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닥거린다… 날갯짓 멈춘지 10여년만에 | |||
[조선일보 2006-07-25 03:04] | |||
충북 청원군 교원大팀 ‘황새 복원 프로젝트’ 10주년 1994년 명맥 끊겨… 36마리 인공사육 2012년 100마리 되면 자연방사 추진
[조선일보 유태종기자] 멸종 위기에 처해 국제보호 조류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하늘의 여왕’이 농촌 들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충북 청원군 강내면 다락리 한국교원대 캠퍼스 내 황새 인공사육장에서는 요즘 ‘자유비행’을 앞둔 황새들이 자연 방사될 날을 기다리며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아직은 그물로 뒤덮인 좁은 집 안에 갇혀 있지만, 자신들의 텃밭인 웅덩이와 개울가, 물 고인 논바닥에서 미꾸라지를 찾고 개구리를 잡아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www.stork.or.kr)의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이번 달로 10주년을 맞았다. 연구팀은 1996년 7월 ‘황새가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러시아와 독일에서 새끼와 어미 황새 각각 한 쌍을 들여오면서 황새 복원사업에 뛰어들었다. ‘좁은 대학 캠퍼스에서 황새를 어떻게 기르느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찔끔찔끔 나오는 예산을 들여 인공사육장을 짓고 정성 들여 황새를 사육했다. 2002년 4월 인공부화에 성공했고, 이듬해 자연번식에 성공하면서 현재 교원대 황새사육장 식구는 36마리로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방학 중 초·중생을 대상으로 ‘황새 캠프’를 운영한다. 8월 13~15일, 18~20일 등 두 차례에 걸쳐 2박3일간 숙식을 함께 하며 짝짓기와 부화, 먹이 잡는 방법 등 황새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유기농법에 대해 현장체험을 실시한다. 황새복원연구센터 박시룡(생물교육과 교수) 소장은 “학생들이 생태계의 지표로 간주되는 황새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면서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라며 “자연 체험을 원하는 도시지역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인공사육장에서 제공하는 먹이는 가을철 동해안에서 구입해 냉동 창고에 보관하는 양미리. 연간 먹이 값만 2000만원에 이른다. 황새복원연구센터 이도형(45) 사육지도사는 “황새는 의심도 많고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습성이 있지만 먹성이 좋아 사육하는 보람이 있다”며 “기다란 부리로 양미리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키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고 했다.
석·박사급 연구원 등 7명이 근무하는 황새복원연구센터 연구팀은 청원군 미원면 일대 10만평에 2012년까지 280억원을 들여 조성 예정인 ‘황새 마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새로운 개체를 추가로 도입하고 자연 및 인공번식을 계속 실시해 100마리 가량의 황새를 확보한 후 이곳에 연차적으로 풀어놓을 계획이다. 전남 해남과 경남 창녕 우포늪, 북한의 배천, 평산 등에도 황새 서식 거점지역을 만들어 5~6마리씩 방사한다는 구상이다. 황새공원과 연계시켜 농지 등 인공 습지를 친환경농업 시범구역으로 꾸며 농산물 판매장터와 생태관광 코스 등도 운영할 계획이다.〈그래프〉 국내 최초로 황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석환(34) 연구사는 “황새 복원 사업은 멸종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개체를 증식시킨다는 것 외에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복지농촌을 만드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아늑한 황새 보금자리로 변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텃새인 황새는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살았으나 1971년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죽은 뒤 암컷이 ‘과부 황새’로 혼자 살다 1983년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1994년 죽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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