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라싸는 물안개처럼 향 연기와 눈부신 햇살이 도시전체를 물들이고 있다.
멀리 포탈라 궁도 아침햇살을 튕겨내며 깊은 시름을 감추고 있었다.
집집마다 옥상 위에 매달린 오색찬란한 룽다가 늦가을 히말라야 바람에 휘날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퍼뜨리는 듯하고 그들의 신심도 한없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듯이 보였다.
옴마니반메훔!
라싸 외곽으로 나가자 여러 채의 신축 중인 아파트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인민해방군 부대가 주둔하고 군용 기름을 수송하는 트럭이 여러 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내 중심에는 공안국이, 외곽에는 군부대가 튼튼한 지주처럼 자리하고 있어 갑자기 답답함을 느낀다.
라싸시내를 벗어나 칭하이성과 라싸를 잇는 칭짱공로가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이내 네탕대불을
만나게 된다. 거대한 석벽은 마치 눈이라도 맞은 듯 하얀 카닥으로 뒤덮혀 있었는데,
길거리 옆 별 것 아닌 돌산처럼 보이지만 이곳에 700 년 된 석가모니 마애불상이 있다.
대불 옆에는 보살과 신장들이 새겨져 있는데, 매년 색칠을 다시 하여 존귀함을 표시한다고 한다.
티베트 사람들 저마다의 소원이 담긴 카닥들이 바람에 너울 너울 춤을 추며 그 신심을
부처님께 보내는 듯 했다.
네탕대불을 지나자마자 이내 얄룽창포 강이 눈에 든다.
얄룽창포강은 ‘어머니의 강’이라는 뜻으로 티베트 서부 아리에서 발원하여 2000여 킬로미터를 흘러 시가체와 체탕을 거쳐 인도의 갠지스 강으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티베트의 젖줄이다.
얄룽창포의 유장한 흐름을 거슬러 탐험대 차량이 달려간다.
샛노랗게 물든 백양나무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에 언뜻언뜻 보이는 티베트 불교의 4대 명산이라는
취괄르(曲果日)산이 오른쪽에 자태를 뽐내고 있다. 늦가을 풍취를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없는 경치다.
들판에는 보리의 일종인 ‘칭커(靑麥)’를 수확하기 위해 온 동네사람들이 다 나와 이삭을 털고
검불을 날리며 알곡을 거두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여유로워 보인다.
허공에 던져진 칭커는, 바람결에 낱알은 낱알대로 검불은 검불대로 춤을 추고 있다.
라싸의 그 암울한 현대화된 문명이라는 것에서 움추러진 마음이 확 풀리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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