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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스크랩] 4편-사뮈예 백숙

         -글싣는 순서-

1편-직장인 7일 티베트 배낭여행

2편-西域에서 온 그녀

3편-요술공주 쎄라

4편-사뮈예 백숙

5편-버스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6편-청춘손해배상

7편-간덴사원 카렌다 사진 촬영

8편-30만원 더 비싼 여행

 

 

동안 매일 코에 고여있던 코피의 혈흔이 오늘 아침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로써 나의 티베트 적응은 큰 고산증세 없이 끝난 것일까?"라는 자문을 하면서 도착한 새벽 조캉 사원 앞엔 라싸를 출발하는 중장거리행 버스가 정해진 출발시간 없이 승객들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었다. 오늘 소풍의 행선지인 사뮈예 사원행 버스-35위안/1인당-는 예상 보다 좋은 상태의 신형버스였다. 앞쪽으로 자리를 잡고 대강의 멤버들을 살펴본다. 우선 이번 소풍의 리더인 오영철샘, 티베트 하우스 chef인 김00누나, 서래, 나 이렇게 한 그룹이고, 또 한 그룹은 아직까지 통성명조차 하지 않은 티베트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계시는 여자분, 그리고 현재 티베트 대학에서 티베트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중이라는 20대 초반의 여자 2분 이렇게 7명의 소풍팀이 꾸려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여행에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이 딱 좋은데, 여긴 커피 문화가 아니라 차문화라 포기하고 그냥 독백으로 "아 어디 커피 마실 수 있는 곳 없나"라고 내뱉았는데, 뒤쪽에서 하얀 얼굴에 무섭게 생긴 여자분-이 후 이 사람은 전혀(?) 무섭지 않고 다정다감한 김은선양임을 알게 됨-이 "저한테 더운 물이랑 커피있는데 드실래요?"한다. 난 주저없이 "네"한다. 한국에서 공수되어온 헤즐럿 인스탄트 커피다. 이 녀석 역시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다. 헤즐럿 커피를 해가 뜰 때 마시며 "슈~바이"이라는 차장의 말에 일행중 한 명은 "앗싸"라며 들떠 좋아한다. 시계는 아침 06시 40분을 가리킨다.  

 

"앗싸" 라싸 출발

 

싸의 새벽 시가지를 통과한 버스는 라싸를 관통하는 키츄강변을 따라 가고 있다. 오샘은 "좀 더 빨리 출발했으면 강에서 수장(水葬)하고 있는 것 볼 수 있었는데..." 하신다. 난 티베트에선 천장(天葬)만 있는 줄 알았던 차라 오샘한테 어떤 사람들이 주로 수장을 치루는 지를 물어본다. 나는 이 번 여행에 티베트 전통 장례인 천장을 하는 곳인 천장터를 가지 않기로 했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화장터를 두어번 다녀 온 적이 있는 지라, 타인의 죽음과 그를 애도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기도 하지만, 지난 번 인도 바라라시 겐지스강 버닝카트에서의 충격을 기억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상념 중에 하늘은 밝아왔고 한 모금의 모닝담배가 간절한 순간 오샘은 나에게 담배를 건넨다.

 


                                           -키츄강의 아침-ⓒ2005 김대성

한국에선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이기에 난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마지못하는 척 하며 재빨리 담배를 문다. 오샘은 "괜찮아, 여긴 중국이니까 중국식대로 하면 돼"라고 나를 독려한다. 내가 어릴 때 탔던 시골 버스에는 차장 누나와 담배 피우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할머니집에 가기 위해서 엄마랑 손잡고 타야했던 빨간색의 완행버스. 그 곳 좌석뒤에는 재떨이가 달려 있어서 남자들은 아무 꺼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곤 하셨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왠지 추운 겨울 특유의 버스히터 냄새와 담배연기 자욱한 완행버스가 그리웠는데 이 곳에서 25년전의 한국을 발견한다. 그리고 난 벌써 엄마의 손을 잡아 드려야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무상하다 인생.

 


                                             -산에 걸린 구름-ⓒ2005 김대성

 

 굴 공사

 

스는 라싸 공항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 때 오샘이 좌측을 가리키며 "거기 보이는 굴공사가 끝나면 라싸에서 공항까지 거리가 많이 단축될 거예요."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굴공사'란 한국식으론 터널 공사였다. 산이란 산은 한 그루의 나무 조차 없는 죄다 돌산인 이 곳 티베트 돌산에다 터널을 뚫어 공항에서 시내까지 더 빨리 더 많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라 보여진다. 사실 올해가 중국입장에선 티베트 자치구 성립 40년주년이란다. 물론 티베트 입장에선 중국 식민지통치 40주년 치욕의 해이리라. 그래서 라싸 주위엔 온통 공사 중이다.     

