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편-직장인 7일 티베트 배낭여행
2편-西域에서 온 그녀
3편-요술공주 쎄라
4편-사뮈예 백숙
5편-버스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6편-청춘손해배상
7편-간덴사원 카렌다 사진 촬영
8편-30만원 더 비싼 여행
여행 중에 간 이틀간의 여행으로 다소 피곤하여 모처럼 늦잠을 잔 후 포탈라를 향해 택시를 탔다.
9시부터 입장이 가능한 포탈라궁이였지만 벌써 사람들은 줄을 서서 입장 예약을 하고 있었다. 여권을 보여주고 받은 나의 입장 시간은 오전 11시라고 한다.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서래와의 약속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난 포탈라 관람을 포기하고 만다. 라싸 시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포탈라라서 그런지 아님 볼만한 것은 거의 대부분 입장불가라는 소문때문인지 여하튼 티베트를 대표하는 주인 잃은 궁전을 포기한 채 포탈라궁을 향해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을 난 넋을 잃고 바라본다.
▲주인 잃은 포탈라궁-ⓒ2005 김대성
▲포탈라를 향해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2005 김대성
이들은 이 궁의 옛주인이였지만 지금은 인도에 망명중인 달라이 라마를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것일까? 조캉사원 앞에서의 오체투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난 그들을 따라 코라(순례)를 돌기 시작한다.
▲마니차를 돌리며 코라하기 위해 줄지어 가는 사람들-ⓒ2005 김대성
포탈라궁 담벼락을 따라 코라 돌면서 내가 발견한 점은 코라 주위엔 언제나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조캉사원 옆의 팔각거리라는 바코르도 그렇고, 여기 포탈라도 그랬다. 한 손엔 마니차, 또 한 손엔 염주 그리고 등엔 가방을 매고, 그들은 아침 코라를 돌면서 동시에 시장을 보는 것같았다. 이것 역시 티베트 사람들 특유의 종교와 생활의 일치 일 것이다. 모든 생활이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채 이루어 진다는 것.
▲포탈라 담벼락을 코라하는 사람들-ⓒ2005 김대성
'다음 생엔 좀 더 나은 세상에 태어 나도록 해달라고 빌어'
코라를 도는 할머니들의 치마 앞에 매여진 오색 앞치마가 이쁘다는 생각에 선물용으로 찜하고 포탈라를 한바퀴 다 돈 순간 저만치에서 빨간색 옷과 노란 머리띠를 한 채 나의 눈을 사로 잡은 오체투지 중인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머리엔 노란 방울 머리핀, 가슴엔 가죽 앞치마, 손엔 나무 장갑을 한 채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나의 카메라 셔터가 눌러지는 순간, 나의 뷰파인더로 들러온 피사체는 나에게 돈을 달라고 손짓하는 아이로 바뀌어 있었다.
▲나를 응시하며 요구하는 아이-ⓒ2005 김대성
라싸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오체투지는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였는데, 여자 꼬마가 하고 있으니 신기해 하던 난 그것이 구걸의 또 하나의 방법임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이뻐 눈물이 나올뻔 한 여자아이-ⓒ2005 김대성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당찬 여자아이-ⓒ2005 김대성
▲그래도 눈을 감고 뭔가 기원하며 하는 오체투지-ⓒ2005 김대성
▲받은 돈대신 책이 들어가야 할 가방-ⓒ2005 김대성
캄보디아나 인도를 여행하면서 보아온 악사인 아버지의 신호에 따라 춤추며 돈을 받는 여자아이, 엄마의 손짓에 사진을 찍는 나에게 달려와 손을 내민 4살의 남자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 만치에서 아이의 돈을 챙기면서 지켜보는 엄마가 역시 야속했지만, 그 여자 아이는 천천히 한 발 한 발 옮기며 오체투지와 동냥을 병행하고 있었다. 난 지난 쩌방스 사원에서 스님께 환전하고 남은 1마오 지폐 모두를 꼬마에게 건네주며 '다음 생엔 좀 더 나은 세상에 태어 나도록 해달라고 빌어'.라고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나같은 외국인들의 값싼 동정보단 오히려 현지 사람들이 더 자주 여자아이에게 몇 마디씩 물어보고는 몇 장씩의 지폐를 건네준다.
못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난 계속 여자아이 주변을 맴돈다. 저 아이의 손해 본 청춘을 20년전 중학교 사회시간에 배웠지만 지금은 헷갈리는 불법과 과실의 차이인 '배상'이나 '보상'이 가능하다면 누가 보상을 해주여야 하는가 아님 배상을 해주여야 하는가?.
'속았다'라는 생각에서 들게 되는 무정함보다는 구걸의 오체투지라고 해서 폄하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포탈라를 향해 오체투지 하는 저 할머니들도 역시 누구에겐가 무엇가를 간절히 구하는 것이고, 우리가 하는 기원도 어떤 절대자에게 소원을 구걸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4200m, 4300m,---, 4800m 야"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호텔로 돌아와 미안한 마음에 서래한테 "포탈라 못 들어가고 그냥 코라만 돌고 왔어"하니 서래는 "김샘이 무슨 현지인이야? 맨날 코라 돌게."라고 핀잔을 준다.
