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편-직장인 7일 티베트 배낭여행
2편-西域에서 온 그녀
3편-요술공주 쎄라
4편-사뮈예 백숙
5편-버스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6편-청춘손해배상
7편-간덴사원 카렌다 사진 촬영
8편-30만원 더 비싼 여행
어젯밤에 오늘 아침 8시 버스를 타고 라싸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되었기에 일행들은 서둘러 민박집을 나선다. 어제의 폭식으로 은선이는 거의 시체처럼 풀 죽어있다.
사뮈예 사원은 순례장소이기도 하거니와 라싸행 버스의 터미널이기도 했다. 8시 버스는 이미 손님이 다 타서 출발하고 없었고, 그 다음 차는 11시30분이라 한다. 우리 일행은 다시 민박집으로 와서 만두와 어제 먹다 남은 백숙으로 아침을 먹는다. 식사 후 수유차를 마셨는데 마치 인도에서 매일 5잔 이상 마신 짜이와 그 첫 맛이 비슷했으나 끝 맛은 버터 때문인지 비렸다.
모닝 훌라
버스 출발시간까지 여유가 있었기에 일행중 몇 몇은 손목 때리기 모닝 훌라 한 판을 하고. 옆에서 수유차를 따라 주던 민박집 아주머니는 선미한테 음식 이름을 한국어로 뭐라고 하느냐며 열심히 적기 시작한다. 지난 밤 선미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선미는 어렸을 때 부터 티베트에서 공부하는 것이 꿈이였다고 한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약관 20세 때 이 곳에 와 현재 2년째 티베트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획일화되고 공식화된 대학진학을 포함한 사회진출 코스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자기의 뜻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에 선미가 훨씬 더 성숙해 보였다.
티베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국에서 온 이쁜 여학생과 민박집 아주머니는 마치 이모와 조카사이 처럼 대화를 나눴고, 결국 아주머니는 선미에게 가지말고 같이 살자고 농반 진반으로 말해버린다. 옆에서 그 대화를 궁금해 하던 우리가 통역을 부탁하니, 선미는 웃으면서 그 말을 전하고 장난꾸러기 오샘과 나는 7마오에 선미를 팔겠다며 아주머니와 흥정에 들어간다. 한편 서래는 민박집 딸아이가 가수 윤미래를 닮았다며 귀여워 하면서 어제 본 학교시험 성적을 걱정하며 아이를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는 몰래 용돈을 쥐어 주고 온다.
이런 정겨운 시간을 보낸 후 어제부터 우리의 잔심부름을 해준 여자아이들에게도 작별인사를 하고 우린 정든 민박집을 나와 버스터미널이자 동시에 사원인 사뮈예 사원으로 간다. 그 여자 아이들은 한 달에 인민폐 400원을 받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그 민박집에서 일한다고 했다. 학교도 가지 않은 채......
노선버스의 관광버스화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다 찰 때까지 버스는 출발하지 않고
우린 제일 뒷자리에서 수다를 떤다. 1시간 정도의 기다림 끝에 차는 출발하는데 우리 일행을 제외한 그 누구도 늦은 출발에
대해 아무 말 하지않는다.
▲체당가는 길-ⓒ2005 김대성
버스는 어제 왔던 그 길로 정든 사뮈예를 뒤로 하고 체당을 향한다. 체당 시내에 도착 한 버스는 몇 몇 사람들을 내리고 태우고는 왔던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향하는데 그 동안 랜드크루져로만 다녀 로컬버스로는 처음 사뮈예 갔다 오는 오샘은 "야, 이거 어디가는거야?" 라며 걱정하시는 사이 버스는 트란두르크(창주사)사원 주차장에 선다. 이 사원은 라싸의 조캉사원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사원으로 진주탱화로 더 유명한 사원이라고 한다. 또한 이 사원은 그 이름-'나쁜 용을 응징한 독수리'-에서 알 수 있듯이 7세기 송첸 감포 왕이 독수리가 되어서 용을 제압한 후에 세울 수 있었다는 재밌는 설립 일화도 있다고 한다.
승객들은 당연하다는 듯 익숙하게 소지품을 놔둔 채 버스에서 내려 젊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사원으로 하나 둘 들어간다. 하지만 우린 오랜 비포장 도로 운행으로 인한 허기짐을 채우기위해 사원보다 식당을 먼저 찾아나선다. 허름한 식당을 발견하고는 우린 만두와 면종류를 주문한다.
