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편-직장인 7일 티베트
배낭여행
2편-西域에서 온
그녀
3편-요술공주 쎄라
4편-사뮈예 백숙
5편-버스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6편-청춘손해배상
7편-간덴사원 카렌다 사진 촬영
8편-30만원 더 비싼 여행
어제밤 술을 붙들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지만 여지없이 아침은 또 다가왔고, 난 티베트에서의 마지막 샤워를 하며 호텔을 나선다. 아침 7시임에도 불구하고 잠꾸러기
서래가 친히 배웅을 나왔고 오샘은 공항까지 가는 택시를 120위안에 잡아주며 끝까지 나를 챙긴다. 정든 일광빈관이여 안녕,
포탈라여 안녕, 티베트여 안녕.
혼자 타서 빈자리가 더 쓸쓸히
느껴진 택시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총알처럼 달리고,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아침 강변도로를 달리며 택시안에서 모닝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직 중국은 흡연자에게 천국인 것 같다.
줄담배
10시20분 비행기였지만 공항엔
9시전에 도착했고, 수속을 한 뒤 흡연실에서 마지막 중국 담배를 피고 있는데 왠 젊은 청년이 다가와 중국말로 뭐라고 하고,
나는 중국어를 못한다고 영어로 말해준다. 그랬더니 어디서 왔냐고 이번엔 영어로 묻는다. "come from korea" 라고 하자 그 친군
"Oh my God"이란다. 난 순간 '한국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나'라고 생각하였지만 이내 자기는 상해에 살고 있는 조선족 고등학생이라며 한국말을 한다. 삼촌이랑 노동절 연휴라 티베트에 왔다가 가는 길이란다.
고1 임에도 불구 하고 호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KENT 담배를 꺼내며 나에게 한국 담배 뭐 피냐고 물어본다. 담배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힘, 티베트의 종교, 한반도의 분단 등에 관해 1시간 정도 줄담배를 피우면서 영어와 조선어를
섞어 가며 이야기 나눈다. 고딩치군 영어나 시사인식이 꽤 괜찮은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집에선 아버지가 조선말로만 이야기해야
받아주신다고 한다. 중국말로 하면 아예 말씀을 안하신단다. 중국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민족애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강했다.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우린 짧은 만남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자리를 향해 기내로 들어간다. 올 때와는 다르게 기내식으로 나온 죽이 아닌 밥을 먹고 2시간 동안의 단잠을
잔다. 한 여름의 날씨인 성도공항에 연착없이 예정대로 12시 30분에 도착했고, 내가 탈 아시아나 인천행은 13시
45분 출발예정이였기에 난 라싸에서 탑승시 짐을 화물로 부치지 않고 기내로 들고 갔었다. 처음의 계획은 하루 전에 성도에
도착해 일박을 하고 다음 날 13시 45분 비행기를 타는 것이였으나, 한국에서 출발전 동호회 운영자님께서 짐만 부치지 않으면 당일 도착
당일 출발이 시간상으로 가능하다는 조언에 따라 그렇게 했고 덕분에 라싸에서 하루를 더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다.
"니 차
털렸다"
서울은 내가 없어도 무사히 잘 있었고. 그 날이
마침 어버이날이자 모친 생신이라 난 집에 전화부터 한다. '생일 축하합니데이. 내요 공항에 도착했심더.' 상기된 모친의 목소리는 곧 불길한 내용을 말씀하실 것 같았고, "야야, 누가 니 차 유리창 돌로 깨고 그 뭐꼬
오디오 있재 그거 털어갔데이. 우짜노? 퍼뜩 온나."
한국에서 출발할 때 집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어서
공원주차장에 파킹해놓고 온 나를 자책하며 집으로 향한다.
난 애써 차 생각을 하지 않고, 먼저 선물보따리를 풀고, 외식을
간다.
차안이 온통 깨어진 유리 조각이라 다음 날 아침 유리창과
새 오디오를 장착하기 위해 간 단골 카센터 아저씨 견적내시며 하시는 말씀. "좋은 여행
다녀왔으니까 그냥 30만원 더 비싼 여행다녀왔다고 생각해."
이렇게 나의 7박8일 티베트 배낭여행은 끝이 났고, 난
다시 처음의 출발점에 서 있다. 이 번 여행은 앞으로 어떻게 여행을 다녀야 하는지를 나에게
가르쳐준 여행이였다.
▲여행 다녀오면 어김없이 찾아와 날 걱정케
하는 그녀-ⓒ2005 김대성
아, 지금 티베트로 여행준비 하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경비는
국제선 항공료 : 68만원
국내선 항공료 + 허가증 + 호텔3박 :
66만원
기타(식대, 입장료, 교통비 포함, 선물비용 제외) :
대략 26만원
참고 : 식사는 하루 2끼, 그렇게 헝거리 하게 먹지
않고, 가끔 진수성찬도 이용, 주로 택시 이용, 아껴 쓰지 않은 편임을 감안해
주세요.
후 기
이런 긴 여행기를 쓰게된 동기는 우선 여행 준비하면서 이
곳 동호회에서 받은 도움을 어떻게 갚아야 되냐고 동호회 운영자님에게 물었을 때 운영자님께서 "그냥 잘 다녀오셔서 글이나
써주세요"라고 툭 던진 말에 난 무거운 의무감을 느껴 쓰게 된 것도 있고,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기에 그 누구보다
티베트를 가고 싶어 했지만 직장생활 때문에 가지 못하고, 다녀올 나에게 "사진 보여죠. 빨리 이야기 해봐. 어땠어? "라며
부러워할 친구에게 막상 만나면 '좋았어'라고 짧게 말해버리는 경상도 남자라 그 친구에게 자세하게 전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또한
마치 에베레스트 등반 성공하면 보여주는 협찬사 상표들 처럼 한국에서 출발전에 나의 강압에 못 이겨 후원을 해 준 창영, 나영, 사중, 경혜누나,
명수형 등에게 받은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며, 마지막으론 티베트에서 만나 많은 도움과 추억을 주신 오샘, 00누나,
서래, 정선교사님, 은선, 선미 들에게 고마움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Thanks a 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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