맛난 점심을 먹고 얼음이 녹지않는 탓에 원통스럽게도 가지 못하는 냠쵸호수를 대신해 얌드록쵹 호수을 향해 출발한다. 그런데 이 승합차는 얌드록쵹 행이 아니란다. 어제 오샘에게 미리 차량을 수배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수완 좋은 오샘은 공항까지 픽업나가는 이 차량을 공짜로 얻어타고 가서 공항에서 또 다른 빈 차량을 타고 얌드록쵹으로 간다고 한다. 내가 부담할 생각이였던 차량렌트비의 절반도 채 안되는 200위안이라는 싼 요금으로 말이다. 공항에 도착해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기 전에 서래는 육로로 와서 처음 와본 라싸공항 이라며 신기해하며 자긴 육로로 또 나가기때문에 공항 올 일이 없다며 화장실을 꼭 이용해야겠다며 청사안으로 들어간다.
▲나무가 하나도 없는 돌산과 구름-ⓒ2005 김대성
공항을 빠져나온 도요타 승합차는 곧 비포장 길로 들어선다. 원래 얌드록 쵹 가는 길이 지금은 공사중이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길상태도 좋지않지만 이 길 밖에는 갈 수 없다고 한다. 길옆에는 시골 풍경이 펼쳐졌고 띄엄띄엄 있는 흰색 집들의 지붕엔 타르쵸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산과 산 사이의 고원 같은 땅이 보여 서래한테 "저긴 딱 사원터 같지 않아?"라는 말로 시작된 이야기는 티베트의 땅소유제도 곧 중국의 토지제도와 주택문제 등을 오샘에게 질문하고 듣는 부동산 강좌로 진전되었고, 오샘이 올해초 이 차량으로 네팔 간 이야기, 중국 공무원의 부패 등의 이야기로 차는 어느새 산 중턱을 넘고 있었다.
▲구름으로 점이 생긴 산들-ⓒ2005 김대성
▲구름 그림자가 산을 덥쳤다-ⓒ2005 김대성
오고가는 차들은 거의 없었지만 가파른 길이라 차는 속력을 내지 못하고 저만치 보이는 낭떠러지에 현기증을 느끼고, 오샘이 손목에 차고간 고도계는 해발 4500m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높은 곳에도 집들은 있었고 가파른 산 언덕에는 한가로이 야크가 봄의 풀을 뜯고 있었다. 숨쉬기가 조금 힘들기 시작 할 때 하늘에선 굵은 소금 만한 크기의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우박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난 그렇게 큰 우박을 마치 집 옥상에서 떨어지는 것 만큼 가까이서 맞아 보게된다. 땅에 떨어진 우박은 곧 눈 덩어리화 되어서 마치 눈덩어리 처럼 하얗게 뭉쳐버린다. 서래는 재밌다고를 몇 번이나 연발하며 좋아한다.
조금 지나자 하늘은 언제 그랬냐라는 듯이 파란 얼굴을 내보여주고 차는 마지막 고개를 넘는다. 이때 고도계는 4800m를 가리키고, 그동안 참을 만 했던 난 그 말에 숨이 확 멎을 것 같다. 겨우 고개를 넘어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역시 오색의 타르쵸였다. 바람이 잘 부는 높은 곳에 걸어 헝겊에 적힌 불법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이들의 불심은 이 높은 곳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해발 4800m를 향해 난 나선형 도로-ⓒ2005 김대성
▲이 고개만 넘으면 얌드록 쵹이다-ⓒ2005 김대성
상상 이 이상의 무엇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는 해발 4484m의 얌드록쵹은 드디어 하늘과 맞닿은 모습으로 눈 앞에 펄쳐졌다. 볼 일을 핑계로 차를 세우고 내가 제일 처음 한 것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한 대의 담배를 무는 것이였다. 그러나 15년 흡연경력인 나였지만 부족한 산소 탓에 담배가 빨리지 않았다. 몇 번의 답답한 시도 끝에 성공한 담배맛은 "상상 이 이상"이라는 KT&G의 광고 카피가 딱이라 여겨졌다. 나도 대단한 애연가인가 보다 어찌 해발 4800m에서 제일 먼저 하는 짓이 담배질인지 모르겠다.
▲얌드록 쵹-ⓒ2005 김대성
▲너무 꽉 잡아 더 뚱뚱하고 더 야위어 보이는 두 남자 -ⓒ2005 김대성
▲하늘과 맞닿은 얌드록 쵸-ⓒ2005 김대성
오후보단 오전에 그 색깔이 코발트 빛이라 더 아름답다는 호수에 오후늦게 도착한 난 좋은 사진은 찍지 못했으나 호수 옆에 펼쳐진 광활한 목초지와 하늘과 맞닿은 호수는 냠쵸를 대신하기에 충분했다.
호수 주위를 걷고 있는 우리에게 저쪽 목초지를 가로지르며 마을 촌부와 아이가 뛰어 왔는데 이내 돈을 달라고 한다. 마음 약한 대머리 총각은 아이에게만 몇 마오를 주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누나 아니면 엄마로 보이는 촌부는 아이로부터 내가 준 돈을 빼앗아 자기 호주머니에 슬며시 넣었고, 이를 본 정의에 불타는 서래는 당장 다시 주라고 했고, 그 사이 주위에선 다른 아이들이랑 어른들이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벌떼와 같이. 우린 서둘러 차로 달려가 몸을 피한다. 차에 탄 우리들에게 그들은 뭔가를 달라고 계속 손짓하고 벌써 5시가 넘은 시간은 우리를 그 곳에서 도망치듯 떠나게 만든다.
거센 모래바람을 맞으며 8시경에 도착한 라싸에선 00누나가 저녁을 준비해 놓았고, 우린 내일 일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내일은 토요일이고 그것은 곧 티베트에서 나의 마지막 하루라는 의미였다.
"7편-간덴사원 카렌다 사진 촬영"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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