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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스크랩] [기자협회보]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기자협회보 2006-02-08 11:35]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이른바 윔블던 시즌이라고 불리는 2004년 6월 말에 런던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영국의 방송정책과 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주요 기관을 방문하던 중, DTI(한국의 정보통신부)에서 미팅을 가졌다. 그 자리에는 DCMS(한국의 문화관광부) 관계자도 참석하여 주요 사안에 대해 함께 설명해주었다. 두 부처의 공무원이 자리를 함께 했을 뿐만 아니라, 화기애애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회의 분의기 속에서 필자는 큰 감동을 받았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방송통신 분야를 관장하고 있는 정부부처 또는 위원회에서 이러한 상생의 모습, 배려의 문화를 발견하기란 매우 힘들다. 국익을 고려한 협력적 자세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독선적 충돌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여기에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의 조정기능마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태 속에서, 이 나라의 방송정책과 방송통신 융합 논의는 지난 수년 동안 지루한 공방과 소모적 논쟁을 거듭해 왔다.

이처럼 난맥상을 보이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초기단계에서 명확한 역할 구분이 이루어지지 못했거나(방송위원회와 문화관광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해 상이하게 해석한(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본래 자기 기관에게 부여된 기능의 전문성을 고양하기보다는 영역을 확장하여 향후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과도한 욕심이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방송위원회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업은 방송규제와 관련된 정책과 법제를 가다듬는 일이며, 그 핵심에 방송사 재허가 관련 업무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경인지역 방송사의 재허가 거부와 새로운 방송사 설립 문제와 관련하여 방송위원회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너무도 무책임했으며 비전문적이었다. 이처럼 정작 규제기구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진흥사업과 연구사업으로 업무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여 문화관광부와의 충돌을 자초하고 있다.

반면 문화관광부의 경우, 국가의 핵심 미래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방송영상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진흥정책 수립에 주력하기 보다는 외주채널 설립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채널 허가권을 가진 방송위원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정보통신부 역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정보통신 분야의 인프라 구축과 신기술 개발 지원에 전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공익성이 강한 방송영역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통신 기반 융합서비스를 무리하게 진입시키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자 주어진 고유업무의 전문성을 고양하는 가운데, 상호존중에 기반을 둔 토론문화를 통해 공생의 미덕을 발휘하는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여호와의 것은 여호와에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여기에는 정권 차원의 책임 있는 기능조정과 공약수행 능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어느 순간에는 정치적 결단이 발휘되어야 한다. 부처간 이해다툼과 정권의 무책임성 속에서 문화적 공론장으로서의 방송의 역할과 무한한 부가가치를 지닌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잠재력을 빼앗길 수는 없지 않은가.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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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희망의 새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와이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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