.

 계곡 오른쪽 발밑으로 트리앙마을이 보인다.

 수 십년전만해도 바로 이 밑에까지 빙하였던 트리앙 빙하는 커다란 계곡을 만들고

계곡은 장쾌한 하천을 만들었다.

석회질때문인지 에메랄드 빛의 빙하물이 거칠것 없이 트리앙 마을 쪽으로 뻗어 내려간다. 

  계곡 옆으로 별도의 조그마한 수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수로를 통해,  빙하물이 스위스의 마르티니,

제네바 그리고 프랑스의 마르세이유,리옹 등 대도시에 송수관을 통해 공급된다고 한다.

태고적 신비가 녹아있는 빙하물은 대도시 고급레스토랑의 식수가 되는 것이다.

 트리앙 빙하 계곡에 걸쳐진 나무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내 뒤로는 아무도 없어 셀카로 기념을 해두었다.

 풀 숲에 숨은 TMB표시가 수줍게 우리 갈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르 푸티(Le Peuty)쯤에서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우리는 트리앙 빙하(Glacier de Trient) 좌측으로 바라보면서  올라가기로 한다.

 발므 고개(Col de Balme)라는 글자를 보자 금방이라도 도착할 듯 힘이난다.

그러나 가끔 트리앙 빙하가 언뜻 보이고 밑으로 멀어진 계곡이 보일 뿐 한동안은 특별한 전망도 없이

지그재그의 오르막을 오르게 된다.

 수림지대에 갇혀 멀리 계곡만이 빼꼼히 보일 정도에 올라서니

 난적이 기다리고 있다. 이 절벽을 넘어서야 한다.

 지그재그 길을 오르면 오를 수록 절벽에 시야가 갇혀 걱정이 커지기 시작한다.

앞서 가고 있는 일행들은 쉬지도 않고 뚜벅뚜벅절벽을 향해 올라가고 있고...

 계곡도 끝없는 낭떠러지처럼 변하고 있다. 가이드인 베르나뎃뜨만 초연해 보인다.

 나도 웃고는 있지만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이미 선두그룹과는 꽤 차이가 난 상태. 이를 악물고 거리차를 좁히고 있다.

내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인 샤모니 가이드가 에스코트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