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르포]웃음이 가득한 강동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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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너머 불타는 향학열 책을 볼 땐 돋보기안경을 써야 할 나이. 수업
중에 수십 번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한다. 김형래(57,암사동)씨가 돋보기 너머로 강의하는 교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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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어린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친 늦깎이 학생들에게 ‘야학’은 삶의 소중한 에너지였다.
서울 천호동
강동야학. 시장골목 내 한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이 곳은 캄캄한 주변에 비해 유난히 환한 불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가방을 들거나 맨 4,50대
주부들이 서둘러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안의 대화가 교실 밖까지 들렸고 수업 내내 웃음이 흘러나왔다. 89년 문을 연 이 야학은 현재 중학교
과정인 가람반과 고등학교 과정인 동녘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섯 평 남짓한 교실에 꽉 들어찬 20여개의 책상은 주로 나이 지긋한
중년 주부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앉은 학생들의 자식뻘 쯤 돼 보이는 교사의 높은 목소리가 좁은 교실 가득 울리고 있었다. 교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나이든 학생들은 “예”라는 대답과 함께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와 학생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수업은 꼭 신명나는 장단을 보는 듯 했다.
웃음까지 더해져, 수업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직장을 다니며 밤에 중학교 과정 수업을 듣는 이정애(51,고덕동)씨는 “없는
살림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게 ‘한(恨)’이 돼, 아들 대학졸업 시키는 날 달려와 야학에 등록했다”면서 “영어와 수학이 까다롭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게 뿌듯하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년 동안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장태호(20,항공대) 교사는 “학교생활과 야학수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만 어머님들의 적극적인 수업태도와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동야학은 현재 구지원금과
개인후원금, 일일호프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야학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남기송(48,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교장은 “임대료 등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남 교장은 “교육수준이 높아졌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교육으로부터 소외받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며 “야학이 교육에서 소외된 마지막 한 명까지 보듬어야 하며 그것이 야학 존재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1년 동안 단 한번도
결석하지 않았다”며 자랑하는 유명숙(55,암사동)씨는 “대학가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훗날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수줍은 듯 꿈을 얘기했다.
공부하지 못한 게 ‘한(恨)’이 됐고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이제야 늦은 배움의 길에 들어선 늙은 학생들. 간절했던 시간만큼이나 배움에 대한 열정과
기쁨은 더 없이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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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옆에 놓고…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교실에 들어선 한 주부
학생은 책상 옆에 장바구니를 내려 놓자마자 책을 펼쳤다.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학생, 집으로 돌아가면 주부의 역할까지 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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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필기도 꼼꼼히 중요한 부분에 빨간 밑줄을 긋고 별표를 그려가며 꾹꾹
눌러 필기를 하고 있다. 필기구를 꼭 거머쥔 손에 열정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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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또래의 선생님 “어머님, 안경 새로 하셨네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수업을
시작한 과학담당 배혜영(23,서울시 과학전시관 탐구교실 교사)교사가 열정적인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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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야학생들 수업중 전 시간에 쳤던 쪽지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이경자(48,천호동)씨와 유명숙(55,암사동)씨가 동료학생들의 박수를 받자,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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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필기도 꼼꼼히 중학교 과정을 배우는 가람반. 늦은 시간임에도 자리를
가득 메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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