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3사, '사생결단' 편성전쟁중

2006년 10월 26일 (목) 10:37   마이데일리

지상파 방송3사, '사생결단' 편성전쟁중

[마이데일리 = 이은주 기자] 요즘 여의도 방송가는 11월초 가을 개편을 앞두고 방송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방송사들은 이번 개편을 통해 조금이라도 시청률 상승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편성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두개의 드라마가 시청률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비슷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쟁이 치열해 개편후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격·확대 편성…시청 행태 변화 예고

이번 개편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MBC다. MBC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8시 20분대 가족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편성했고, 대신 일일드라마 방송 시간대를 7시 50분으로 앞당겼다. 전통적 강세인 KBS 일일드라마와 맞대결을 피해 시청자들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인 MBC는 금요드라마 시간대를 개척했던 SBS의 경우처럼 저녁 7시대의 새 드라마 시간대를 개척할 수 있을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BC 편성국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파격 편성의 이유에 대해 "미디어의 환경이 급변했고,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패턴과 대상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드라마 부진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약세를 보인 SBS 역시 오는 11월 4일부터 매주 목요일 방송되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방송 시간대를 일요일 오후 6시 40분으로 옮기고, 방송 시간도 80분으로 늘린다. 공개 코미디의 부활을 이끌었던 인기 개그프로그램 '웃찾사'를 일요일 저녁 시간대로 전진배치함으로써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 또한, SBS는 토요일 5시 40분에 남자연예인과 여자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편지' 후속의 짝짓기 프로그램인 '선택 남녀'와 세트제작에만 10억이 투입돼 화제를 모은 예능 프로그램 '슈퍼 바이킹'을 연이어 편성해 '오락은 SBS'라는 명성을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밤 11시대 오락프로 자존심 건 '치열한 경쟁'

이와 함께, 각 사의 자존심을 건 밤 11시대 프로그램들은 치열한 경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월요일 밤 '개그야'의 상승세로 11시대에 활력을 되찾은 MBC는 '우리동네 실화극장 황금어장'을 금요일 밤에서 수요일 밤 11시로 전진배치했다. 또한, 목요일 밤 11시대에는 사회, 문화 등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주제들을 놓고 연예인들과 사회 각계각층의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예능적 토론 토크프로그램 '에너지'를 신설한다. 한편,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는 금요일 밤 10시에서 11시로 바꿨다.

월요일 밤 11시대 '야심만만'으로 기선을 제압했던 SBS는 오는 11월 9일부터 매주 목요일 방송되는 '헤이 헤이 헤이' 시즌 2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 신동엽과 김원희의 '웃자 웃자' 등의 코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당시 오락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2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헤이 헤이 헤이'는 시즌 2에서 신동엽·김원희·현영·이경실·이종수 등 다섯 진행자를 주축으로 미니시리즈 콩트와 예전 인기코너였던 '리얼시트콤' 등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개편 속 '조용한 종영' 맞는 프로그램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조용히 시청률 저조로 조용히 사라지는 프로그램들도 적지 않다. 우선 청춘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를 10년만에 폐지한 MBC는 토요일 오후 5시 40분에 방송되던 '강력 추천 토요일'도 막을 내린다. KBS도 매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되던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와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 '개그사냥' 등의 프로그램을 폐지한다. 이와 함께 KBS 2TV '해피 선데이'의 '날아라 슛돌이', '최홍만과 강한 친구들' 코너 역시 막을 내린다.

특히, 이번 방송사들의 가을 개편은 tvN 등 케이블 오락채널의 탄생과 매체 환경의 급변으로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때문에 타사의 편성 동향을 살피고 개편 막바지까지 편성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방송사들도 적지 않다. 한 방송사 고위 간부는 "잘 되는 프로그램은 더욱 밀어주고,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개편의 목적이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방송 매체 환경 속에 이번 개편의 경우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가을 개편에 신설되는 MBC 가족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신설되는 SBS '헤이 헤이 헤이' 시즌 2, 종영되는 KBS 2TV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왼쪽부터). 사진 제공 = MBC, SBS, KBS]

(이은주 기자 er@mydaily.co.kr)