갼체(江孜)로 가는 길은 해발 4900미터가 넘는 캄바라 산을 넘어야하는 비포장도로의 험난한 코스.
고도를 높일수록 계곡은 까마득해지고 차가 겨우 스쳐 지날만한 비포장 길은 흙먼지 조차 숨을 몰아
쉴 정도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구절양장을 어지러울 정도로 돌다보면 고갯마루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 있는 타르쵸가 히말라야 바람에 부르르 떨고 있고, 고개를 지나는 또 다른 여행객이 한줌 종이
다발을 던져 뿌린다. 불교의 경구와 소원을 담은 종이조각들은 강한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랐다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며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푸르다 못해 시린 히말라야 하늘에 맞장구라도 치듯 맑은 에메럴드 빛이 반짝 눈에 찍힌다.
바로 얌드록쵸 호수다.
호수 뒤로는 7천미터가 넘는 설산 노진강 산이 있어 에메럴드 빛이 더욱 짙푸르게 부각된다.
티베트인들이 ‘푸른 보석’이라 할만 하다. 해발 4,440미터에 위치한 이 거대한 호수는
티베트 4대 성호(聖湖) 중에 하나다.
‘위에 있는 목초지’라는 뜻과 함께 ‘화가 난 신들의 안식처’라는 뜻도 있듯이 호수 주변은 천연목장이다. 이 호수를 의지하여 티베트 사람들이 밭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고, 목동도 없이 야크와 양떼들이 서로
어울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둘레 250킬로미터, 최대 수심 60미터나 된다는 아름다운 얌드록쵸는 한눈에 담을 수 없다.
전갈처럼 생긴 호수 사이에 커다란 산이 다섯 개나 솟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히말라야 북쪽 최대의 내륙호수로서 염호(鹽湖)지만 티베트 최대의 조류서식지며 풍부한 어족을
자랑하는 보배로운 호수이기도 하다.
캄바라 고개에서 내려와 굽이굽이 한 시간 이상 달려야만 호수의 그늘을 벗어날 정도로 커다란 호수.
강수량이 적은 이 티베트 고원에서 얌드록쵸 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중국은 1996년 이곳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했다.
라싸에서 갼체로 가는 700번 국도에 면해서 세운 양후 수력발전소다.
수 백 미터에 이르는 낙차를 이용해 만든 전기를 일대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평화롭게 자연을 벗 삼아 살던 티베트 사람들은 강제 이주를 해야 했고 옛날 길과 집은 모두
인공호수에 의해 수몰되고 말았다.
중국인들은 우려하는 환경파괴나 생태계 변화는 없고, 수리시설이 정비되고 전기가 공급되어 훨씬
살기 좋아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티베트 사람들은 걱정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얌드록쵸 호수의 수량이 풍부해 제한적으로 수력발전을 한다고 하지만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이 주수원인 호수는 수 십년이 지나면 바닥이 날 것이라고.
우리 탐험대가 얌드록쵸를 지날때도 여기저기 공사를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얌드록쵸 호수 역시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있었다.
티베트에서 호수는 종교적인 성지이자 티베트 사람들의 생명의 식수임을 감안할 때 전기보다,
관계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호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티베트 사람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엄습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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