▲트란두르크 사원 앞에서
버스는 승객이자 순례객인 사람들을 내려놓고는 세차와 주유를 동시에 하며 순례객들을 기다린다. 한 20여분이 흐른 뒤 주문한 음식이 미처 나오지도 않았는데 차장은 우리가 있는 식당으로 와서 버스가 지금 출발하니 빨리 타라고 한다. 우린 서둘러 비닐봉투에 음식을 담아 버스에 오르고, 버스는 출발한다. 버스에서 음식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 버스는 금새 또 어디인가에서 정차한다. 오샘은 "와, 이거 윰불 라강 이잖아. 오늘 완전히 공짜투어 하구만." 하신다. 티베트 최초의 궁전인 윰불 라강은 나의 일정에도 없던 낯선 곳이였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바라본 윰불 라강은 마치 라인강변 중세의 성과 같이 우뚝 서있었다.
▲윰불 라강-ⓒ2005
김대성
어제 아침 라싸를 출발할 때 가지고 온 카메라 메모리카드는 full이 되어 버렸고 밧테리 역시 바닥이나 아쉽게도 윰불 라강의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하고 만다. 사실 난 사뮈예 소풍에 500컷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충전기나 노트북을 호텔에 두고 왔는데 사뮈예는 그러기에는 너무 담을 것이 많은 곳이였다.
일상에 밑줄 긋기
윰불 라강에서도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차에서 내려 비탈진 순례 길을 오르기 시작하고, 우리 일행들은 윰불 라강 주차장 매점에서 방금전에 포장해온 만두와 면을 먹기 시작한다. 이 곳 역시 계획에 없던 예상하지 못한 곳이라 난 빨리 젖가락을 놓고 윰불 라강을 오르기 위해 자리를 나선다. 입구에는 야크와 말이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서있었는데 난 야크를 타고 올라 가기로 한다-ⓕ10위안-.
하필이면 무거운 나에게 선택된 불쌍한 야크는 힘들어 하며 경사길을 올라가고 야크 주인은 나에게 발로 박차를 가하라고 한다. 난 "짜,짜" 하면서 박차를 가하고 야크는 나를 윰불 라강 정상에 내려놓는다. 티베트 최초의 궁전이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는 초라했고 오히려 그 곳에서 보는 전망이 압권이였다.
예상치 못한 횡재에 난 들뜬 채로 버스를 오른다. 자리에 앉아 너무 신기한 버스 노선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도시생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노선버스의 사원 순례와 정차.
"한 목적지를 빨리 정해진 시간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향해 중간 중간에 사원을 들러 순례를 하면서 목적지에 언젠가 도착하는 것". 단순히 사람들을 나르는 버스가 아닌 순례를 돕는 버스. 그들의 모든 일상생활이 불교와 관련되어 있고 심지어 버스노선 마저도 순례라니. 정말이지 그들은 성경에만 밑줄을 긋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루의 일상에 밑줄을 그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번 티베트 여행중에 내가 받은 가장 감명 깊은 순간 중 하나였다.
버스는 라싸를 향해 달렸고 우린 버스가 어느 사원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어난다. 라싸에 거의 다와서 버스가 정차한 사원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사원이였고, 이번에도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려 사원으로 들어가고 우린 순례에 앞서 매점에서 스님이 팔고 있는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전분가루로 만들었다는 흰색 묵처럼 생긴 것을 양념에 버무려 먹는다.
드디어 라싸에 도착하였는데 어제 라싸에서 사뮈예 갈 때 5시간 정도 걸린 시간을 훌쩍 넘어 거의 8시간에 가까운 버스 투어였다. 뒤풀이로 우린 한국식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는 식당에서 소풍을 정리하며 늦은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 난 어제와 오늘의 감흥을 잊지 못하며 깊은 잠에 빠진다.
"6편-청춘손해배상"으로 이어집니다.
사뮈예를 잊지 못하며(아이와 노인)
▲아이-ⓒ2005 김대성
▲아이-ⓒ2005 김대성
▲아이-ⓒ2005 김대성
▲아이-ⓒ2005
김대성
▲아이-ⓒ2005 김대성
▲아이-ⓒ2005
김대성
▲노인-ⓒ2005 김대성
▲노인-ⓒ2005 김대성
▲노인-ⓒ2005 김대성
▲노인-ⓒ2005 김대성
▲노인-ⓒ2005 김대성
▲노인-ⓒ2005 김대성
▲아이와 노인-ⓒ2005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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