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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해평 습지가 국제적 두루미 서식지로 공인

"철새야 오너라" 구미 해평습지

경북 구미 '해평습지'가 최근 철새보호국제기구로부터 국제적인 두루미 서식지로 공인받으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한국이 국제적인 철새 도래지로 자리잡을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개체수는 각종 개발사업과 환경파괴로 인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해평습지 철새도래지의 의의와 향후 대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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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유일 철새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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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선산군 해평리 낙동강변의 긴 제방을 거슬러 올라가면 4만여평에 달하는 넓은 해평습지가 나온다.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등 희귀철새를 비롯해 큰 기러기, 쇠기러기, 민물 도요새 등 철새들이 찾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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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평습지가 지난 달 말 '아태지역 이동성물새 보전위원회(MWCC)' 산하 '동북아시아 두루미 보호 국제 네트워크'로부터 순천연안습지와 함께 국제적인 두루미 서식지로 정식 공인을 받았다. 김포시, 철원군에 이어 국내에선 세 번째로 가입승인을 받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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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보호 국제 네트워크는 한국 러시아 중국 일본 몽골 등 두루미 이동경로상에 있는 18개 지역이 네트워크를 결정한 국제기구다. 해평습지는 철새도래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구미시 선산출장소 허남효 담당은 "1㎞ 너비의 넓은 강폭과 모래톱, 갈대숲, 2천㏊에 달하는 주변 농경지 등이 철새 도래지로서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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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넓은 강폭과 갈대숲은 사람의 간섭으로부터 철새들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재두루미, 흑두루미 이 외에도 천연기념물인 큰 고니와 흰꼬리수리 월동지로 확인돼 환경부 평가에서도 '상급지'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구미 해평습지가 철새도래지로 공인된 것은 대구·경북에선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철새 도래지라는 점에서 갖는 의미가 더욱 크다. 과거 철새도래지이던 대구 달성습지는 한창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인 데다 주변 공단, 아파트 등 개발이 더 빨리 진행돼 해평습지에 비해 이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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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기착지'에서 본격적인 '월동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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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습지에는 매년 10월 말 2천500~5천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2~5일가량 머물렀다 일본 이즈미시로 날라가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다음해 봄까지 500~1천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4년 전만해도 200여 마리에 그치던 흑두루미의 개체수가 이만큼 늘었습니다. 순천만에도 불과 150여 마리에 불과합니다. 해평습지를 철새 중간기착지로 안정화시킨 이후에는 본격적인 월동지로 유도해 나가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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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생묵학과 박희천 교수는 해평습지가 이웃 일본에 못지않는 철새 도래지가 될 충분한 가능성들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기후 온난화에 따라 월동지점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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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가운데 가장 몸집이 작은 흑두루미는 특히 추위에 민감한데, 최근 대구와 경북의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미 해평습지를 '주 철새도래지'로 우선 안정화시키고 대구 달성습지를 '부 철새도래지'로 조성하면 구미-대구간 철새 생태권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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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습지와 달성습지가 국제적인 철새 도래지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는 또 있다. 강변과 습지를 낀 지점은 많지만 구미, 대구는 철새의 주 이동선상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이즈미시 해안에 머무는 5천여 마리의 흑두루미 가운데 3천여 마리가 대구·구미를 거치다보니 일본정부도 구미, 대구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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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철새도래지로 성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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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습지에서는 지난 1998년 4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독극물을 먹고 집단 폐사,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이런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구미시는 앞으로 기존 두루미 보호 국제네트워크 가입국으로부터 철새 서식지 보호 및 정보, 자료교환 등을 위한 적극적인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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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이 어떤 먹이를 좋아하는지, 어떤 곳에서 주로 몸을 쉬는지, 어떤 식의 보호대책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또 철새 감시원 운영과 벼, 밀, 보리, 옥수수 등 철새 먹잇감 제공에 5천여만원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이를 더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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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천 교수는 "두루미를 인공사육해 더 많은 야생 흑두루미가 찾아오도록 유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며 "구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부, 경상북도, 대구시가 합심해 철새 도래지 보존에 머리를 싸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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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고기자 cbg@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