 

1시간 쯤 지나 버스는 작은 마을에 정차해 승객들은 제각기 볼 일을 보고, 이내 몇몇 체육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태우고 체당 시내에 도착했다. 차창 밖의 어느 학교운동장에선 운동회 같은 것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버스에 탄 학생들은 아마도 여기에 참석하기 위한 마을 대표선수 쯤 될까?

 


                                            -한적한 국도 풍경-ⓒ2005 김대성

체당을 출발한 버스에는 건장한 할머니 한 분이 타셨는데 앞자리에 앉아 있던 오샘이 한국식으로 그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했으나 할머니는 사양하면서 자기가 젊은 사람한데 자리를 양보받은 것을 본 것은 마오쩌동 시대 이후 처음이란다며 둘 간의 대화를 궁금해 하던 나에게 통역해준다.

동시에 오샘은 이곳 티베트 노년층 중 많은 사람들이 모택동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모택동의 중국인민해방군이 그들의 농노상태와 같은 신분을 해방시켰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순간 난 그것은 아마도 중국의 티베트 침공 후 명분이였을 '티베트 인민의 노예해방'의 프로퍼간다(propaganda)라고 생각했다.

 

고원 속의 사막

 

명한 체당의 사뮈예 행 선착장을 잠시 정차 후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이 곳 동호회에서 읽은 바로는 여기 선착장에서 내려 배를 타고 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 중 아무도 버스에서 내리자고 하지 않는 것을 봐서는 배를 타지 않고 이 버스로 다이렉트로 사뮈예까지 가는 가 보다.

다리를 건너고 들어선 비포장 도로 주위에 펼쳐진 풍경은 사막화가 진행중인 돌산과 모래언덕들의 황량한 모습이였다. 그런 사막화을 막기위해 얄룽창뽀 강변에는 나무들이 인위적으로 규칙적으로 심어져 있었다.

나를 이 곳 티베트로 유혹한 한 장의 사진이 바로 이 주변에서 촬영된 것이라 버스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은 심정에 볼 일을 핑계로 버스를 세울까 말까하는 갈등을 하는 사이 내 옆의 오샘은 나에게 안겨서 고이 자고 있고, 서래와 00누나는 대화에 여념이 없다. 다음엔 꼭 돈 모아서 렌드크루져 렌트해서 와야지 하며 강제 버스 정차를 포기한다.

 

사실 사진을 정식으로 제대로 배운적이 없는 나같은 준아마츄어에게 좋은 사진은 결정적인 순간의 포착 같은 우연이나 운좋은 소재의 포착만이 유일한 가능성인데, 그 결정적인 순간을 찍기위해선 새벽부터 밤까지 한없는 기다림이 필요하지 않던가? 나처럼 시간없는 직장인 여행객에게 좋은 사진을 위한 기다림은 아마도 포기해야 하는 또 하나의 장벽인가? 여하튼 친구의 댓글처럼 나를 유혹한 사진과 내가 찍은 사진은 그 분위가 다른 것이라는 사실에 반성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사뮈예 가는 길에 만난 양떼-ⓒ2005 김대성

 


                             -사막화로 형성된 사구(沙丘)-ⓒ2005 김대성

 

티베트 최초의 사원

 

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며 과속으로 운행하던 버스는 한 시간 정도 후 드디어 사뮈예 마을 어귀에 도착한다.

티베트 최초의 사원이 있는 곳 사뮈예. 사실 이곳은 오샘이 '백숙 코스'로 개척한 곳으로 우리가 묵는 민박집은 사뮈예 촌장-이장-집이라고 한다. 오샘은 그전에도 몇 번 이집에서 묵었고 그래서 외국인이 여행하기 위해선 허가증이 필요한 지역이지만 촌장의 빽을 등에 업고 허가증도 없이 벌금에 대한 두려움 없이 우린 아무 걱정없이 동네를 돌아 볼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점심으로 인도에서부터 말로만 듣던 티베트 뚝바를 먹는다. 언제나 그렇듯 난 1등으로 맛있게 먹어 치운다. 식사 후 민박집에서 운영하는 영화관-말이 영화관이지 중국에서 유행중인 드라마나 영화를 VCD로 무료로 상영하면서 뚝바나 만두, 음료수등을 판매하는 곳이다-에서 사뮈예 아이들과 장난치며 잠시 나이를 잊어본다. 방으로 들어가 서로 통성명과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고 대답하고는 서로 이내 친해진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우리 일행은 사뮈예 사원으로 출발.

