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가 되자 대법당 옥상에서 노승이 토론시간을 알리는 징을 울리자 스님들이 한꺼번에 대법당에서 밀려 나온다. 바로 그 유명한 ‘토론의 광장’에 모여 논강을 하기 위해서다.
삼삼오오 스님들이 정원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뺑 돌아가며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잡는다. 정작 티베트 사람은 찾아 보기가 힘들 정도고 가끔 눈에 띠는 티베트 사람인 듯 싶은 순례자는 오히려 관광객들 뒤에 엉거주춤 서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드디어 토론을 집도하는 노승이 상석에 자리를 하자 드디어 토론이 시작된다. 마치 싸우듯이 때로는 춤추듯이 세라사원 스님들만의 톡특한 논강이 관광객들의 혼을 뺀다. 재미있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엄연히 티베트 불교의 수업방식이자 깨달음을 얻어가는 수행과정이라고 한다.
토론의제가 사전에 설정이 되고 동자승까지도 모두 참가하여 화두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을 하는소위 문답학습이다. 두사람씩 짝을 지어, 묻는 사람은 서서 발을 구르며 손뼉을 내리치면서 미리 배웠던 경전의 내용을 질문하면 앉아 있는 이가 답을 하는 식이다.
이러한 학습을 거쳐 성적에 따라 라마승이 되기도 하고 세속으로 돌아가기도 하는 등 신분이 결정되는 중요한 학습인 셈이다. 그러나 토론이 깊어질 수록 역동적인 스님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의 행동반경도 넓어져 광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렇다고 특별히 제재하는 이도 없다. 이미 정례적인 관광의 한 코스가 되어 버린 터에 광장은 쇼무대가 된다. 무대에 선 스님들의 토론은 건성건성으로 화두를 던지는 질문자의 화려한 액션만 살아 움직인다.
토론하는 스님들을 감독하는 스님은 토론을 제대로하는지가 관심이 아니라 누가 돈 안내고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는지
감시하느라 눈을 더 번뜩였다. 그러는 사이 몇몇 스님들은 딴전을 피우거나 장난질이고 심지어는 관광객과 사진을 찍은 사진을 보며 히히덕 거리고
있다. 한때 드레풍 사원만큼이나 영향력이 있었던 불교학교 세라사원의 모습은 상상 밖이어서 적잖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긴 요즘 티베트에서 제대로된 스님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문화대혁명때 철저히 사원을 파괴하고 불교를 탄압한 이후 중국정부의 유화정책으로 불교가 다시 살아 난 것은 티베트 사람들 마음 속에 불교가 있는 것이지 사원이나 승려들에게 부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 요즘의 승려들이다. 중국의 티베트 불교말살정책은 어느 정도 고착이 되어 승려는 학문을 연구하고 불법을 전파하는 것보다 사원을 관리하는 역할이 주임무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승려들의 자질도 문제. 붉은 가사를 두르고 머리를 짧게 깎았다고 모두가 라마승이 아니다. 라마승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과정이 길고 험난하다.
보통 티베트의 불교학교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속에서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이 쌓여야 비로서
승려가 될 수 있다. 즉. 불교학교를 거치지 않으면 승려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승려는 하나의 제도적인 과정을 통해서 탄생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라싸에는 진짜 승려가 없다는 자조적인 탄식을 하는 것이리라.
이미 경험했던 간덴사원이나 세라사원이나 모두가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사원이었지만 그 속의 승려들까지 티베트를 대표하는지는 예단키 어려운 복잡한 심경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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