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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와 나

[헬로! 티베트 25편] 티베트 불교의 대승원(大僧院), '대뿡사원(哲蚌寺)'

 

대뿡사원
 

티베트 불교 최대 종파인 겔룩파의 승가대학이 대뿡사원에 있다.

수도 라싸와 인근에 위치한 세라사원, 간덴사원과 함께 겔룩파의 3대 사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승가대학이다. 사원 내에는 4개의 탄트라(Tantra-부처의 깨우친 진리를 직설적이며 은밀하게 표출시킨 대승불교의 한 교파로 신비주의적 종교를 의미) 대학이 있는데 규모는 다르지만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대뿡사원은 라싸(拉薩, Lhasa) 포탈라궁에서 9km 쯤 떨어진 서쪽 교외에 터를 잡고 있다.

라싸보다 고도가 조금 높아서 대뿡사원으로 향하는 차는 가끔은 파란 하늘을 이었다가

커다란 구름무리에 덮이기를 반복한다. 종합병원 건물을 지나 암갈색 고산준령이 시야에 꽉 차면 대뿡사원이다.

산등성이를 좌우로 거느린 계곡에 자리한 사원은, 하얀색의 집들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뿡사원은 1만여 명의 승려가 수행 하던 가장 규모가 큰 사원이었다. 지금도 사원의 규모는 티베트에서 최고를 자랑하지만, 1950년대 중국의 침략과 문화혁명기의 수난을 겪으며 승려 수가 대폭 줄었다. 최근에 거주하는 승려의 수는 5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 이후 일부가 복원되고 종교 활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전성기를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순례지나 관광지로서의 역할이 현실이다.

대뿡사원에서 본 라싸
 

대뿡의 영어 표기인 'Drepung'으로 인해 우리에게는 '드레풍'사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대뿡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쌀더미 모양'이라는 뜻이다. 이는 대뿡사원의 뒷산 감보 우체(Gambo Utse, 5200m)를 배경으로 지어진 여러 채의 흰색 건물들이 멀리서 보면 마치 쌀더미를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입구에서 30분 정도 걸어서 올라야 한다.

고도가 높고 가팔라서 관광객들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걸어서가 아니면 그 보물 같은 도시를 볼 수가 없다. 멀리 내려 보이는 라싸와 포탈라의 풍경이 위안을 삼을 만하다.

대뿡사원은 1416년 총카파의 제자 잠양 초제(Jamyang Choje, 1379-1449)가 설립했다. 6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곳이다. 달라이 라마(2, 3, 4, 5대)의 거처이자 실질적인 정치와 종교의 본당 노릇을 해온 중요한 곳으로 포탈라궁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종교, 정치의 중심 무대였다.

대뿡사원 평면도

총 면적 20만 제곱미

터(약 66만평)로 현재 남아 있는 대뿡사원의 규모만 해도 사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소도시에 가깝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사원내 길과 골목이 복잡한 미로처럼 얽혀 있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주요 건물에 안내문이 없어서 헷갈릴 수도 있으나 입구에서 시계방향으로 이정표를 따라가면 틀림이 없다. 흰 벽에 간덴포트랑(Ganden Potrang)이라 쓰인 이정표가 보이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간덴포트랑(간뎅궁)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가파르다. 그러나 성곽 길처럼 잘 조성되었을 뿐 아니라 언덕길에 크고 작은 마니차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소원을 빌면서 오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흐르는 샘물을 이용해 돌아가게 만든 마니차가 이채롭다.

오른쪽 산중턱에 바위에 그린 불화가 보이면 간덴궁에 거의 다 온 것이다. 바위 왼쪽의 큰 그림은 대뿡사원을 창건한 잠양 초제이고 오른쪽 조금 작은 그림이 세라사원을 창건한 샤카 예쉐를 그린 것. 바위에 그려진 사다리 모양은 영혼이 하늘로 가는 것을 돕는다는 의미란다.

잠양 초제(왼쪽, 대뿡사원 창건자)와 샤카 예쉐(오른쪽, 세라사원 창건자)의 초상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 첫 번째로 만나는 큰 건물이 간덴궁(Ganden Potrang-달라이 라마가 거처하던 과거의 티베트 행정부)이다. 달라이 라마의 궁전으로 법당과 침실, 저장소, 스님들의 숙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서는 3층으로 보이지만 뒤로 층층이 조성된 7층 건물이다. 간덴궁 뒤로 42m 높이의 괘불대가 있고 위쪽에 응악파(Ngakpa Dratsang-탄트라를 연구하는 대학)대학, 응악파 오른쪽에 대법당이 자리해 있다.

화재예방 매뉴얼이 게시된 입간판을 지나서 양 옆으로 조성된 하얀 건물 사이로 보이는 것이 대법당((措钦大殿, Tsokchen)이다.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대법당 아래 로세링(Loseling Dratsang-교리, 논증을 교육하는 곳), 고망(Gomang Dratsang), 데양(Deyang Dratsang) 등 3개 대학이 모여 있다. 위의 순서대로 관람하면 대체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대뿡사원에서도 오후 3시가 되면 로세링대학에서 최라(Chora, 辨經-승려들의 교리문답의 토론의 장)가 열린다. 세라사원의 최라보다 규모는 작지만, 토론의 열정만은 그에 못지않다.

무엇보다 대뿡사원은 라싸 시내의 사원들과 달리 붐비지 않는 것이 매력이다.

물론 관광객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촬영비를 챙기는 스님들의 발걸음도 토론만큼 열정적이고 날래다.

라싸 시내에서 대뿡사원까지는 버스가 운행하고 있지만, 사원의 주차장까지만 운행한다. 사원을 속속들이 관람하기 위해서는 30여 분 걷는 수고는 어쩔 수 없다. 오히려 이런 교통의 불편이 대뿡사원을 라싸의 다른 사원들과 달리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 것이 아닐까?

대뿡사원은 해마다 요구르트 축제 ‘쇼뙨’(Shoton, 또는 쇼툰)때 대형 탕카를 거는 의식을 거행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쇼’란 떠먹는 요구르트와 비슷한 것을 말하며 ‘뙨’이란 연회라는 의미로, 17세기경 하안거(夏安居-여름철 3개월간 두문불출하고 행하는 수행정진)를 마친 승려들에게 공양음식으로 ‘쇼’를 바치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뿡사원에서 대형 탕카를 거는 의식을 시작으로 보통 일주일 동안 벌어진다. 달라이라마의 여름 궁전 노블링카(罗布林卡) 에서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들이 모여 티베트 전통 가면극인 하모(Lhamo, 또는 라모)' 공연을 하고, 라싸에서는 말타기 경주, ‘쇼’먹기 대회 등 다양한 민속공연이 펼쳐진다. 티베트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어 최근에는 연간 150만 여명이 참가하는 티베트의 대표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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