 

 


         -사뮈예 민박집, 뚝바, 담, 민박집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창(시계방향)-ⓒ2005 김대성

 

티베트 최초의 사원, 불교의 우주관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만다라-는 사원이라지만, 그 입구-남문-의 파여진 길처럼 사원의 외관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원 또한 티베트의 다른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에게 철저히 파손되었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사원으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사원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코라를 먼저 하기로 한다. 저 앞에선 인생의 무게 만큼이나 굽은 허리를 한 채 마니차를 돌리며 코라를 하시는 할머니가 천천히 가고 계신다.



                                     -사뮈예 사원 코라(순례) 하는 노파-ⓒ2005 김대성

                                   

 


                                            -사뮈예 사원 탑과 설산-ⓒ2005 김대성

                                    

한적한 시골동네에 있는 사원을 산책하기엔 우리의 옷은 너무 새것이고 우리의 마음은 너무 들떠 있다. 언제나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티벳탄이지만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해 보지만, 스님들 조차 너무 해맑게 웃는 바람에 이내 소풍분위기로 되돌아오고 만다.

 

타르초 휘날리며

 

리 일행은 사원을 둘러보고 사원을 바라보고 있는 앞산을 올라가기로 하고 줄을 지어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토끼, 도마뱀, 선인장 등의 동식물을 보며 신기해 한다.  선미랑 은선이는 고소공포증을 느낀다며 정상까지 가지 못하고 결국 나랑 00누나 이렇게 둘이서만 정상까지 올라간다.

 


                                      -산에서 바라본 사뮈예 사원 전경-ⓒ2005 김대성

 

타르초는 불경이나 기원문을 적어 놓은 오색의 깃발로 푸른색은 하늘, 흰색은 구름, 붉은 색은 불, 초록색은 물, 노랑색은 땅을 의미한다고 한다. 티베트를 여행하면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집들의 지붕이나 조금 높은 곳이면 어디든 걸려 바람에 휘날리는 타르초를 볼 수 있다.

 


                                                         -타르초-ⓒ2005 김대성

 

 

한국식 백숙을 위한 토종닭 사냥

 

에서 내려와 곧장 우리 일행은 오늘 저녁 백숙용 닭을 잡으러 마을을 정탐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집들은 야크와 소 그리고 닭을 키우고 있었고 그 중에서 우린 한국 토종닭과 색깔 및 모양이 가장 비슷한 놈을 발견한다. 우리가 찜한 닭은 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해서 그 다음으로 좋아보이는 녀석으로 2마리를 산다. 곧장 민박집으로 와서 부엌에 뜨거운 물을 올려 놓고 오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닭을 잡는다. 오샘을 제외한 우린 이 무서운 살육의 순간(?)을 조금 뒤 있을 시식을 위해 수수방관(?)하며 신기하게 구경 할 뿐이다. 

 



  -닭 사냥, 닭 잡고 기념촬영, 살육의 현장, 닭죽, 백숙파티, 현장고발(시계방향)-ⓒ2005 김대성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와 아이들을 초대해서 같이 맛있게 먹고 우린 포만감에 거의 전부다 화장을 하고 온다. 돌이켜보면 이 번 여행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이 아니였나 싶다. 단순히 티베트에서 한국음식을 직접 해먹었서 그럴 수도 있지만 등산과 닭사냥을 위한 산책, 그러면서 주고받는 이야기와 웃음들, 그리고 다같이 함께 식사함으로써 느끼는 일치감들로 인해 사람들과 굉장히 빨리 깊게 친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무릇 여행의 진수는 낮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친해짐, 그리고 헤어짐이 아니겠는가?  밤 늦게까지 서로의 개인사들을 마치 데카메론 처럼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하다가 사뮈예의 밤은 깊어 간다.  

 

                                 "5편-버스가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편으로 이어집니다.

 

 

보너스 트랙-사뮈예 소풍 현장 스케치

 


  -말보로맨 오샘, 겁먹은 선미, 무언가를 응시하는 선미, 환상의 콤비, 오샘과 은선(시계방향)-ⓒ2005 김대성

 

들어보시면 오샘 특유의 어눌하고 착한 연변 말투, 바람둥이에 대한 증오(?), 천성적인 착함, 가이드로서의 책임감, 예술가의 장난기 등을 느끼실 수 있는 우리 동호회 회원의 영원한 티베트 길잡이 티벳 칼알리스님(오영철님)의 생생한 육성 듣기

 

선미와 은선이의 연변말투 따라하기, 엄마없이도 너무 잘 노는 환상적인 콤비, 다소 선정적인 소재에 대한 언급, 천성적인 착함, 소풍의 유쾌함, 마지막에 발생한 돌발상태-가시에 찔림-등이 포함된 소풍 풍경 현장음 듣기 

 


 -힘들어 하는 일행, 겁먹은 선미, 콤비, 개구쟁이 오샘, 00누나, 정선교사님(시계방향)-ⓒ2005 김대성

 



 
출처 : 블로그 > 나가는길 | 글쓴이 : baldwinkim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