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저우(蘭州)는 중국 정부의 서부개발정책로 서북부 최대의 공업도시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간쑤성(甘肃省)의 성도이다.
실크로드(Silk road)에 해당하는 간쑤성(甘粛省)과 칭하이성 그리고 신장성(新疆省)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길목이다.
황토고원의 회랑을 빠져 나오자 황토빛 강을 만난다. 멀리 아치형 다리가 눈에 든다. 황하대교다. 난향(蘭香) 가득한 도시, 란저우는 멀고도 험한 주행으로 지친 우리에게 환상처럼 다가온다.
황하의 발원지는 칭하이성이지만 도시로서는 란저우에서 시작한다. 때문에 강변에는 황하를 어머니의 젖줄로 비유해 황하모친(黃河母親)상을 조각해 놓았다. 황하의 중심지는 란저우라는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다.
란저우 시가지에는 황하를 가로 지르는 중산교(中山桥)가 있다. 中山. 왠지 익숙하지 않은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 근대혁명의 아버지 '쑨원 (孙文)'의 또 다른 이름인 '손중산(孙中山)'에서 따온 이름이다. 쑨원의 별호를 딴 철교니 중국인들이 이 다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짐작이 된다.
중산교의 또 다른 이름인 황하제일교(黄河第一桥)는 황하에 설치된 최초의 철교라는 뜻이다.
1909년 독일이 건설하였다. 당시에는 칭하이성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로 뿐 아니라 중원과 서북 지역의 경제, 문화, 국방력 강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공산혁명 당시에는 후이족 군벌 세력 하에 있던 이 철교를 점령하기 위하여 많은 희생을 치렀다.
자동차도 다녔으나 2004년 재보수를 하면서 문화재 보호를 위해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사실상 철교로서의 역사는 막을 내린 것이다. 지금은 사람과 자전거만이 통행이 가능하다.
오히려 중산교는 차량이 통제되면서 란저우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연인들은 물론 가족 단위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하고, 황하의 역동적인 모습에 감격하고 때론 소원을 비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황하(黄河)는 중국인들에게 단순한 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도도히 흐르는 강은 중국 역사와 함께 중국인의 삶이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시절 간쑤성은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동서교역로에 위치한 까닭에 많은 이익을 보았다. 시안에서 출발했던 길은 간쑤성의 성도 란저우에서 티베트와 몽골방향으로 갈린다. 교통의 분기점이었던 란저우는 중국 서부 접경지역에 살던 이민족들이 교역을 하기 위해 모였던 곳으로 한 때 부귀영화가 넘쳤던 곳이다.
그러나 실크로드의 영화가 끝나면서 란저우 시대도 막을 내렸다. 대부분이 산이나 사막으로 뒤덮인 불모의 간쑤성의 성도 란저우는 오랫동안 가난했고 잊혀진 지역이었다.
그런 란저우가 상업의 중심으로 다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49년10월1일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이 승리한 후 중국의 국가철도망 확장계획에 란저우가 포함되면서부터다. 1963년 완공된 1천892㎞ 길이의 란저우∼우루무치 사이를 잇는 철도는 간쑤성과 란저우의 고립상태를 상당부분 완화시켰을 뿐 그 후로도 침제기는 오래 지속되었다.
그러던 차에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서부대개발’은 천재일우의 호기를 제공했다. 간쑤성, 칭하이, 티베트자치구를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동서교통의 요충지 란저우가 서부대개발의 ‘뉴 프런티어’가 된 것이다. 불과 인구 수십만의 변방도시가 서부대개발의 영향으로 인구 360만 명이 넘는 서북부 최대의 공업도시로 급성장했다.
2014년 란저우-우루무치를 연결하는 '란신(兰新)철도 제2노선'이 개통됐다. 총길이 1,766㎞가 넘는 철도는 란저우서역(蘭州西驛)을 출발해 칭하이성(青海省), 시닝(西宁), 간쑤성 장예(张掖), 주취안(酒泉), 자위관(嘉峪关), 신장자치구 하미(哈密), 투루판(吐鲁番)을 거쳐 우루무치에 이르는 노선이다. 최고시속 250km로 설계된 고속철은 기존에 20시간 넘게 걸리던 운행시간이 8시간으로 단축됐다.
이어서 2015년 3월 중국 양회(中國 兩會)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제시된 ‘전국 유통 허브도시 육성 계획(全國流通節點城市布局規劃, 2015~2020年)’이 확정됐다.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발전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 중국 전역의 도로망을 경제특구 및 국가급 개발구를 연결하여 내수확대와 소비 진작을 위한 유통망 정비를 하는 계획이다.
유통 허브도시 육성을 통해 중국정부의 핵심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도 탄력을 받을 것이고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중아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계획의 연장으로서 현대판 ‘실크로드’의 꿈을 다시 이루게 될 토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 허리 역할을 하는 란저우는 당분간은 망치소리가 여전할 전망이다. 황하를 젖줄로 삼은 란저우는 화려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지형적 특성도 있지만 1950년대 이후 전략적으로 추진됐던 급속한 공업화 정책이 란저우를 공해도시로 만들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란저우 일대의 사막화를 촉진하고 있다.
칭하이성(靑海省)으로 가기 위해 황하대교를 건널 때다. 황하대교 끝에서 시작된 협곡의 민둥산부터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사방공사와 함께 조림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는 도시 코앞에 사막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서쪽에서 날아오는 모래를 막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보다 철저하고 거대한 생태복원사업을 시행중이다. 황토산만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경사 25도 이상의 밭들도 정부가 보상을 해주고 조림사업을 하는 이른바 ‘퇴경환림(退耕還林)’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동서 60㎞, 남북 5~50㎞의 ‘거대한 숲’을 조성해서 사막의 확산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이 중국스러운 거대한 녹화사업이 성공을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둥산에 나무젓가락 꽂듯 작은 묘목들이 뱅뱅이 돌려 심어진 모습을 120여 킬로미터 구간에 걸쳐 직접 목격했지만, 그 결과는 10년쯤은 지나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무모한 것 같지만 한 뜸 한 뜸 꿰어 옷을 짓는 심정으로 산을 가꾸는 중국인들의 느린 걸음이 놀랍고도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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